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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중규 Sep 30. 2023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형성과 발전 / 김형준 배재대 교수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형성과 발전 / 김형준 배재대학교 석좌교수     


Ⅰ. 문제 제기      


대한민국 발전의 역사는 크게 세 시기로 구분 될 수 있다. 제1기는 1948년부터 1960년에 이르는 건국과 체제 확립기이다. 제2기는 5·16을 거쳐 만들어진 1960년에서 1987년 고도 산업화 시기이다. 제3기는 대통령 직선제 헌법 개정으로 이루어진 1987년부터 현재까지 ‘민주주의 이행 및 공고화’ 시기이다.

한국 정치에서 보수 세력은 제1기와 제2기의 주역이었다. 이승만 대통령은 건국을 주도하면서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구축했다. 한국 전쟁을 극복하고 그 이후 공산주의의 위협과 도발을 막으며 반공 보수주의의 틀을 만들었다. 여하튼 이승만 보수 정부는 냉전 반공주의를 이념적 기조로 분단국가 위에서 성립되었다. 한편, 박정희 대통령은 불균형 성장 전략과 수출 주도적 산업 전략을 토대로 대한민국의 근대화를 주도했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의 산업화 전략은 국가가 거대 기업을 창출하고 그들로 하여금 국가의 목표를 수행토록 하는 방법으로 추진되었다. 또한 내수가 아니라 수출에 중심을 둔 전략으로 근대화를 추진했다. 이러한 근대화 발전 전력에 힘입어 한국 사회는 1960년부터 1995년까지 36년간 연 평균 7.1%의 괄목할 만한 경제성장을 이뤄냈다.

제3기는 민주화 시기로 진보와 보수 간의 권력 교체가 빈번히 발생한 혼재기다. 노태우 및 김영삼 대통령의 ‘보수 10년(1988-1998), 김대중과 노무현 대통령의 ‘진보 10년’(1998년-2008년), 이명박 및 박근혜 대통령의 ‘보수 9년’(2008년-2017년) 시기를 보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보수는 9년 만에 진보의 문재인 정부(2017년-2022년)에게 정권을 빼앗겼다. 통상 한국 정치에서 나타난 ‘권력교체 10년 주기설’은 2022년 대선에서 보수 윤석열 대통령이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함으로써 보기 좋게 깨졌다. 여하튼 1987년 이후 ‘민주화 공고화 시기’에 우리 사회는 1997년 대선(진보 김대중), 2007년 대선(보수 이명박), 2017년 대선(진보 문재인), 2022년 대선(보수 윤석열) 등 네 번의 정권 교체를 검험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 사회에서는 격렬한 이념 및 역사 논쟁이 벌어졌다. 그 시작은 대북 문제를 둘러싼 김대중 대통령이 주도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대화가 되는 사람이고 상식이 통하는 사람’이라며 찬양했고, “북한은 핵을 개발한 적 없고 개발할 능력도 없다”며 주장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균형 외교’를 내세우며 전통적인 한미 동맹을 추종할 뜻이 없음을 내비쳤다. 2002년 대선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은 “반미면 어떠냐”고 외쳤고, 취임 후 첫 미국을 방문했을 때 “북한 핵은 방어용이지 공격용이 아니다”라는 황당한 발언까지 했다. 그는 우리 국민이 북핵 위협에 우려를 표명하면 “과장 말라”고 경고하며 북한 편을 들었다. 이런 친북 노선은 문재인 정부 때 최고조에 달했다. 문 전 대통령은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했다”며 북·미 정상회담을 중재하기도 했다. 또한 미국을 항해선 종전 선언을 끊임없이 요구했고, 외국 정상들을 만나면 북한에 대한 제재 철회를 요구했다. 심지어 문재인 정부에선 북한 김여정의 말 한마디에 ‘대북전단금지법’을 통과시켜 국민의 핵심 권리인 ‘표현의 자유’를 봉쇄시켰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최근 한국 사회에서 평등, 분배, 평화, 복지 등 진보가 주장하는 가치들이 한국 사회의 재배 담론으로 등장했다는 것이다. 보수의 핵심 가치인 자유, 성장, 법치, 안보 등은 위축되고, 스스로 자신을 보수라고 말하는 것을 피하는 상황까지 왔었다. 결과적으로 보수는 진보와의 프레임 싸움에서 크게 말렸다. 따라서 민심도 진보의 가치는 선이고 보수의 가치는 구태라는 인식이 팽배해 졌다. 심지어 이명박 보수 세력이 2008년 10년 만에 정권을 교체했는데도 여전히 진보의 가치가 활개를 쳤다. 가령, KSDC·동아일보가 2009년 5월에 실시한 『대국민여론조사』(15-16) 결과, “자유와 평등은 모두 중요하지만, 만약 둘 중에 하나를 고른다면 어느 가치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대해 ‘평등이 더 중요하다’는 진보 입장에 동조하는 비율이 63.1%인 반면, ‘자유가 더 중요하다’는 보수 입장은 26.7%에 불과했다.

