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해보면, 어쩌면.
이제는 만나지 않는
이들과 함께 갔던 밥집과 거리를
터덜터덜 걸으며 집으로 가는 길
이런저런 생각이 떠오른다.
친구와 헤어지고
집으로 향하는 길의 여운이 부른 건지
근사하게 차려진 밥상을
비우고 남은 텅 빈 그릇이 허전해 보였는지
머릿속 기억들이 펑, 펑, 펑
날 붙잡아주던 말들
어린 시절의 사진들
고민하던 날들의 글
망해 사라진 카페와 가게들
참 아쉬웠는데 참 좋았는데
그 말들을 다시 들어도
그 사진을 다시 봐도
글을 다시 읽어도
남아있는 가게를 다시 찾아가도
그때 그 느낌이 아니야
더는 내게 위로가 되지 않는다.
나의 혀를 자극하지 못하고
나의 눈을 잡아두지 못한다.
그 맛이 안 난다.
지금도 지나가면
그렇게 여기게 될 거라고
우리 조금 솔직해져요
사실 그때
그렇게 좋지 않았을지도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