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문가 리더십과 전략 없는 내재화
많은 대기업이 'AI 전환(AX)'을 시대적 과제로 삼고 별도 조직을 신설하며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지켜보는 AX의 실상은 혁신이라기보다 오히려 '기술 부채'의 축적에 가깝습니다. 인공지능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리더십, 시장 상황을 무시한 무리한 내재화, 그리고 검증 체계 없는 코딩 장려가 결합할 때 기업의 AX는 어떻게 무너지는지 분석하고, 진정한 성공을 위한 전략적 경로를 제언하고자 합니다.
최근 많은 제조 및 엔지니어링 기업들이 '구매 공급망 최적화 AI'나 '실시간 현장 안전 관리 Vision AI'를 자체 개발하려 노력합니다. 하지만 냉정하게 시장을 살펴보면, 이러한 기술들은 이미 글로벌 시장에 성숙한 범용 솔루션(Commodity AI)이 수없이 존재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기업이 '우리만의 특수성'이라는 환상에 빠져 바닥부터 코드를 쌓아 올리는 방식을 고집합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지점은 파괴적인 비용 구조입니다. 시간당 15만 원에서 18만 원에 달하는 고부가가치 인력들을 투입해 이미 시중에 상용화된 기술을 다시 만드는 것은 명백한 자원 낭비입니다. 1년만 잡아도 수십억 원의 인건비가 소요되지만, 결과물은 수만 개의 케이스를 학습한 글로벌 전문 기업의 솔루션을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단순히 개발비만 문제가 아닙니다. 진짜 손실은 '기회비용'에서 발생합니다. 그 막대한 자원을 우리 기업만이 가진 독보적인 설계 노하우나 핵심 공정 최적화 엔진에 투입했다면 얻었을 초격차 경쟁력이, 이미 세상에 존재하는 도구를 다시 만드느라 증발하고 있는 것입니다. 기술적 난이도와 시장의 성숙도를 구분하지 못하는 비전문가 리더십 아래에서, 내재화는 '혁신'이라는 보고용 성과를 내기 위한 가장 안일하고도 값비싼 선택지가 됩니다.
AX 조직의 성과는 마땅히 '실질적인 생산성 향상'이나 '비용 절감액'이라는 화폐 가치로 측정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많은 기업에서 '기술 개발 진척도'나 '자체 모델 보유 여부' 자체가 KPI가 되곤 합니다. 목표가 '돈'이 아닌 '행위'에 머물 때, 조직은 기형적으로 변하기 시작합니다.
특히 인공지능이나 도메인 지식이 부족한 임원들에게 '기술 개발 과정'은 가장 훌륭한 방어막이 됩니다. '설비 이상 징후 탐지 AI'를 10년째 개발하고 있다는 어떤 기업을 예로 들면, 그 기술은 이미 비즈니스 자산이 아니라 '예산 확보 및 임원 임기 연장용 명분'으로 전락했음을 의미합니다. 외부 솔루션을 도입하면 3개월이면 끝날 일이기에, 리더들은 본인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오히려 내재화를 선택하고 개발 기간을 무한히 유예합니다.
"현재 알고리즘을 고도화 중이다" 혹은 "현장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는 말은 책임 회피와 차기 계약 연장을 동시에 가능케 하는 마법의 문구입니다. 이는 기업의 장기적 이익보다 개인의 안위를 우선시하는 전형적인 '대리인 문제'입니다. 10년 동안 투입된 막대한 M/H 비용은 결국 시장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우물 안의 코드' 속에 매몰되고, 그 사이 기업은 글로벌 기술 경쟁에서 완전히 도태되고 맙니다.
최근 유행하는 '전 직원 AI 코딩' 장려 정책 역시 매우 위험한 시한폭탄입니다. 코딩의 본질인 논리와 검증 체계를 모르는 비전문가들이 생성형 AI 툴을 활용해 결과물을 뚝딱 만들어내는 이른바 '바이브 코딩(Vibe Coding)'은 겉모양은 그럴듯해 보일지언정, 산업 현장에서 요구하는 엄격한 신뢰성을 결코 담보할 수 없습니다.