이런 진보 가치 우세 추세가 오랫동안 지속되면서 결과적으로 자칭 민주·진보 세력이라는 민주당이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 등 전국 규모 선거에서 연속 네 차례 승리했다. 정당재편성의 관점에서 본다면 ‘진보 우위의 정당체제’가 구축되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특히, 2020년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전체 300석 중 180석을 획득하면서 ‘진보 집권 30년’을 공공연하게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는 행정 권력과 거대 의회 권력을 토대로 ‘체제 변혁과 기득권 교체’를 국정 운영의 최종 목표로 삼았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의 무능과 위선, 거짓과 내로남불 등으로 민심이 이탈하면서 2021년 재보궐 선거, 2022년 대선, 2022년 지방선거에서 보수 세력이 승리하면서 대반전이 일어났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대한민국 헌법의 정체성을 견지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실제로 윤석열 정부 출범 7개월이 지난 2022년 12월에 디지털타임스와 한국갤럽이 실시한 조사에서,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가치로 자유, 성장, 법치 등 보수의 가치(33.0%)가 정의, 분배, 평등 등 진보 가치(30.9%)보다 다소 앞섰다.

본 글에서는 세 가지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첫째, 한국 정치에서 자유민주주의 체제는 어떤 형성 과정을 거쳤는가? 둘째,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 기조는 무엇인가? 셋째, 자유민주주의 체제 발전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나? 이런 질문에 대한 대답은 최근 한국 한국사회에서 불거진 대한민국 정체성 논쟁에 대한 해답을 줄 것이다.      


Ⅱ. 자유민주주의 체제 형성 과정 고찰      


패러다임(paradigm)은 어떤 한 시대 사람들의 견해나 사고를 지배하고 있는 이론적 틀이나 개념의 집합체라고 정의한다. 그러나 어떤 집단이 갖고 있는 생각의 틀(방식)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고, 어떤 한 개개인이 주어진 조건에서 생각하는 방식 또한 패러다임이라고 말한다. 이런 패러다임이란 말은 라틴어 “파라디그마”에서 유래한 단어로써 원래는 과학용어이었으나 오늘날에 와서는 모델, 관념, 지각(知覺), 시각, 준거의 틀 등을 의미하는 것으로 사용되고 있다. 보다 일반적인 의미에서 본다면 패러다임이란 우리가 세상을 보는 방식을 말합니다. 다시 말하면 우리가 세상을 볼 때 시각적인 감각에서가 아니라 지각하고, 이해하고, 해석하는 관점에서 이 세상을 보는 것을 뜻한다. 쉽게 말해서 ‘사고의 틀’, ‘관점’을 의미한다①.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후 크게 두 개의 패러다임이 충돌했다. 하나는 ‘건국-산업화 패러다임’과 ‘민주화 패러다임’(진보)이다. 전자는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이 주도했다. 한국 민주화의 주역이었던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0년 3당 합당에 참여하면서 보수 패러다임에 편입됐다. 한편, 진보 민주화 패러다임은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이 주도했다.

최근 대한민국 초대 이승만 대통령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는 여론이 많다. 그동안 이승만 대통령에 대해 좌파와 이념주의적 역사학자는 물론이고, 보수 쪽에서조차 그의 공적을 상대적으로 축소시키고 과오만 집중적으로 부각시켜 매도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역사적 인물에 대한 평가는 단편적이고 이념적이고 편향적인 것에서 벗어나 총체적이고 실증적이고 균형적인 시각에서 이뤄져야 한다. 해방 직후 좌우 이념 대결의 혼란기에 직면했던 이승만 대통령의 최대 업적은 자유민주주의의 체제 정부 수립이다. 이승만은 남한 단독 선거를 통해 자유민주주의 원칙에 입각한 남한 단독정부 수립을 관철시켰다. 진보 세력들은 이를 두고 분단의 고착화라고 맹비난하지만 김일성의 한반도 공산화를 막았다는 점에서 큰 업적이다. 또한, 이 대통령이 미국 아이젠하워 대통령을 설득해서 1953년 10월에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한 것은 가장 손꼽히는 업적 중 하나이다. 진보 세력들은 우리나라의 안보를 외세에 의존하게 만든 굴욕적인 조약이라고 거세게 비난하지만 미국이 제공하는 군사적 보호 우산 아래 국가 안보를 강화하고 나라가 경제적으로 발전하게 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이 대통령의 또 따른 중요 업적은 기존의 지주 토지 소유제를 청산하고 경자유전(耕者有田)의 원칙에 따라 자작농적 토지 소유제를 확립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농민들의 자주성을 부여하고 생산력을 증가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결과적으로, 한국 자본주의를 태동시키는데도 기여했다.

