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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중규 Jun 01. 2024

민주화추진협의회 결성 40주년 기념식 / 정중규

민주화추진협의회 결성 40주년 기념식

2024.5.22. 오전10시30분.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

세월은 얼마나 빠른가. 벌써 40년..이십대 피끓는 청년이었던 내가 법정 노인이 되었으니..

5공화국 시절인 1984년, YS가 민주화추진협의회를 결성하자 나는 부산민주화추진협의회에 조심스럽게 회원으로 가입 하면서 내 나름 본격적인 민주화운동에 들어갔다.

그 때가 어떤 시절인가.

당시 부산 수영동에서 내가 건재상을 하고 있었는데, 하루 업무를 마치고 셔터 내리고 내가 참으로 좋아했던 수영팔도시장으로 휠체어 굴리며 나들이 가면 내 뒤를 말없이 미행하는 사람(형사였으리라)이 보이곤 하던 그런 시절이었다.

단재 신채호는 "역사란 '아(我)'와 '비아(非我)'의 투쟁"이라 했는데, 헤겔식으로 표현하자면 정반합(正反合)의 변증법적 과정인데, 대한민국이 오늘날 같이 선진국이 된 것에는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이 상호보완하며 서로가 서로를 과유불급하지 않도록 지켜줬기 때문에 가능했으리라.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대한민국도 일제로부터 해방되어 개국했지만, 전세계적으로도 제3세계 식민지에서 신흥국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는데, 그들은 대체적으로 곧장 장기집권 독재국가로 나아갔었다.

그리고 그들 나라의 대부분은 그런 독재정치 속에 부패의 나락으로 떨어지며 후진국의 늪에 깊이 빠져 헤어날 줄을 몰랐다.

건국 대통령 이승만, 산업화 대통령 박정희, 당시 제3세계에선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지도자였지만, 그럴지라도 4.19혁명이나 민주화운동 등으로 브레이크를 걸지 않았더라면, 어느 권력이나 특히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말 그대로 브레이크 없는 차처럼 그 권력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그처럼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은 서로가 서로를 과유불급하지 않도록 지켜주었던 것이고, '모든 것이 합하여 선을 이룬다'는 성경의 말씀처럼,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결과적으로 각자 고유한 역할을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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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추협 결성 40주년…“초심으로 돌아가자”, 非민주 정치권에 ‘경종’

김덕룡‧김무성‧이석현‧정대철…정치권 향한 작심 발언 ‘눈길’


“나는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 자유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의 무궁한 영광을 위해 충성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


으레 큰 행사 때 들려오는 국기에 대한 경례지만, 22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된 민주화추진협의회(민추협) 결성 40주년 기념식에서 울려 퍼지는 울림은 또 다르게 와닿았다는 평가다.


“국민이 자신의 정부를 선택할 수 있고…”


민추협 위원인 이성헌 서대문구청장이 낭독한 민주투쟁 선언의 한 대목처럼 민추협이 있음으로 인해 ‘국기에 대한 경례’에서 나오는 자유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민주주의 길을 열어젖힐 수 있었기 때문이다.


“거짓과 위선, 내로남불로 국민의 조소와 지탄의 대상 안타까워”


그 감회를 안고 개회사의 포문을 연 김덕룡 민추협 공동이사장은 민추협 뜻의 초심을 되새겼다. 특히 차분한 목소리로 낮고 조용하게, 절절함을 담아 당부한 김 이사장의 강조점은 어느 하나 놓치기 어려운 주옥같은 일침을 부드럽지만 매섭게 전달하고 있었다. 오늘날 정치에 있어 많은 시사점을 안겨주고 있었다는 견해다.

 

“민추협 40주년을 맞이하니 만감이 교차할 수밖에 없습니다. 민추협은 ‘국민이 자신의 정부를 선택할 수 있고 시민의 참여가 보장되는 민주정부의 수립을 위해 민주화는 더 이상 지체될 수 없다는 판단 아래 이를 위한 민추협을 발족한다’면서 ‘민주화를 위해서라면 그 누구와도 연대할 수 있으며 그 어느 집단 또는 개인과도 연대할 것이다. 우리는 마침내 쟁취한 민주주의를 역사와 국민에게 그리고 모든 고난과 희생은 우리 것으로 하는 헌신을 우리 활동의 기초로 삼고 투쟁한다’고 민추협 발족문에서 선언했습니다.


