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첩 Dec 25. 2020

옷은 적게, 티슈는 많이

해외출장과 비염


+오래전 이야기입니다


어머, 수첩 님 짐 아직 못 받으셨어요?”

해외 출장을 갔을 때 관련된 회사 담당자가 제가 끌고 가던 캐리어를 보더니 한 말입니다. 출장 목적지까지 가는 길에 환승해야 하는 도시에서 하루 동안 비행기가 뜨지 않았었습니다. 그래서 하루 동안 체류를 했었는데요. 그러다 보니 부치는 짐으로 보낸 것들이 다시 운항을 하게 된 환승 항공편으로 제대로 연결되지 않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그 무렵 저와 환승지에서 같은 도시로 온 사람들이 부치는 짐을 받지 못한 경우가 종종 있었죠. 저 담당자가 물을 때는 출장 일정이 거의 끝나갈 때였고, 대부분 늦게나마 받지 못한 짐을 받았을 때였습니다. 하지만 다행히 제 짐은 처음부터 제대로 나왔었거든요. 제가 잃어버리지 않았다고 하자 그 담당자분은 다시 묻습니다.


“그럼 어디 공항 근처에 맡겨두고 오셨어요?”

소지품을 넣은 작은 가방과 지퍼로 여닫는 어깨에 맬 수 있는 기내 가방, 그리고 남들보다 조금 작은 캐리어가 제 짐의 전부였습니다. 사실 저는 이 캐리어가 그렇게 작은 편인 줄도 몰랐습니다. 집에 있던 걸 그냥 가져온 건데 다른 사람들이 가지고 온 캐리어(아마도 25인치 정도 될)보다 좀 더 작더군요. 아직도 부모님 댁에 있을 그 캐리어 사이즈가 어떻게 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이게 제 짐 전부라고 하자 그 담당자는 엄청 신기한 듯이 제 캐리어를 가리키며 말하더군요.


“수첩 님 그거 요술 캐리어예요?”

당시 겨울이어서 옷도 두꺼울 텐데 거의 일주일 동안 매일 바뀌던 옷이 어떻게 저 안에 다 들어갔냐면서요. 매일 다르게 입긴 했지만 옷 자체가 바뀐 건 아니었습니다. 터틀넥에 카디건, 바지를 입었으면 다음날은 전날 입었던 터틀넥에 소매 없는 원피스를 입는 식이었습니다. 겉옷은 패딩 하나만, 그것도 입고 있었고요. 여행 갈 때도 그렇지만 출장 갈 때도 옷에 그렇게 신경을 쓰는 편은 아닙니다. 상대방한테 예의를 갖출 정도만 챙겨 입는 편입니다. 아, 옷에 신경을 쓰긴 합니다. 춥거나 더운 환경에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서 조금 두꺼운 것, 조금 더 얇은 것 하나 정도 옷을 더 챙깁니다. 


옷을 많이 챙기지 않는 대신 비염 때문에 챙겨야 할 것들이 남들보다 조금 더 있습니다. 특히 출장은 여행보다 더 신경 써서 챙기곤 합니다. 제 비염을 비롯한 건강상태에 따라 제 맘대로 일정 조절이 힘들기 때문이죠.

여행용 티슈를 제가 좋아하는 제품으로 넉넉하게 챙깁니다. 사실 티슈가 없는 상점은 없으니 사기 어렵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일을 하러 가는 것이기 때문에 여행하듯이 내가 필요할 때 편의점을 들르기 힘들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부드러움이나 두께 정도가 만족스럽지 않은 것도 있고, 가끔 진짜 뽑을 때마다 먼지가 유난히 많이 나거나 표면이 거친 티슈도 있습니다. 

마스크도 좀 챙깁니다. 지금이야 필수품이 됐지만 일상생활에서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마스크를 끼는 건 동아시아권 정도밖에 없던 것 같습니다. 저도 다닐 때보다는 숙소나 비행기에서 끼려고 챙겼습니다. 보통 건강마스크라고 하는 얇은 일회용 마스크를 몇 장을 챙깁니다. 숙소에 들어가면 코가 잘 막혔는데 이때 미스크를 쓰면 도움이 되더군요. 

여러 상비약과 함께 반드시 항히스타민제도 챙겼는데요. 최소 출장일수 보다 하루 정도치를 더해서 챙겼습니다.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알만한 유명 상표의 제품을 사서 챙겼었는데요, 짐 검사를 열심히 하는 공항에서 괜히 곤란해지지 말아야겠다 싶어서였습니다. 

실제로 오래전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요즘 시기에 해외 출장 생각을 하니 더 오래된 이야기인 것 같네요.


지난해에는 한 주에 한 번씩 글을 썼으나 올 해는 조금 게으르게 2주에 한 번씩 글을 써서 올렸습니다. 지난해보다는 좀 더 편해진 마음으로 천천히 써 봤는데요. 겨울 동안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걸 조금 쉬고 따뜻해지면 다시 써 보려고 합니다. 다시 비염 이야기를 쓸지, 연필이와의 이야기를 쓸지, 또 다른 이야기를 쓸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오늘은 성탄절입니다.
종교는 없지만 매해 이 때쯤 한 해 마무리를 하면서 이런 저런 감상에 빠지곤 했었는데. 올 해는 그냥 하루 하루를 지내다 보니 성탄절이 됐네요.
그래도 새해를 앞두고 있으니, 바람 같은 건 가져볼까 싶어요. 글을 읽어 주시는 분들도, 저도 무탈하게 건강히, 괴로운 일이 부디 없었으면 합니다. 지금의 이 상황도 내년에는 부디 좀 더 좋아지길 바랍니다.한 해 마무리 잘 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매거진의 이전글 물음표 살인마의 결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