박정희 패러다임의 중심측은 산업화다. 불균형 성장 전략과 수출 주도 전략으로 급속한 경제성장, 복지국가의 물적 토대의 확보, 절대빈곤의 탈피, 국민적 자신감의 회복 등 많은 긍정적 성과를 가져왔다. 한편, 빈부격차, 노사갈등 등과 같은 급속한 산업화로 인한 문제점과 탈정치화로 인한 비민주성, 시민사회와 정치적 발전의 부족 등의 문제점도 제기되었다. 박정희 패러다임의 핵심 특성은 ‘관료적 권위주의 체제’(Bureaucratic authoritarianism)로 집약된다. 이 용어는 아르헨티나 출신의 정치학자 오도넬(O' Donnell)이 발전시킨 개념으로 군사 쿠데타를 통해 출현한 민중배제적 군부지배 체제를 말한다. 오도넬은 사회 경제적 근대화 과정에서 산업화의 진척, 민중부분의 정치적 활성화 증대, 공공 및 민간관료집단에서의 전문기술관료의 역할 증대로 체제변화를 가져 온다고 주장한다(김호진 1993, 135). 이런 관료적 권위주의 체제(B‒A)의 특성은 첫째, 민주배제정책의 강화이다. B-A 체제 이전까지 정치에 활발하게 참여했던 민중 부분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이들을 정치, 경제적으로 배제한다. 둘째, 대의기제 형해화와 조합주의 기제 강화이다.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행정부이 시녀로 전락하고, 이익집단의 활동도 억압되며, 언론 활동도 통제된다. 더 나아가 국민 대중과 이익집단의 이익 표출행위는 친정부의 성향의 조합주의 기제에 의해 조정된다. 셋째, 국가자본주의 체제(state capitalism)를 지향했다. 국가는 원칙적으로 자본주의 체제를 채택하고 있지만, 국가가 직접 생산 수단을 소유하거나, 지본과 금융에 대해 강력한 통제권을 행사한다. 넷째, 사화문제의 탈정치화이다. 여러 가지 제도적 수단을 동원하여 노동, 인권 등 사회 문제들을 탈정치화시켰다. 국가는 사회 문제들과 이에 연관된 쟁점들을 사회 질서의 회복과 경제의 정상화를 저해하는 비합리적인 요구라고 간주한다(김호진 1993, 142-143). 이런 견고한 관료적 권위주의 체제 속에서 비약적인 경제 성장을 이룩했다.

건국과 산업화 과정에서 한국 보수는 ‘자유민주주의’ 체제와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 확립’을 목숨을 걸고 지켜야할 가치로 설정했지만, 고착화된 분단 상황에서 본질적으로 빛(성장)과 그림자(억압)의 이중성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최장집 교수(2004, 67)의 지적처럼, 성공적인 경제 성장과 산업화에도 불구하고 한국 보수 세력은 민주주의를 제도화하는 데 실패했다. 다시 말해, 박정희 보수 정부는 “한국 사회를 근대화함에 있어서 이른바 ‘성공 신화’를 창출했고, 다른 한편으로 권위주의를 지속가능한 체제를 만드는데 실패했다”고 진단했다.

이후 한국 보수는 한국 민주화의 한 축이었던 김영삼 전 대통령과 3당 합당을 함으로써 외연을 확장했다. 최초의 문민정부를 수립한 김영삼 대통령은 ‘변화와 개혁을 통한 신한국 창조’를 국정최고의 목표로 내걸었다. 이후 하나회 척결, 금융실명제 실시, 전국 동시지방선거 실시, 세계화 추진, 역사바로세우기 등 괄목한 만한 업적을 이루었다. 큰 틀에서 보면 윤석열 정부의 뿌리는 김영삼 문민정부의 ‘개혁적 보수’와 맥을 같이 한다.

