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후 부산이 웃을까, 정부·재계 엑스포 총력전에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충돌로 인한 중동 정세 막판 변수..중동 분쟁과 부산 엑스포의 고차 방정식…총리실은 '신중
이·팔 분쟁, 부산 유치에 승산 더하는 요소?
40일간 중간지대 포섭 '분위기 굳히기' 관건
총리실, 말 아끼며 유치 최전선서 '전력투구'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지를 결정하는 최종 투표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정부와 재계가 막판 표심 공략을 위해 총력을 쏟아붓고 있다.
2030년 엑스포 유치 레이스에서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가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부산과 이탈리아 로마가 치열한 추격전으로 역전을 노리는 형국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동에서 무력 충돌이 발생해 국제 정세에 영향을 미치고 있어 엑스포 유치전의 막판 변수로 급부상했다.
15일 정계 및 재계에 따르면 2030 엑스포 개최지 결정을 앞두고 민관이 모두 참여한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위원회는 막판 유치전에 돌입했다.
프랑스 파리에서는 최근 부산 엑스포 유치를 위한 행사가 잇따라 열렸다. 파리는 11월28일 2030 엑스포 개최지를 결정할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가 진행되는 장소다.
부산시는 SK와 손잡고 9일(현지시각)부터 10일까지 프랑스 파리 에펠탑 근처에 있는 센강 선상카페 구스타프에서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 기원 행사인 ‘플라이 투 부산(Fly to Busan)’을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부산의 매력을 알리기 위해 체험행사 형식으로 열렸다.
카페 1~2층에선 어묵, 떡볶이, 호떡, 동백차 등 부산의 대표 먹거리로 ‘부산의 맛’을 알리는 데 집중했으며 구스타프 앞 페리선착장에선 부산 대표 퓨전국악밴드 ‘상자루’가 공연을 펼치는 등 ‘부산의 멋’을 선보였다.
미래교통수단인 도심형 항공교통(UAM·Urban Air Mobility)을 타고 2030년 부산 세계박람회 풍경을 가상현실로 체험하는 행사도 열렸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외교활동을 통해 부산 엑스포 유치 활동에 힘을 보태고 있다. 8일부터 14일까지 6박8일 일정으로 프랑스, 덴마크, 크로아티아, 그리스 등 유럽 4개국을 순방한다.
한덕수 총리는 9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파비용 가브리엘에서 ‘2030 부산세계박람회 공식 심포지엄’을 개최하는 등 엑스포 유치전에 돌입했다. 심포지엄에는 한 총리를 포함해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박형준 부산시장, 드미트리 케르켄테즈 국제박람회기구(BIE) 사무총장 등이 참석했다.
한덕수 총리는 개회사를 통해 “부산엑스포는 국가간 격차를 줄이고 기후변화 등 우리가 당면한 문제를 같이 고민하고 해결해 나가기 위해 협력하는 연대의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10일 한-카리브 고위급 포럼, 12일 한-에스토니아 정상회담 등에서 부산 엑스포 유치 지지를 요청하며 적극 스킨십에 나섰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또한 12일(현지시각)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열린 세계은행(WB) 개발위원회(DC)에 참석해 각국 주요인사에게 대한민국이 다양한 정책 수단을 통해 경제발전을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부산엑스포 유치 지지를 요청했다.
재계 주요 그룹들도 부산엑스포 유치 활동에 막판 스퍼트를 하고 있다.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해 가장 많은 활동을 펼치고 있는 곳은 SK그룹이다. 부산시의 ‘플라이 투 부산’ 행사를 공동개최한 것에 더해 2030 부산세계박람회 공식 심포지엄에 최태원 회장이 직접 참여하는 등 부산 엑스포 유치를 위해 기업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
최 회장은 심포지엄에서 "부산엑스포에서 솔루션 플랫폼을 통해 각국의 문제에 맞춤형 해법을 제시하겠다"며 다른 국가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현대자동차그룹도 9일 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지원하기 위해 전 세계에 새로운 스토리 영상을 공개하며 유치활동을 이어갔다.
‘부산의 경험을 전세계와 함께’라는 제목의 영상은 수혜국에서 공여국이 된 성장 경험을 전 세계 개발도상국과 공유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대한민국 발전의 원동력으로 거듭난 첨단 도시 부산의 역사를 세계에 알리는 내용을 담았다.
부산세계박람회를 경제적 효과 때문에 개최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국제사회로부터 받은 도움에 보답하는 동시에 대한민국의 성장 경험을 공유하는 미래 솔루션 플랫폼으로 만들기 위한 점을 강조해 BIE 회원국의 공감대를 이끌어내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LG도 엑스포 개최지를 최종 발표하는 11월 말까지 엑스포 유지를 위해 세계 곳곳에서 유치전을 펼친다.
LG는 지난 2일(현지시각)부터 프랑스 유통채널 프낙(FNAC)의 파리 매장 4곳에서 부산 엑스포 유치를 알리는 옥외광고를 선보였다. 이달 말부터는 부산 엑스포를 알리는 광고를 파리 시내버스 2천 대에 붙이는 작업도 진행한다. 11월초부턴 파리 도심 광고판 300여 개를 동원해 부산 엑스포 유치를 지원한다.
이에 더해 이달 중순부턴 영국에서 런던 이층 버스 광고를 운영하는 한편 벨기에에선 브뤼셀 중앙역 대형 광고를 시작한다.
