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우정 / 정중규

by 정중규

용산 대통령실 창 밖을 바라보는 두 사람의 눈길에서 붓다와 그 제자 마하가섭 사이의 염화미소(拈華微笑) 그 이야기가 느껴진다. 솔직하고 직설적인 윤석열 대통령이 차마 밖으로 드러내지 못하고 있는 그 마음을 한동훈 비대위원장에게 전하는데 굳이 말이 필요했을 것인가.

한동훈 비대위원장과 윤석열 대통령 사이의 지지율 '디커플링'을 다룬 아래 기사도 미래권력 한동훈 비대위원장과 현재권력 윤석열 대통령 사이의 대립구도로 현재 정국을 보는 관점에서만 나올 수 있는 분석인데, 이 기사만이 아니라 모든 언론 기사가 천편일률적으로 죄다 그런 식이다.

다들 한동훈 비대위원장에게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차기 대권 꿈꾸는 미래권력이라면 윤석열 대통령과 차별화하라" 요구했고, 특히 개혁신당의 이준석이나 민주당 같은 반윤석열 세력들은 "대통령과 맞서라"고 이간질성 충동질까지 노골적으로 하였다.


마침 서천 화재 현장에서 극적으로 봉합되었다는 예의 그 '3일 사태'가 벌어지자 호사가들은 더욱 그런 방향으로 윤석열-한동훈 관계를 몰고 갔다. 심지어 신평 변호사의 경우 '궁정쿠데타'까지 언급하면서 마치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과의 20년 우정 어린 관계를 배신한 것인양 하며 윤석열-한동훈 사이가 결국엔 박근혜-유승민 사이처럼 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윤석열-한동훈 두 사람의 우정은 그리 값싸고 가벼운 것이 아니다.


하긴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서도 못 나누는 것이 권력이라 하니, 다들 그런 분석과 예측을 하는 것도 무리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하지만 그것은 말그대로 통상적인 차원의 권력 이야기이다. 권력을 오로지 이권으로 보는, 권력 주변에 늘려있는 대부분의 탐욕스런 정치인들의 세계에서는 지극히 당연한 스토리이다.


그러나 동서고금의 역사를 보면, 가끔은, 참으로 아주 가끔은 그런 권력관이 아닌 공익성에 철저한 사람이 현실 권력과 만나는 드문, 참으로 아주 드문 경우도 있다.

내가 그 두 사람에 '절대적' 호감을 지녀 신뢰를 해서인지는 몰라도, 그 드문 경우를 윤석열-한동훈 두 사람에게서 지금 보고 있는 듯하다. 말하자면 통상적인 것과는 다른 권력관계가 두 사람 사이에서 작동하고 있지는 않을까 싶어지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이번 '3일 사태' 역시 정치권에서 흔히 벌어지는 통상적인 권력투쟁이라기 보단 선민후사의 새로운 국정 틀을 낳기 위한 해산의 진통 곧 산고의 한 과정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어쨌든 이번 '3일 사태'로 결과적으로 '윤석열 아바타'라는 이미지를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벗어던진 것은 현실적인 총선 전략 차원에선 고무적이다.

또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총선 전면에 나서게 되면서 기존에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 사이의 대결구도 정권심판론으로 이번 총선이 흘러가던 흐름을 멈추게 하고, 한동훈 비대위원장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 사이의 대결이 되게함으로써 진정한 의미에서의 미래권력 그 비전에로 유권자들의 마음을 향하도록 해서 대한민국 정치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킬 수도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의미도 있다.


하지만 호사가들이 부추기고 언론들이 하나같이 예측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비대위원장 사이의 갈라섬 가능성에 대해서는 달리 생각하고 있다.

우선은 그럴 필요가 없다고 본다.

왜 그러한가? 윤석열 대통령 임기가 아직은 반환점에도 이르지 않은 까닭이니, 아직은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미래권력이라기보단 윤석열 대통령 정부가 처한 지금의 정치적 위기, 더 나아가 대한민국이 처한 복합적 위기를 함께 극복해야할 마치 이원집정부제에서의 대통령과 총리의 관계와 흡사하게 국정을 함께 책임져야 하고 더 나아가 정권재창출까지 이뤄내야할 동반자라고 여겨지는 까닭이다.

또 그런 마음가짐을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지녀야할 뿐만 아니라, 이번 총선 역시 그렇게 외형으론 '한동훈의 이름으로'이지만, 실재론 원팀으로 치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 점에서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도이치모터스 특검법이나 이른바 '디올 파우치 함정몰카 사건' 등에 대한 대응 등에서 보여준 스탠스는 영리했다고 할 정도로 적절하고 지혜로웠다고 보여진다.

