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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중규 Apr 11. 2024

다시 동서로 갈라진 대한민국, 희망은 어디에/ 정중규

승패는 병가지상사(勝敗兵家之常事)라지만,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모두에게 유구무언의 뼈 아픈 참패다.

정당 득표율에 있어선 대등했고, 접전지역도 다수였다지만, 결과적으로 4년 전 총선 참패를 재현하면서 의석수에서 크게 밀렸으니 패배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대파 발언" 하나에 크게 흔들릴만큼 민심은 민생에만 오로지 관심이 쏠려있는데, 적대적 진영정치에 휘말려 들어가 그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한 책임에서 대통령과 국민의힘 모두 자유로울 순 없는 것이다.

물론 한동훈 비대위원장을 비롯해 다들 나름 최선을 다했다고 본다.

특히 다이나믹 코리아에서 특히 정치는 늘상 드라마틱하니, 이번 참패로 절망할 필요는 없다.

지난 총선에서도 이번처럼 참패했었지만 2년만에 치뤄진 대선에서 승리해 정권교체를 하고, 그 다음 지선에서도 대승을 거두었었다.

따라서 패배의 충격을 잘 수습하고 이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정진한다면, 다가올 대선에선 어떠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200석 가깝게 거둔 야권의 성과가 '승자의 저주'라고 오히려 민주당엔 독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건그렇고 그러면서 대한민국은 다시 동서로 쫙 갈라졌다.

이 점이 정치를 통한 사회통합을 꿈꾸고 있는 내겐 더 뼈 아프다.

솔직히 얘기하자면, 총선 결과 그 외피를 한 겹 벗기고 보면 이번 총선 역시 영호남 표 대결이었다.

그것은 두 당 지지자들의 당을 떠난 자(이낙연 설훈 조응천 이원욱 이상민 김영주 도태우 장예찬 최경환 등등)에 대한 거의 무조건적인 철저한 외면으로 반증된다.

서로가 밀릴 수 없다는 위기의식으로 결집해 이른바 텃밭인 호남과 영남은 일단 100% 장악하고서 수도권 대결을 벌였는데, 거기 출향 호남표는 온전히 결집했지만, 출향 영남표는 호남표만큼 결집력이 약해서 밀린 것이다.

거기에다 출향 충청표마저 충청 출신 대통령에 대한 실망감으로 호남표와 손을 잡았던 것이니, 수도권 완패는 당연지사였다.

이것은 내가 무슨 지역감정을 부추기려는 것이 아니라, 부인할 수 없는 엄연한 현실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한반도가 다시 삼국시대로 되돌아가는 느낌이다.

신라가 고구려와 백제를 무력으로 진압해 삼국통일한 것이 고구려인과 백제인들에겐 그토록 큰 상처로 남아있는 것일까.

일제강점기 이후 해방되자마자 하필 동서냉전의 한 복판으로 한반도가 들어가게 되었다.

그러자 먼저 옛 고구려 땅부터 김일성 주도 하에 나눠지면서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이라는 이름으로 독립되어 나갔고, 그 남쪽 땅엔 대한민국이 수립되었다.

그렇게 남북이 대치하다가, 1970년대 접어들면서 호남의 맹주로 자리잡은 김대중 주도 하에 역시 호남지역이 정치적으로 정서적으로 사실상 나눠지면서 백제 복원이 이뤄진다.

말하자면 '후삼국시대 시즌2'가 열린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한번 세워진 장벽은 좀체로 무너지지 않고 있다.

북한이야 말할 나위도 없고, 남한의 두 정당 억시 외형적으론 진보-보수정당으로 보이지만, 사실상 호남당과 영남당이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닌 것이다.

영남 출신인 나 역시 결국엔 지금 국민의힘으로 들어와 있지만, 지나간 내 정치여정은 결코 영남당이 아니었고, 늘 통합정치를 지향했었다.

우리의 정치에 희망이 있을 것인가.

이미 22대 국회를 헌정사 최악의 국회가 될 것이라는 예측을 하고 있지만, 과연 김준혁 같은 이들을 무사 통과시키는, 이재명 조국 같은 범죄자들이 당대표가 되어 국회 전당 속으로 당당히 걸어들어가는 모습을 보며 어찌 절망하지 않을 것인가.

하지만 잃어버린 것보다 찾아 얻은 것이 더 소중하기만 하다.

힘든 싸움에서 생환한 당선자 모두에겐 축하의 꽃다발을, 아쉽게 패배한 모두에겐 위로의 마음을 전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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