민추협의 발족과 활동으로 당시 민주화 투쟁의 중심이 재야에서 정치권으로 옮겨왔으며 1984년 12월 20일의 신한민주당 창당, 1985년 2월 12일의 2‧12 선거혁명, 86년 1천만인 직선제 개헌 서명운동 그리고 87년의 6월항쟁으로 이어지는 민주화 투쟁의 장엄한 민주화 역사를 창출합니다. 과연 대도무문의 길이었습니다. YS 김영삼 총재의 무기한 단식투쟁에서 6월항쟁의 승리로 이어지는 역사가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가장 자랑스럽고 빛나는 역정이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그때 김대중 선생의 뜻을 받들어 민추협의 활동에 적극적이었던 여러분들의 활동은 또 얼마나 눈부셨습니까. 김영삼 총재 다음으로 바쁘게 움직였던 분이 아마도 김대중 선생의 뜻을 받들어 국내에서 주도적으로 활동한 김상현 선생이 아니었던가 싶습니다. 선거 혁명을 이뤄내는데 종횡으로 혁혁했던 그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그 역사의 현장에서 함께 고난의 역정을 함께 헤쳐 나왔던 동지들이야말로 진정한 민주화의 투사였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 장엄한 역사적 투쟁의 한가운데서 이 나라 민주화 투쟁의 대장정을 이끌었던 김영삼 대통령의 묘비의 마지막은 이렇게 새겨져 있습니다. ‘우리가 그렇게 쟁취하고 이룩해 냈던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40년이 지난 오늘 과연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어디에 서 있습니까. 하늘을 우러러 땅을 굽어 한 점 부끄러움 없이 당당하고 떳떳했던 우리들 민주세력이 지금도 국민과 역사 앞에 자신들을 그때처럼 내세울 수 있습니까. 그 누구보다도 정의롭고 도덕적이었던 민주화운동 세력이 오늘에도 과연 다른 사람의 눈에 정의롭고 도덕적으로 비쳐지고 있습니까.


오늘날 민주세력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과연 조국의 슬픈 현실을 붙들고 한 번쯤 밤새워 눈물을 흘린 적이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오늘 우리는 어디에 서 있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거짓과 위선, 내로남불로 국민의 조소와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오늘 민추협 40주년을 맞아 새삼 민추협 그 시절의 초심이 그립습니다. 지금이라도 그때의 초심으로 돌아가자고 있는 힘을 다해 호소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비민주로 흐르는 정치권에 대해 경종 울리는 일 해나갈 것”


다음으로 김무성 민추협 공동회장은 일선 정치권을 향해 작심 발언을 쏟아내며 앞으로 민추협이 잘못된 현실을 바로잡기 위해 어떤 활동을 해야 할지 관련 짧지만 강하게 포효했다


“오늘은 현역 의원들께서 많으시기 때문에 저는 꼭 드리고 싶은 말씀, 한 말씀만 드리고 내려가겠습니다. 민추협의 정신은 민주주의를 실현하겠다는 정신입니다.


그런데 작금의 우리 정치는 때로는 비민주, 때로는 반민주 정치로 민주주의 정신이 훼손되고 있습니다.


인류의 수천 년 역사의 교훈은 국민들이 인권을 누리고 개인의 자유와 창의가 보장되는 민주주의 체제야말로 최선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정치가 비민주 반민주 분위기로 흐르면, 부정이 싹트고 사회가 혼란해져서 결국 국민들이 고통 받는 현상이 발생하고 맙니다.


그때마다 이를 바로잡으려는 저항 운동이 일어났다는 것을 역사가 증명하고 있습니다.


우리 민추협은 비민주로 흐르는 정치권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일을 지금부터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바로 민추협의 정신이기 때문입니다.”

 

이석현 민추협 공동회장은 인사말을 하는 동안 시종일관 웃음을 잃지 않으면서도 현 정치권이 극단의 냉전으로 치닫고, 민주주의가 실종돼가고 있는 것에 크게 아쉬움을 표하며 후배 정치인들을 향해 대화와 타협의 바른 정치로 나아가기를 바라마지 않았다.


“정치는 대화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대화의 정치를 통해 국민에게 감동을 줬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날의 정치는 너무 각박하고 맨날 싸우기만 하는 느낌입니다. 아쉽습니다. 예를 들면 야당은 국익을 위해 여당이 하려는 일에 동조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최근 김건희 여사가 캄보디아 총리 내외를 만나며 공식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명품백 논란도 있지만 퍼스트레이디로서 캄보디아의 심장병을 고쳐준 것은 잘한 일인데 왜 그것마저 비판해야 합니까. 국익을 먼저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여당 또한 야당이 뭐라고 하면, 노무현‧문재인 정부 때는 이런 일 없었냐고 반박하던데, 꼭 그래야 되겠습니까.


사실 관계를 떠나서 여야 간 합리적 대화가 필요합니다. 서로 간 인정도 하는 게 정치라고 생각합니다.”


“국민에 희망 준 민추협처럼, 헌법기관 답게 바로세우고 개헌‧선거구제 개편해야”


민추협 행사 때마다 거의 빠지지 않고 들려 축하를 해주는 정대철 헌정회장은 민추협의 성과와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 숫자를 붙여 일일이 열거하며 직간접적으로 현실 정치의 문제점을 꼬집어나갔다.