박정희 패러다임의 중심축인 산업화 담론의 저항담론으로써의 민주화 담론이 김대중 패러다임을 주도했다. 김대중 패러다임은 박정희 패러다임의 대척점에 있었으며 민주 대 반민주, 대중 대 재벌, 민족(통일) 대 체제(통일), 호남 대 영남의 대립 구도 속에서 형성되고 지속되었다. 김대중 패러다임의 특성은 ‘민주적 권위주의’ 체제이다. 민주주의를 지향하지만 군부 독재체제와 저항하는 과정에서 권위주의적 행태를 유지했다. 정치적으로 권력이 대통령 개인에게 집중되고 집권 이후에도 민주적으로 국정을 운영하기보다는 청와대가 모든 정치 과정을 주도하는 권위주의적 통치 행태를 보였다. 즉, 제도화된 권력(institutionalized power structure)보다는 여전히 ‘개인화된 권력 구조’(personalized power structure)가 지배적이었다. 이런 김대중 패러다임은 민족과 통일을 강조하면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국정 운영의 핵심 목표로 삼았다. 결국 2000년 6월 15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켰다.

김대중 패러다임은 2002년 진보 세력의 정권재창출을 계기로 노무현 모델로 진화했다. 노무현 모델의 핵심은 ‘대립적 (계도적) 민주주의 체제’이다. 참여 민주주의를 지향한다고 했지만 “대한민국은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가 득세한 굴욕의 역사”라는 부정적 역사 인식과 함께 ‘오욕의 역사 청산’을 시작했다. 대한민국의 역사를 ‘가진 자(주류)와 못 가 진자(비주류)’, ‘친미 대 반미’, ‘중앙(집중) 대 지방(분권)’, ‘불균형 발전’ 대 ‘균형 발전’을 대립 축으로 사회 변혁을 시도했다. 박효종 교수(2011, 291-2921)는 “김대중 패러다임과 노무현 모델에 기반한 ‘민주정의 순수화 과정’은 평등을 고양하고 참여를 활성화하며 투명성을 제고시키지만 동시에 포퓰리즘과 자유 방임, 권위 부재, 법치와 질서의식 실종, 조국애의 붕괴, 거리 정치 등 타락과 변질, 계급성과 부패를 불러 왔다” 주장했다. 주목해야 할 것은 이런 과정에도 불구하고 김대중 정부 시절에 헌법의 정체성은 훼손시키지는 않았다. 김대중 대통령은 지난 1988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국민의 정부가 표방해 온 새로운 국정철학인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 발전으로 나아가는 것만이 우리가 지금부터 추구해야 할 국정의 방향입니다.”라고 했다. 노무현 대통령도 비록 반미 감정을 갖고 있었지만 진보 세력이 반대하던 이라크 파병, 한미 FTA 체결, 제주 해군 기지 건설 등 국익을 우선하는 정책을 펼쳤다. 아래 <표1>은 한국 사회를 지배했던 정치 패러다임의 특성을 요약한 것이다.  

한국 정치 패러다임은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의 출범으로 큰 변혁을 맞이했다. 정치체제는 <표2>에서 보듯이, 정치 체계 유형은 자유주의 대 전체주의,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를 구분으로 4개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하이에크(A. Hayek)에 따르면, “자유주의는 정부 권력의 정도와 관련이 있고, 민주주의는 이 권력을 누가 갖고 있느냐와 관련이 있다”. 즉 자유주의는 국가 역할의 정도와 관련이 있고, 민주주의는 국가 권력의 획득 및 사용 방법과 관련이 있다. 두 개념의 차이를 명확하게 하기 위해선 이들의 반대말을 살펴볼 수 있다. 자유주의의 반대말은 전체주의이고, 민주주의의 반대말은 권위주의(독재국가)다. 이런 분류에 따라 자유주의가 민주주의가 결합할 때 ‘자유 민주주의’가 되고 권위주의와 결합할 때는 ‘연성 권위주의’ 또는 ‘비민주적 자유주의’가 된다. 한편, 민주주의가 전체주의와 결합할 때 ‘인민 민주주의’ 또는 ‘비자유주의적 민주주의’가 되고, 권위주의와 전체주의가 결합될 때 ‘전체주의 독재체제’가 된다.

