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인간의 창의력이 만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AI 시대에 인간의 역할은 무엇이며 미래 우리 삶은 어떻게 펼쳐질지 다양한 전망이 쏟아지는 가운데, 매년 3월 텍사스 오스틴에서 개최되는 South by Southwest(이하 SXSW)는 많은 시사점을 안겨준다. 1987년부터 시작된 SXSW는 세계 최대 기술·문화·예술 융합 이벤트로, IT부터 영화, 음악 등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총망라하는 축제의 장이 펼쳐진다. 올해는 3월 8일부터 16일까지 8일간 개최되었으며, 크리에이티브 인더스트리 최고 수준의 창의적 인재들과 파격적 실험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SXSW를 현장 취재한 리포트¹에 따르면, 2024년은 ‘기술+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전환점이 된 해이다. 누구나 2023년부터 본격화된 ChatGPT 발 생성형 AI 열풍이 크리에이터 시장의 판도를 바꾸리라고 예상했지만, 생성형 AI가 크리에이터 생태계를 실제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를 SXSW 2024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생성형 AI의 가장 큰 특징은 사람의 언어로 대화가 가능하며 무궁무진한 콘텐츠를 글, 이미지, 영상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생성형 AI가 글, 이미지를 넘어 영상 표현까지 가능해지며, 제작 과정에서부터 소비자 개개인과 상호 소통하며 개인맞춤·인터렉티브형 콘텐츠가 만들어지고 있다.
(왼) SXSW 2024 콘퍼런스 모습 (출처: Guerilla Suit)
(오) 생성형 AI를 활용한 영상 콘텐츠 ‘The Golden Key’ 상영 모습 (출처: Julie JAMMOT)
제작 과정에서 소비자와 소통하며 개별화된 콘텐츠를 생산하는 다양한 시도를 SXSW 2024 체험관에서 만날 수 있었는데, 대표적인 예가 크리에이터 Marc Da Costa와 Matthew Niederhauser가 제작한 ‘더 골든 키(The Golden Key)’이다. 이 콘텐츠는 확장현실(eXtended Reality, XR) 기술을 활용, 관객들에게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며 이번 SXSW에서 확장현실 심사위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² 체험관에 들어서면 관객들은 작은 컴퓨터 단말기 앞에 앉게 된다. 벽면에는 거대한 XR 스크린이 위치해있고 그 안에서 펼쳐지는 장엄한 스토리를 감상하는 동안 관객 앞에 놓인 단말기에서는 개인에게 던지는 간단한 질문들이 나타난다. 이에 답을 하면 AI가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전체 이야기 흐름에 변화를 일으키며, 개인마다 고유하게 제작되는 작품을 만나게 된다.
글로벌 XR 시장 규모가 지난해 401억 달러에서 2028년 1,115억 달러로 크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³ SXSW 2024에서도 다양한 장비가 활용되면서 이제는 크리에이티브 인더스트리에서 XR 테크가 아니라 XR 경험과 콘텐츠가 핵심이라는 사실을 보여줬다. AI 기술과 다양한 장비의 향연 속, 결국 현장에서 관객들을 모으고 인기를 끈 콘텐츠는 참신한 아이디어, 몰입감 높은 스토리라는 콘텐츠 역량을 갖추고 있었다. 기술의 발전과 보급이 대중화된 단계에서 결국 문제는 기술을 활용한 창의적 발상과 스토리 전개라는 전통적 해답을 SXSW 2024에서 분명히 확인할 수 있었다고 현장의 전문가들은 평가했다.⁴
SXSW 현장에서는 또한 세계 정상급 연사와 유명 인사들의 인사이트 넘치는 토론과 강연을 직접 들을 수 있었다. SXSW 2024 기조연설에서는 AI 시대 핵심 이슈가 된 다양성·형평성·포용성(이하 DEI; Diversity, Equity, Inclusion) 문제가 다뤄졌다. 구글의 AI 모델 ‘제미나이’가 인간의 편견과 혐오, 차별을 답습하고 확대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고, DEI는 AI 시대를 맞는 기업과 개인에게 매우 중요한 이슈가 되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처럼 SXSW 2024은 AI가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적용되고 있는 구체적 사례들과 함께 AI 시대를 맞는 기업과 개인의 고민과 방향을 논의할 수 있는 자리를 제공했다.
이어 개최된 콘퍼런스에서 기술이 인간을 넘어서는 특이점[Singularity]이 온다는 대담한 주장을 했던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을 포함해 여러 전문가와 인사가 등장해 인사이트를 제공했다. 레이 커즈와일은 오는 6월 25일 출간 예정인 신간 “The Singularity is Nearer When We Merge with AI”에서 AI가 인간 수준의 지능에 도달하는 시점이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더 가까운 미래인 2029년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그는 인간은 ‘창의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AI의 지능이 인간보다 높아져도 대체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미래 일자리 전망을 언급했다. 또한 미래에는 부를 분배하는 새로운 방법을 갖게 될 것이기 때문에 더 평등한 사회가 될 것이라 보았다.
1) TheMiilk(2024), SXSW 2024 스페셜 리포트: 상상력 르네상스
2) Charlie Fink, “SXSW 2024: XR That Makes You Go ‘Wow’”, Forbes, 2024.3.25.
3) MARKETSANDMARKETS(2024) Virtual Reality Market by Technology (Non-immersive, Semi & Fully Immersive), Offering, Device Type (Head-mounted Devices, Gesture Tracking Devices, Projectors & Display Walls), Application and Region - Global Forecast to 2029
☑️ 생성형 AI 기술의 가속화로 크리에이티브 산업계는 지각변동을 겪고 있다. 소비자와 상호작용을 통한 콘텐츠 제작이 가능해지며, 영화, 게임, TV 프로그램 등의 콘텐츠가 개인화한 맞춤형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최근 한류로 대표되는 K-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SXSW 2024에서 한국공동관을 운영하며 비즈니스 상담 총 199건, 수출 상담액 1,661만 달러(한화 약 219억 원)를 기록했다고 한다.⁵ 기술의 발전으로 새롭게 열리고 있는 미래 기회에 보다 많은 관심과 투자가 필요하다.
☑️ AI 시대 인간의 역할은 무엇일까? 많은 참석자들은 이번 SXSW 2024에서 AI로 인해 스토리 측면에서 다양성과 풍성함이 배가 되었다고 평가했다. AI로 여러 실험이 이뤄지면서 인간의 표현과 경험이 다양해지고 있다. 그동안 AI가 인간을 대체하는 것을 우려해 왔다면 이제 AI와 인간이 만나 새롭게 열리는 가능성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AI가 인간의 지능을 능가할 때 인간이 인간으로서 살아남으려면 AI를 뛰어넘는 창조성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AI는 이 창조성을 증폭시켜준다. AI로 인해 미래 일자리 불안이 증폭되는 가운데 SXSW 2024는 개인과 기업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 AI시대 DEI(Diversity⸳Equity⸳Inclusion) 문제가 더욱 중요하게 대두되고 있다. 기업에게 DEI는 지켜야 할 원칙을 넘어 비즈니스 전략 차원으로 부상했다.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은 미래에 부를 새로운 방식으로 분배하며 더 평등한 사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AI 기술이 발전할수록 플랫폼을 중심으로 개인화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산업 구도가 확대되면서 사회는 더욱 파편화되는 현실이다. 이는 ‘다름’에 대한 이해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