더 나아가 용산 대통령실의 비대위원장직 사퇴 요구를 단호히 거부한 것과 서천에서 30분 넘게 대통령을 기다리다 90도 폴더 인사하고 악수한 것 사이가 모순되거나 전혀 어색하게 보이지 않았던 것도 그러하다.

그 모든 것에서 선민후사의 정신에 입각한 칼날 같이 엄정하고 철저한 공익성이 느껴지는 까닭이다.


그래서 혹자는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이번 '3일 사태'로 한동훈 비대위원장 지지로 대거 옮겨갔다고 한탄하지만, 내 가슴 속엔 흔들림 없이 두 사람이 늘 함께 하고 있고, 윤석열-한동훈 지지자들 역시 다들 그러하리라고 나는 굳게 믿고 있는 것이다.

한동훈 긍정 평가 50% 돌파…尹과 엇갈리는 지지율

당정 지지도 '디커플링' 심화

김건희 리스크 언제든 재점화…尹 수세

공천 기싸움 필연적…尹과 거리 두기?


당정 갈등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 현상이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당내에서는 '디커플링'이 심화될수록 윤 대통령과 한 비대위원장 사이 금이 간 신뢰 관계는 더욱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회의론도 조심스레 나온다.


꼬리 내린 듯 보이지만…尹·韓 지지율 격차 더 벌어져


당정 갈등 이후 윤 대통령과 한 비대위원장의 지지율은 계속 엇갈리는 상태다.

한국갤럽이 지난 23~25일(1월 4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 비대위원장에 대해 전체 유권자 기준으로는 52%가 긍정평가했다. 국민의힘 지지자로 좁히면 긍정평가율은 89%로 치솟았다.


한국갤럽은 "김기현, 이준석 등 전임 당 대표들보다 좋게 평가됐고, 긍정률 기준으로만 보면 2012년 3월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 평가와 흡사하다"며 "중도층과 무당층은 약 70%가 윤 대통령을 부정적으로 평가하지만, 한 위원장에 대해서는 긍·부정이 각각 40% 내외로 엇비슷하게 갈렸다"고 분석했다.


집토끼와 산토끼 모두 한 비대위원장에게 쏠려있는 것. 그런 데다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이라는 불씨는 언제든지 재점화될 수 있어 윤 대통령이 더욱 수세에 몰렸다는 평가다.


수도권 초선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김 여사가 왜 사과해야 하느냐'는 분들조차 '한동훈을 저렇게 내치면 우리가 다음에 뭘 할 수 있겠느냐'며 감싸는 정서가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김경율 비대위원이 지난 25일 김 여사가 관여됐다고 의심받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더 이상 밝혀질 것이 없다"고 말한 것을 놓고 '꼬리 내렸다'고 평가하지만, '일견 그렇게 보일 뿐'이라는 반박도 만만치 않다.


김 비대위원이 사퇴 요구를 계속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것 역시 '한동훈이 버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저변에 깔려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결국 총선 국면에서는 부정평가가 압도적으로 높은 대통령에 대해 여당으로서 '거리두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는 인식이 차츰 힘을 얻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0년' 신뢰관계 이미 균열…'3차장' 때와는 다르다?


공천 시즌의 막이 오른 만큼 윤 대통령과 한 비대위원장 사이 생긴 상처가 아물 시간이 없다는 것도 '완전한 화해'를 가로막는 요인이다.

'사천(私薦)은 없을 것', '이기는 공천을 할 것'이라고 양측 모두 말하지만 윤 대통령과 한 비대위원장 모두 '자기 사람'으로 여기는 후보가 공천을 받도록 물밑 싸움을 벌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비대위원장이 선배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히 있지만, 대권 가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이번 총선에서는 다른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의견에 점점 설득력이 더해지고 있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한 비대위원장이 서울중앙지검 3차장 시절 이끌었던 '사법농단 수사'를 공통적으로 언급한다.


"한 비대위원장은 처음에는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결국 윤 대통령(당시 중앙지검장)의 의견에 따라 수사를 시작했다"며 윤 대통령으로부터 돌아서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한 비대위원장은 '처음'이라는 타이틀을 따내면서 돋보이고 싶어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앞으로 갈등이 또 표출되더라도 굽히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한 비대위원장이 사법농단 수사에 대해 무리한 수사라고 생각했을지 몰라도, '헌정사상 첫 사법부 수장(양승태 전 대법원장) 기소'라는 타이틀에 욕심을 냈기 때문에 일단 수사가 시작되자 적극적으로 임했다는 것이다.


당 고위관계자는 "앞으로 두 사람이 공천을 놓고 기싸움을 더 할 것"이라며 "1차전에서는 표면적으로 한 비대위원장이 이겼지만, 대통령실에서 먼저 비공개 회동을 언론에 공개했는데 앞으로 서로 믿고 일할 수 있겠느냐"고 진단했다.


CBS노컷뉴스 박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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