이런 기준에 따라 문재인 정부는 어떻게 분류할 수 있을까? 자유민주주의가 아닌 인민 민주주의의 형태를 띠고 있었다.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는 문재인 정부에 대해 “저들(현 집권세력)이 생각하는 민주주의는 인민민주주의다”라면서 “그들의 민주주의는 군사독재와 싸울 때는 구별이 없었다. 같이 싸우면 되니까. 문제는 집권 후 나오기 시작했다. 우리 헌법이 말하는 삼권분립은 선출된 권력과 선출되지 않은 권력(사법부)간 균형과 견제다. 저들은 선출됐기에 뭐든지 다 할 수 있다고 믿는 것 같다. 그렇다면 히틀러와 뭐가 다른가. 히틀러의 독재도 대중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지 않았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진보는 어떻게 몰락하는가』(2020)라는 책에서 “히틀러는 쿠데타가 아니라 민주적 선거를 통해 권력을 잡았다. 의회 내 다수가 되자 그는 다수의 힘으로 민주주의부터 파괴하기 시작했다. 개인과 소수에 대한 존중 없이 다수결로만 환원된 민주주의는 이처럼 반대 물로 전환하기 마련이다. 그런 민주주의라면 북한에도 있다. 북한도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아닌가?”(182쪽)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다시 말해, 진 교수는 문재인 정부를 ‘연성 독재(Soft Despotism)’에 비유하면서 당시의 정치 현실이 나치스 등장 직전 독일과 유사하다고 봤다. 진보 원로정치학자인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도 촛불시위를 기반으로 한 문재인 정부는 기존의 구질서를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비자유주의적 민주주의’, ‘민중 민주주의’를 추구하게 됐으며 이 과정에서 자유주의적 민주주의의 가치가 많이 퇴색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 들어 나타난 정치적 양극화와 민주주의의 퇴행을 들어 문 정권의 민주주의는 실상 ‘다수결로 무장한 전체주의’라고 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국가주의적 이념의 혼란을 감안한다면 전체주의적 포퓰리즘 독재가 더 적절해 보이기도 한다. 최 명예교수는 2019년 12월 9일 ‘김대중 전 대통령 노벨평화상 수상 19주년 학술회의’ 기조강연에서는 “한국 민주주의 위기의 본질은 한국 진보의 도덕적, 정신적 파탄”이라고 했다. 그는 “운동권 학생들이 한국 정치를 지배하는 ‘정치계급’이 됐으며 한국의 진보파가 이해하는 직접민주주의는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를 뿐 전체주의와 동일한 정치 체제다.”라고 주장했다.

지난 대선 결과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법치 그리고 상식이 회복된 나라를 만들라는 국민의 여망이 반영된 것이다. 큰 틀 속에서 보면 레짐 체임지(regime change)를 통해 정치 체제를 바꾸라는 시대적 사명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다시 말해, 윤석열 정부는 전임 문재인 정부 시절의 ‘비자유주의적 민주주의’와 ‘포퓰리즘적 민주주의’를 극복하고 자유주의적 민주주의를 복원하는 것을 최고의 국정 가치로 삼으려고 한다는 점에서 획기적 레짐 체인지이다. 정치적 다원주의 혹은 자유민주주의체제의 근간인 삼권분립, 법의 지배, 언론의 독립, 소수에 대한 존중 등을 복원시킨다는 점에서 전면적인 정치 재편성의 신호탄이기도 하다.      


Ⅲ. 윤석열 정부의 거버넌스 시스템 고찰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 사이에서 국정 운영의 내용과 구성 체계를 놓고 격렬한 ‘거버넌스 시프트’가 일어나는 중이다. <표3>에서 보듯이, 문 정부의 국정 거버넌스는 ‘운동권과 청와대가 중심이 된 국가 주도’였지만, 윤 정부의 그것은 ‘전문가와 시장을 중시하는 국가 지원’ 체제를 추구한다. 윤 대통령은 문 전 대통령의 ‘도덕성 독점’이 거버넌스의 실패를 불렀다는 점을 반면교사로 삼아, 여야 협치를 통한 국정 운영의 뉴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할 과제를 부여받고 있다.