“민추협은 뭘 했는가. 저는 6가지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당시 민주화에 대한 희망을 국민한테 심어줬습니다. 두 번째 군인들은 국방으로 돌아가는 것을 확정지었습니다. 그리고 사실상 그렇게 만들었습니다. 세 번째 정치는 민간인에 의해 해야 된다, 민간인에 의한 민간인의 정치를 만드는 데 초석을 다졌습니다.


네 번째 생명, 인권, 재산권 등 국민 기본권의 개념을 확실히 드러내는데 역할을 다했습니다. 다섯 번째 민주주의 기본 이념인 자유민주주의와 사회 정의를 함께 실현해야 한다는 개념을 국민한데 각인시켰습니다. 여섯 번째 투쟁 방법을 투트랙으로 했습니다. 하나는 비폭력 저항운동과 범국민적 투쟁 연대 방법으로써 노동자, 농민, 도시 서민, 지성인, 청년, 학생, 종교인, 운동권, 재야 등을 다 합치고 똘똘 뭉쳐 진행했다는 것입니다.


또 한편으로는 지혜롭게 의회 내에서 투쟁을 했습니다. 신민당(신한민주당)을 만들고 2‧12 총선에서 압승함으로써 6‧10 민주항쟁과 6‧29 선언을 통해 직선제 개헌을 쟁취했습니다. 김영삼 정권, 김대중 정권이 나올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민추협이 핵심적 역할을 했다는 사실입니다.


자, 그러면 앞으로는 민추협이 해야 할 다섯 가지에 대해 말하겠습니다. 첫째는 현 정치가 정당의 민주화가 되도록 하는데 앞장서야 합니다. 지금은 당 대표가 뒤에서 하향식으로 누르고 공천을 줍니다. 국회의원들을 꼼짝 못 하게 합니다. 헌법기관 답지 못한 모습입니다. 이런 것들을 고쳐야 합니다. 여야가 경상도당, 전라도당으로 지역 정당으로 전락해버렸습니다. 이를 극복해 전국정당화 하도록 이끌어줘야 합니다.


두 번째 제왕적 대통령제를 바꿔야 합니다. 내각제든, 이원집정부제든, 4년 중임제든 이 나라의 민주정치가 제대로 작동되도록 해야 합니다. 세 번째는 민의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는 소선거구제를 바꿔 다당제가 돼 비례제의 대표성을 늘리고 사표를 방지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선거구제를 바꿔야 합니다. 네 번째는 우리나라 헌법에 보장된 복지와 분배 평등이 제대로 도입되고 우리 헌법에 보장되도록 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작금의 정치는 민주주의가 퇴색돼 만남의 문화, 토론의 문화, 타협의 문화, 상생의 문화, 통합의 문화가 없습니다. 그래서 민주 정신이 실종된 상태입니다. 이런 것들이 바로 설 수 있도록 민추협의 후예들이 노력해야 합니다.”


“1980년대 민추협 성공, 대안세력 있기에 가능” …새삼 일깨워줘


흡사 김덕룡 이사장으로 시작돼 정대철 회장까지 현실 정치권을 향한 따끔한 메시지들이 애정어리지만 엄중하게 좌중을 압도해나는 분위기였다. 한편으로 각 당을 대표해 참석한 일부 정치인들은 각자의 이해 방식으로 아전인수식 접근을 한 것은 아닌가 싶어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이를 의식한 듯 40주년 행사답게 많은 현역 정치인들 참석해 준 것에 고마움과 의의를 갖는다고 한 인사는 말했다.


이날 민추협 행사는 김영삼‧김대중 재단과 권영세‧김영호 의원 등의 도움을 받아 진행됐다. 이재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각 당 현역으로는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 민주당 우원식 전 원내대표, 조국혁신당 황운하 원내대표, 개혁신당 허은아 대표, 윤상현‧주호영‧권영세‧최형두‧정희용‧천하람 의원 등이 참석했다. 권노갑 민추협 공동이사장은 건강상의 문제로 참석하지 못했고, 이재명 대표는 영상 축사로 대신했으며 사회는 조찬옥 민추협 총장이 진행했다.


강원택 서울대 교수는 행사 후반 특강에서 1960‧70년대와 달리 80년대 민주화를 실현할 수 있던 결정적 원인으로 김영삼‧김대중이라는 대안세력이 있었기 때문인 점에 주목해 지도자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일깨워줬다.


경선을 통해 국회 전반기 차기 국회의장으로 선출된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전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이 대표발의한 민추협 유공자법이 통과될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취지로 말해 기대를 안겼다.


 시사오늘 윤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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