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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중규 Sep 29. 2023

공영방송 정상화 투쟁 1년 회고와 전망 / 정중규

용산은 왜 박민 후보 카드를 처음부터 내밀었던가

공영방송 정상화를 바라는 언론계 인사들과 국회 앞에서 집회를 시작하며, KBS MBC YTN 연합뉴스TV 등 4대 공영방송의 문재인 정권 부역 사장들(김의철 박성제 우장균 성기홍)의 즉각 퇴진을 요구했던 때가 지난 해 7월, 그로부터 1년이 넘게 각종 언론개혁 모임에 함께 했던 추억의 사진들을 찾아 모아보니 감회가 새롭다.

처음 시작할 땐 계란으로 바위치기처럼 암담하게 느껴졌었지만, 그래도 KBS MBC(김의철 박성제) 사장이 물러나고, 언론계 곳곳에 웅크리고 있던 문재인 알박기 인사들(한상혁 정연주 남영진 등등)이 하나둘 뿌리뽑히는 등 지난한 과정이지만 정상화를 향해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고 있다.

그리고 KBS 신임사장 선임 과정도 진행되면서 그 후보가 3인(이영풍 최재훈 박민)으로 압축되었다.

사실 당연하게도 지난 1년 넘게 KBS정상화 투쟁을 같이 펼쳐왔던 KBS직원들의 노고를 생각하면 신임 사장은 내부에서 선출되는 것이 원칙적으로 옳은 일이라고 나 역시 보고 있다.

하지만 어찌하여 용산에선 박민 후보를 처음부터 내밀고 있는지, 그에 대한 순전히 내 개인적인 주관적 분석을 해보자면, KBS 내부에서 박민 후보의 '흠'으로 지적하는 그것 곧 이동관 방통위원장 후배라는 것, 민노총 노조 출신이라는 것 등등이 오히려 역설적으로 그 이유가 아닌가 생각된다.

이 얘기는 이미 지난 팩트체크위원회 때 위원들과도 나누었었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지금 가장 시급한 과제는 '발등의 불'인 총선 승리다.

그를 위해선 공영방송(KBS MBC 정도라도)을 반윤석열 세력 그 진영에서 벗어나게 해, 최소한 중립 더 나아가 우군으로 세워야할 것이다.

그런데 MBC YTN도 그러하지만, KBS 역시 민노총 노조에 비해 비민노총 노조가 극히 소수다.

그렇다면 비민노총 노조 출신의 내부 인사로 사장이 되면 6개월도 남지 않은 총선까지 과연 KBS 내부 장악이 가능할 것인가, 다수인 민노총 노조는 소수 노조 출신 신임 사장을 상대로 반격을 하진 않을 것인가.

그렇게 총선을 앞두고 내부 투쟁 속에 반 년을 보내버리면, 그것이 총선에 과연 도움이 될 것인가.

이런 고민이 용산에서 당연히 있었을 것이라고 나는 보고 있다.

그럴바에야 비록 응급조치이지만, 민노총을 어느 정도 아는 사장을 내세워 총선 때까지 민노총 노조와 비민노총 노조 곧 KBS 전체를 다독여 나가 최소한 방송 보도에서 반윤석열 성격만 드러내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최선이 아닐까 생각했을 것이라고 본다.

어차피 신임사장은 1년짜리다. 방송법 개정 등 진정한 KBS개혁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되고난 뒤에 시작하는 것이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

만일 용산의 염려가 그러하다면, 지금 내부인사로 KBS사장 후보인 2인은 이 점을 인식하고 그 염려, 곧 신임 사장이 되면 어떻게 내부를 장악하고  그를 평화적으로 유지시킬 수 있는지를, 용산의 그 염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고 시급하게 설득시켜야할 것으로 보여지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앞에서도 얘기했었지만 순전히 내 주관적인 생각이다.

나는 오래 전부터 우리의 공영방송이 영국의 BBC처럼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정권만 바뀌면 친여적인 사장이 들어서야 하는 이런 권력 지향적이고 정파 편향적 공영방송의 서글픈 현실은 반드시 혁파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내가 지난해 언론개혁운동에 동참하게 된 것 역시 단순히 윤석열 대통령을 위하려는 마음만이 아니라 그런 큰 뜻 안에서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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