통상 국정 운영 거버넌스는 크게 세 측면에서 고찰할 수 있다. 첫째, 통치동맹의 구성이다. 문재인 대선 승리에 기여한 3대 핵심 세력은 ‘친북 성향의 진보, 86 운동권, 민주노총’이다. 문 전 대통령은 이런 ‘선거연합’을 취임 후에 완화하기는커녕 오히려 강화하면서 집단지도체제와 같은 ‘통치동맹’으로 구축했다. 여기에 과거 노무현 참여정부에서 활동했던 인사들을 요직에 중용했다. 문 정부는 취임 초부터 국정농단 세력 척결을 명분으로 보수 정권 인사들에 대한 정치보복 적폐 청산에 나섰다. 선거를 치르듯 통치를 함으로써 진보와 보수 간 극단적 양극화와 민주주의의 위기를 초래했다. 반면 정치적 경험이 사실상 없고, 대권 선언 9개월 만에 정권교체에 성공한 윤 대통령의 연합 세력은 상대적으로 단순하다. 시장친화 철학을 가진 관료·전문가 그룹, 보수 정치권, 과거 검찰 수사에서 호흡을 맞췄던 검사들을 중심으로 한 법조인이 중심이다. 대선 후 대통령실과 초기 내각 구성에서는 선거운동을 도왔던 국민의힘 쪽 사람들보다는 인연은 없지만 전문성을 갖춘 전문가, 이명박(MB) 정부 시절 청와대 인사와 관료들을 중용했다. 문재인 정부의 선거연합은 그대로 통치동맹으로 연결됐지만, 윤석열 정부의 통치동맹은 선거연합과는 다소 분리되는 특성을 보인다. 그런 점에서 윤 정부의 집단 정체성과 응집력은 문 정부의 그것보다 상대적으로 약해 보인다. 하지만 개인 능력성과 유연성은 더 강할 수 있다.

둘째, 통치 방식이다. 문재인 정부는 국가주의, 포퓰리즘, 민족주의를 결합한 일방주의에 빠졌다. 특히 국가가 모든 것을 주도하면서 각종 정책은 실용보다 이념이 우선했다. 문 전 대통령은 “국가가 국민의 삶을 책임지겠다고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었다. 강력한 국가주의를 수단 삼아 임기 내내 최저임금 인상을 필두로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추진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윤석열 정부는 시장·민간 주도, 의회주의, 실용주의에 기반을 두고 있다. 윤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기반으로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를 재건하겠다”고 했다. 국회 첫 시정연설에서는 “진정한 자유민주주의는 바로 의회주의”라고 했다. 윤 정부는 기업이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마련해 성장 잠재력을 키우겠다고 밝혔다. 국가 주도에서 국가 지원으로, 소득주도성장에서 ‘기업중심성장’으로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셋째, 대통령실의 기능과 역할이다. 문재인 정부는 ‘청와대 정부’라고 불릴 만큼 청와대가 국정 운영의 중심축이었다. 청와대가 모든 정책과 인사를 독점하고 집권당을 이용해 국회를 지배하려 했다. 집권당은 ‘청와대 여의도 출장소’로 전락했다. 반면 윤석열 정부는 제왕적 중앙집권에서 대통령실 권한을 축소했으며 정책실을 없애는 뉴 거버넌스를 구축 중이다. 요컨대 문 정부의 국정 거버넌스는 ‘운동권과 청와대가 중심이 된 국가 주도와 법에 의한 지배’, 윤 정부의 그것은 자유만주주의와 시장경제의 틀 속에서 전문가와 민간이 중심이 된 국가 지원과 법의 지배’다. 이런 거버넌스 시프트의 기저에는 운 대통령의 자유에 대한 신념이 크게 작동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사의 핵심 키워드로 ‘자유’를 선택했다. ‘자유’라는 단어를 총 35번 언급하면서 새 정부의 국정운영 방향의 토대가 '자유'라는 것을 천명했다. 그는 “이 나라를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기반으로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로 재건하고, 국제사회에서 책임과 역할을 다하는 나라로 만들어야 하는 시대적 소명을 갖고 오늘 이 자리에 섰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팬데믹 위기, 공급망의 재편, 기후 변화 등 문제를 언급한 뒤 “어려움을 해결해 나가기 위해서 우리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것은 바로 자유”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자유의 가치를 제대로, 그리고 정확하게 인식하고, 자유의 가치를 재발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Ⅳ. 이념 논쟁인가? 아니면 이념 정립인가?      