엔지니어링 데이터는 사소한 수치 오차나 예외 처리 미비만으로도 대규모 사고나 공정 중단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엣지 케이스(Edge Case)에 대한 철저한 검증 없이 "돌아가니까 됐다"는 식으로 만들어진 코드가 현업에 난립하는 것은 향후 감당하기 어려운 '기술적 부채'가 될 것입니다. 문제가 생겼을 때 디버깅할 수도 없고, 만든 이가 떠나면 유지보수조차 불가능한 쓰레기 코드가 쌓이게 됩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툴들의 '파편화'입니다. 직원 개개인이 자신의 업무 편의만을 위해 만드는 짜잘한 프로그램들은 '그림자 IT'를 양산합니다. 이는 기업 차원의 데이터 통합이나 업무 효율화와는 거리가 멀며, 오히려 데이터의 흐름을 단절시키고 전체 시스템의 복잡도만 높여 진정한 의미의 전체 최적화를 방해합니다. 인하우스 코드의 난립은 혁신이 아니라, 통제 불가능한 디지털 무질서를 초래할 뿐입니다.
진정한 AX는 직원들에게 코딩 교육을 시키는 차원을 넘어, '회사의 전체 업무 프로세스를 근본적으로 분석하고 자동화의 타겟을 전략적으로 설정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첫째, BPR(Business Process Re-engineering) 기반의 접근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코드 한 줄을 쓰기 전에 회사의 가치 사슬(Value Chain)을 샅샅이 분석하여, AI가 인간을 완전히 대체하거나 보안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영역을 식별해야 합니다. 단순히 개인이 편해지는 '유틸리티'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조직의 워크플로우 자체를 재설계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둘째, 완전 자율화를 지향하는 '에이전트' 개발에 집중해야 합니다. 직원이 자신의 일자리를 보존하기 위해 적당히 보조적으로 만드는 툴이 아니라, 특정 공정이나 행정 프로세스 전체를 종단 간(End-to-End) 관장하는 고수준의 에이전트 시스템을 지향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실질적인 인력 효율화와 생산성 혁신이 가능해집니다. 파편화된 툴 1,000개보다, 핵심 업무를 스스로 수행하는 완결형 에이전트 하나가 기업의 운명을 바꿉니다.
셋째, 인력의 전략적 재배치와 동기 부여가 병행되어야 합니다. 자동화로 확보된 인력을 AI가 대체할 수 없는 고도의 전략 수립, 창의적 설계, 혹은 복잡한 현장 문제 해결 영역으로 이동시키는 거시적인 인사 전략이 필요합니다. 자신의 업무가 자동화되는 것을 '도구'로만 인식하게 하는 현재의 방식은 결국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가짜 자동화'에 머물게 할 뿐입니다.
AX의 본질은 화려한 알고리즘이나 전 직원의 코딩 실력이 아니라 '일하는 방식의 근본적 변화'에 있습니다. 리더십은 더 이상 '기술 개발'이라는 행위 뒤에 숨어 자신의 임기를 연장하는 행태를 멈추어야 합니다. 대신 실질적인 생산성 향상과 현장의 문제 해결이라는 냉정한 ROI 관점에서 조직을 재편하고 자원을 배분해야 합니다.
바퀴를 다시 발명하느라 소중한 인재들의 시간을 낭비하지 마십시오. 이미 만들어진 바퀴는 빠르게 도입하고, 그 바퀴를 달고 우리 기업이 경쟁사보다 어디로 더 멀리 달려갈지를 고민하는 것이 AX 리더십의 본분입니다. 진정한 혁신은 더 많은 코드를 쓰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프로세스를 과감히 삭제하고 AI가 주도하는 새로운 질서를 세우는 결단에서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