CJ그룹도 부산엑스포 홍보활동에 고삐를 죄고 있다.
CJENM은 15일(현지시각) 유럽 최대 규모의 공연장 파리 라데팡스 아레나에서 ‘MCOUNTDOWN IN FRANCE(엠카운트다운 인 프랑스)’를 진행한다. 이들은 현장 스크린 및 'Mnet K-POP', 'Mnet TV’ 등 유튜브 생중계 채널을 통해 부산엑스포를 널리 알린다는 계획도 세웠다.
CJENM은 앞서 글로벌 걸그룹 케플러(Kep1er)와 함께 ‘세계의 대전환, 더 나은 미래를 향한 항해’라는 비전이 담긴 뮤직비디오도 제작한 바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또한 윤 대통령의 프랑스, 베트남 등 해외순방에 동행하는 것에 더해 유럽, 중남미, 동남아, 중동 등 해외 출장에서 부산엑스포 유치를 알리고 있다.
롯데그룹도 지난해부터 부산엑스포 유치 지원을 위해 ‘롯데그룹 유치지원 태스크포스(TF) 팀’을 조직해 그룹 차원의 역량을 집중해왔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부산 엑스포 유치 지원을 위해 글로벌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활용하고 있으며 계열사 경영진들도 국제박람회기구 회원국의 정부와 외교 관계자를 대상으로 유치 활동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재계가 프랑스 파리 등을 포함해 전 세계 곳곳에서 막바지 유치전을 벌이는 가운데 중동에서 무력 충돌이 일어난 것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충돌에서 각국이 어떤 태도를 취하는지가 국제 외교전으로 전개되는 엑스포 유치 활동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 정세가 경색되면서 중동·이슬람 국가들의 리야드 지지가 공고해지고 서방 국가들의 표심은 로마 혹은 부산으로 결집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아랍뉴스에 따르면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는 10일(현지시각)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대통령과 전화 통화에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지지한다”며 “팔레스타인 국민들이 품위 있는 삶에 대한 정당한 권리를 달성하고 그들의 희망과 열망을 실현하며 정의롭고 지속적인 평화를 달성하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가 지속적인 입장을 취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이스라엘의 손을 들어줬다. 이탈리아의 통신사 ANSA에 따르면 멜로니 총리는 10일(현지시각) 이탈리아 로마 유대교 회당에 방문한 뒤 취재진과 만나 “하마스를 모방한 잠재적인 테러 행위로부터 유대인 공동체 보호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든 형태의 반유대주의로부터 시민들을 보호할 것이라고 말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며 “이스라엘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장면에는 일반적인 전쟁에서 볼 수 있는 이상의 것이 들어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하마스와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는 다르기에 빈 살만 왕세자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지지 선언을 곧바로 사우디아라비아의 엑스포 유치 경쟁 탈락과 연결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다만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무력 충돌의 양상이 어떻게 바뀌느냐에 따라서 사우디를 지지했던 국가들이 기존 입장을 바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여겨진다.
한편 프랑스 언론은 2030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 유치전에서 부산의 승리를 예상했다. 판세 분석을 떠나 부산이 경쟁국인 사우디아라비아(리야드)나 이탈리아(로마)에 비해 엑스포 유치에 진정성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현지 언론은 부산엑스포 홍보 문구 그대로 ‘부산 이즈 레디(Busan is ready)’를 강조하며 부산에서 엑스포가 개최되기를 기대했다. 일각에서 사우디 ‘오일머니’에 대한 우려가 나오지만 프랑스 언론은 K-컬처 파워와 IT 강국을 앞세운 부산이 우위를 점할 수 것이라고 관측했다.
9일(현지시간) 프랑스 센강의 ‘바토 구스타프’ 선상카페에서는 한덕수 국무총리와 민간유치위원장인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박형준 부산시장, 장성민 대통령 특사가 프랑스 언론을 대상으로 외신 간담회를 개최했다.
프리랜서 매튜 로쉐 기자는 최근 사우디가 2034년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축구대회 유치 추진을 선언한 점에 주목했다. 2025오사카엑스포가 예정돼 있어 부산이 2030엑스포 유치가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 있지만 사우디가 2034년 월드컵 유치에 뛰어들면서 리야드도 부산과 비슷한 상황에 처했다는 것이다.
IT 매체 ‘르 카페 뒤 기크’의 레오 더브넷 기자는 부산의 엑스포 유치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부산이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경쟁국의 엑스포 유치를 위한 노력을 찾아볼 수 없다는 이유를 강조했다. 한국의 IT기술에 대한 관심이 크다는 그는 “부산이야 말로 엑스포를 유치하기에 적합한 도시”라고 치켜세웠다.
K-컬처의 소프트 파워를 부산엑스포 유치의 주요 원인으로 꼽기도 했다. 불어권을 대상으로 하는 ‘르 프띠 주흐널’의 카푸신 카논 기자는 “프랑스에서 K-팝을 포함한 K-컬처 열기가 대단하다. 부산엑스포의 인지도가 프랑스 내에서 크다. 부산이 유치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최대 표밭인 아프리카 언론도 부산엑스포에 관심을 표명했다. ‘복스 아프리카’의 올리비에 에노고 기자는 “아프리카 국가는 과거 빈국이었던 한국의 경제 성장 모델을 따르고 싶기 때문에 한국에 대한 관심이 크다”며 “이전에는 서울만 알았지만 부산엑스포 유치전을 계기로 부산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