윤 대통령은 올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70년 동안 전체주의 체제와 억압 통치를 이어온 북한은 최악의 가난과 궁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자유민주주의를 선택하고 추구한 대한민국과 공산전체주의를 선택한 북한의 극명한 차이가 여실히 드러난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산전체주의를 맹종하며 조작선동으로 여론을 왜곡하고 사회를 교란하는 반국가세력들이 여전히 활개치고 있습니다. 공산전체주의 세력은 늘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 운동가, 진보주의 행동가로 위장하고 허위 선동과 야비하고 패륜적인 공작을 일삼아 왔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결코 이러한 공산전체주의 세력, 그 맹종 세력, 추종 세력들에게 속거나 굴복해서는 안 됩니다.”라고 강조했다. 야권과 진보 매체 언론은 크게 반발했다.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살려야 할 것은 반공이 아니라 민생”이라고 했고, 김성주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2023년 대한민국에는 공산 전체주의라는 듣도 보도 못한 유령이 떠돌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들의 논리는 구소련 붕괴 후 공산주의는 과거의 유물이 됐고, 정부의 비판 세력에게 “공산전체주의”, “반국가세력”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것은 철지난 이념 논쟁이라는 것이다. 반론도 있다.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과 공산 전체주의 북한이 대결하는 분단의 현실에서 헌법 정신에 맞는 이념을 정립해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려고 하는 것을 이념 논쟁으로만 몰고 갈 사항인가?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는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여”, 제4조엔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고 되어 있다. 윤 대통령이 ‘공산 전체주의’라는 다소 생소한 용어를 사용했지만 본질은 자유 민주주의 체제 강화를 통해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이다. 현 시점에서 북한, 중국, 러시아 세 나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20세기에 공산권 국가였고, 표면상 민주주의를 표방하고 있지만 실은 전혀 그렇지 않은, 독재자가 전체주의적으로 통치하는 나라들이다. 이런 공산 전체주의를 맹종하는 세력이 대한민국에 존재하고 있고, 건국 이념을 부정하고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뒤흔든다면 대통령과 정부의 임무는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동안 자칭 대한민국 진보 좌파 세력은 민족, 평화, 평등이라는 가치를 내걸고 자신들은 선이고, 자유, 시장, 법치를 강조하는 보수 우파를 악의 축으로 삼아 공격했다. 그러나 홍준표 대구 시장은 “한국 사회에 좌우, 보수진보 논쟁에 불 붙인 분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지만 진보좌파를 친북좌파로 둔갑시킨 사람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라고 지적하면서 “우리가 지금 사상투쟁을 해야 한다면 바로 이러한 사이비 친북좌파들”이라며 대한민국 이념 논쟁’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인류 역사를 돌이켜보면 자유로운 정치적 권리, 자유로운 시장이 숨 쉬고 있던 곳은 언제나 번영과 풍요가 꽃 피었다”면서 국가의 번영과 풍요, 경제적 성장은 자유의 확대를 통해 가능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영국 시사주간 이코노미스트의 부설 경제 분석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은 2006년부터 167개 국가를 대상으로 5개 부문(‘선거 과정과 다원주의’, ‘정부 기능’, ‘정치 참여’, ‘국민 자유’, ‘정치 문화’)의 점수를 매겨 ‘민주주의 지수’(Democracy Index)를 발표한다. 총 10점 만점으로, 8점을 초과하면 ‘완전 민주주의’, 6점 초과 8점 이하는 ‘결함 있는 민주주의’, 4점 초과 6점 이하는 ‘민주·권위주의 혼합 체제’, 4점 이하는 ‘권위주의’로 분류한다. ‘2022 민주주의 지수’에서 대한민국은 8.03점으로 ‘완전 민주주의’로 분류되고 24위를 차지했다. 한편, 북한은 1.09점으로 최하위(165위)를 차지했다. 이런 지표가 보여주는 것은 자유가 번영을 가져온다는 윤 대통령의 메시지는 옳다는 것을 입증해주는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은 G8에 속할 정도로 경제적 번영을 이루었다. 이제 북한과의 체제 경쟁은 끝이 났다. 상황이 이런데도 북한 김정은 체제에 대해 단 한마디도 비판하지 않으면서 대한민국 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공산 전체주의를 맹종하는 세력’이라고 규정하고 이런 세력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윤 대통령의 선언을 철 지난 이념 논쟁으로 폄훼만 해서는 안 된다. 윤 대통령은 자유와 시장이라는 가치에 기반한 신념 정치이다. 