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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중규 Apr 21. 2024

노무현 종교, 그 적대적 진영정치 뿌리 / 정중규

지난 4월 16일 안산시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10주기 기억식에 국민의힘 지도부와 함께 참석했다. 며칠을 관련 글을 쓰지 못한 것은 그날의 기억으로 마음이 한없이 무거웠던 까닭이다.

공식 행사 전 안산 단원고 희생학생 250명의 이름을 부르는 시간, 10년 전 사고가 났을 때 진영을 떠나 희생된 학생들이 가슴 아파 추모의 현장과 행사에 기꺼이 함께 했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자식 잃은 부모의 마음이야 무슨 말로 위로가 될 것인가. 진심으로 그들을 위로하고, 광화문 광장에만 가면 만나는 희생학생들의 얼굴을 보며 눈시울이 뜨거워지곤 했었다. 세월호 추모 행사들에도 함께 하며 사회적 치유의 길을 모색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 행사들이 국민 모두가 함께 하며 아파하는 추모의 마음이 담긴 것이 아니라 특정 정파의 정치적 모임으로 변질되어가는 것을 보며, 나도 모르게 그 곳에서 발길을 돌리며 그들 곁을 떠나게 되었다.

그날도 그러했다. 노란 물결 속에 참석한 이들 면면은 죄다 '그 쪽'이었다. 나를 포함한 국민의힘 사람들은 마치 타국에서 온 이방인 같은 생경함에 어색하기만 했다.

특히 그날 국회에서 자주 만났던 국회의원들이 대거 참석했는데, 마침 총선이 끝나고 일주일도 채 되지 않은 날이라 그런지 총선 압승한 민주당 의원들은 죽은 이를 추모하는 자리인데도 불구하고 거리낌 없이 웃고 떠들며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즐거워 하는 모습을 보여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그들에겐 이 또한 당시 민주당대표 문재인의 “미안하다. 고맙다”는 말처럼 단지 한 장의 정치적 카드에 지나지 않는 것인가. 하기는 현재 민주당대표 이재명 역시 이태원 참사 추모대회에서 “고맙다. 미안하다” 했으니 참사조차 정치적 이용물로 보는 민주당의 천박한 인식 그 민낯에 무슨 말이 더 필요할 것인가.

희생된 아이들을 추모하고 기억하자는 취지의 그날 행사도 어느덧 반정부적 성격을 띠어가고 있었다. 특히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추모사는 ‘박근혜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을 같은 사람으로 착각하고 있는가’ 싶을 정도로 마치 윤석열 대통령이 그 사고를 일으킨 것 마냥 성토 일변도였다.

그렇다면 두 정권 사이에 끼어있는 문재인 정권 5년, 2017년 3월 참사 현장 팽목항 분향소에 가서 "얘들아 너희들이 촛불광장의 별빛이었다. 너희들의 혼이 1000만 촛불이 되었다. 미안하다. 고맙다"하며 자신도 모르게 그 정치적 속내를 드러낸 문재인 대통령은 과연 5년 동안 무얼 했다는 것인가.

하지만 내 가슴을 더욱 무겁게 하고 그날의 모임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염려스레 바라보도록 한 것은 다른 곳에 있었다.

나는 그날 현장에서 다시금 ‘노무현 종교’를 보았다. 아니 종교는 어떻게 탄생하는가를 새삼 확인하고 행사 내내 깊은 사념에 잠겼었다.

친인척 비리로 노무현 대통령이 검찰 수사 받기 전까지만 해도 이른바 친노 정치세력은 정권재창출에 실패한 자신들을 스스로 ‘폐족’이라 부르며 바닥으로 내려와 있었다. 그러나 가족 비리를 수치스러워 하며 비극적 최후를 맞은 노무현, 그의 죽음으로 친노 정치세력은 다시 부활하게 되고, 어느덧 노무현 현상은 종교화 되어간다.

그날 행사의 마지막 프로그램으로 4,160명이 함께한 기억 대합창을 보며 순간 아연실색했던 것은 유치원생도 아닌 듯한 꼬마들까지 동원한 것이었다. 저런 꼬마들에게까지 이런 행사에 참여시켜 다른 진영을 향한 적대감 그 씨앗을 심어놓는 정치 ‘짓’ 앞에 나는 할 말을 잃어버렸다.

사실 대통령 노무현이 한국 정치판에 남긴 정치적 폐해가 많이 있지만, 그 첫 번째가 이해찬이 '보수 궤멸'을 외칠 정도로 악화된 적대적 진영정치다. DJ-YS와 박정희 사이에 갈등과 대립이 오랜 시간 이어져왔어도 그것은 소통하는 갈등관계였다. 그래서 DJP연합도 김영삼-김종필-노태우 3당 합당도 가능했다. 하지만 노무현 이후 여야는, 특히 민주당 쪽에서 보수우파진영은 그저 궤멸시켜야할 적대적 존재가 되었다.

그 다음 두 번째 정치적 폐해는 친노(친문까지) 패거리라는 민주주의 정치가 어떠한 것인지도 모르는 철없는 반민주주의 집단을 남겨놓고 하늘나라로 간 것이다. 이들은 고슴도치가 누굴 만나면 무조건 가시를 세우듯, 자신의 울타리 밖을 향해선 모조리 적대감을 드러내며 피해자 코스프레 한다.

그것이 문재인 정권에 와서는 극도의 갈라치기 정치로 실현되어 대한민국 국민을 반으로 갈라놓더니, 이제 그보다 더한 진핵이 나타났으니 지금 이재명을 따르는 정치집단 친명계와 개딸들이다. 이들은 민주주의 정치란 다른 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공존의 윤리가 그 바탕임을 전혀 모르는 그냥 이기적인 무리일 따름이다. 말하자면 노무현 종교가 극렬화되면서 만들어진 신흥종교 광신도들이다. 우리의 정치가 어디로 갈지 행사 내내 가슴이 한없이 무겁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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