미국 노스웨스턴대 경영대학원 해리 크레이머(Harry Kraemer) 교수(2011)는 ‘가치 기반의 리더십’을 강조한다②. 그에 따르면, 가치를 기반에 두는 리더는 자신의 개인적 영향력이 미치는 범위 내에서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헌신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그리고 자신과 교류하는 사람들이 자신과 조직의 가치에 부합하는 선택을 내릴 수 있도록 영향을 준다. 윤 대통령이 자유와 시장경제에 관한 자신만의 압도적인 내러티브를 만들고, 이를 토대로 양도할 수 없는 대통령 어젠다를 선정해 나라를 어떤 방향으로 끌고 가려고 한다는 점에서 주목해야 한다.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유주의의 기풍’을 역설했다. 그는 “자유는 이성을 통해 지각되고, 인지될 때 그 중요성이 드러나게 되는 것”이지만, “그 자유의 이념은 구체적인 사회·정치적 조건에서 행위의 특성이자 양식이고, 기풍으로서 표현되고 실천되는 것으로 스스로를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자유의 이념은 한편으로는 가치로서의 강건함, 그리고 그 이념을 구성하고 그에 내장된 가치의 자기표현으로서 기풍은 자유의 이념을 구성하는 특징이자 핵심이 되는 요소가 아닐 수 없다. 다시 말하면, 자유의 이념은 가치로서의 강건함과 절제의 덕을 그 본질로 내장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자유의 이념이 자기표현을 갖는 것, 그것을 특징지어, 강하지만 절제된 기풍 내지 온유함의 미덕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고 역설했다.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은 1941년 1월 6일에 발표한 연두교서 연설에서 네 가지 자유(Four Freedoms)를 제시했다. 첫 번째로 언론과 의사 표현의 자유(Freedom of speech and expression), 두 번째로 신앙의 자유(Freedom of worship), 세 번째로 결핍으로부터의 자유(Freedom from want), 네 번째로 공포로부터의 자유(Freedom from fear)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윤석열 대통령도 자신이 지향하는 자유의 가치가 무엇인지 구체화 할 필요가 있다. 허민 문화일보 전임 기자는 “윤 대통령의 자유론은 권위주의·전체주의에 저항하는 정치적 자유, 국가의 과도한 개입을 막는 시장의 자유, 중앙집권을 배제하고 자치·분권으로 나아가는 자유, 국가와 국민을 전쟁이나 각종 위험으로부터 지키는 안전·안보상의 자유를 포괄 한다”고 분석했다. 더불어, 규제로 부터의 자유, 북한 핵 위협의 공포로부터의 자유, 빈곤으로부터의 자유 등을 천명할 필요가 있다. 위기에 처한 자유 민주주의를 회복하기 위해선 정당과 정치지도자가 ‘정치적인 극단주의자’를 걸러내는 역할을 해야 한다. 하지만, 문재인 전 대통령, 이재명 대표, 민주당은 오히려 여기에 편승했다. 이제 야당도 잘못된 학습에서 기인한 나쁜 인식에서 조속히 벗어나야 한다. 무엇보다 대한민국 정체성을 훼손시키는 어리석은 길로 가서는 안 된다. 야당이 여당을 견제하는 건 당연하지만 견제의 방식은 구태를 넘어 국민들이 공감하고 체감하는 포지티브 방식으로 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야당도 이념 논쟁에만 매몰되지 않고 새로운 발전적 진화를 위한 변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 민주당은 북한의 핵 고도화와 미사일 공격, 북한의 인권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못하면서 민족과 통일, 평화라는 가치만을 들먹인다. 민주당은 광주시가 추진하고 있는 6·25때 북한중공군을 응원했던 정율성 공원을 추진, 무소속 윤미향 의원이 반국가단체이며 대한민국 정부를 ‘남조선 괴뢰 집단’이라고 공격하는 조총련 주최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추모식에 참석, 북한 주체사상을 추종하던 전대협 출신 민주당 의원이 자유를 찾아 목숨을 걸고 탈북한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을 항해 북한이 탈북민을 지칭할 때 쓰는 “쓰레기”라는 막말 등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이런 사실 때문에 ‘공산 전체주의를 맹종 하는 반국가 세력’ 논쟁이 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여야, 진보와 보수, 좌와 우 모두 비록 대립하고 경쟁하고 있지만 대한민국 발전의 역사는 헌법상의 자유민주주의 체제 이념을 바탕으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견지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함승희 오래포럼 회장(2023, 8)은 최근 발간한 『자유와 시장』이라는 책 서문에서 근대 국가로 출범한 나라가 국가의 독립·영토의 보전·국가의 계승성(헌법 제66조 제2항)을 유지하기 조건으로 “첫째, 건국이념이 뚜렷하고 다수 국민이 그것에 공감할 것, 둘째, 헌법상의 국가 정체성을 견지할 것, 셋째, 국민 대다수가 민주 시민으로서의 자질을 갖추고 있을 것”을 제시했다. 이런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되고 유지된다면 대한민국에서 자유민주주의 체제는 번영하고 발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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