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 이혼 소장은 갑자기 날아옵니다. 우선 마음을 가다듬고, 당장 뭐부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순서'가 중요합니다. 원인과 결과, 이성과 감정이 뒤섞이면 제대로 된 판단을 하기 어렵습니다. 지금부터 말씀드리는 순서대로 차근차근 논점들을 정리하면 대응도 차분히 전략적으로 할 수 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직장으로 서울가정법원에서 2022드합0000호 이혼 및 위자료 청구 등이란 제목이 적힌 문서(소장)를 받게 되었습니다. 이미 예상했던 일일 수도 있으나, 직장으로 보냈다는 사실에 이미 이성을 붙잡기 어렵습니다.
일단은 읽어 봐야 합니다. 나중에 변호사한테 가더라도 당장 내 인생이니까요. 서류의 제목, 목차부터 내용까지 하나하나 살펴봅니다.
가) 먼저 제목이 이혼 조정 신청인지, 재판상 이혼 청구(소장)인지 살펴봅니다.
이혼 조정 신청은 대개 신속한 이혼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당사자 모두 이혼 의사가 확고하고 재산분할이나 양육권 등에 관한 다툼의 소지가 적을 때 조정으로 신속히 이혼을 마무리하려는 것이지요.
하지만 서로 미리 논의한 상황이 아닌데 한쪽에서 갑자기 이혼 조정을 신청했다면, 가능성은 대개 둘 중 하나입니다. 상대방의 이혼 의사가 이미 확고하여 '당신과 소송으로 다투는 것조차 싫다. 조건 따지고 싸울 필요 없이 빨리 진행하자'라는 뜻이거나, 혹은 정 반대로 '이혼하고 싶을 정도로 화가 났는데 나도 어떻게 할 줄 모르겠으니 너도 입장을 한 번 말해 봐라'고 떠 보는 경우입니다.
어느 쪽이건 간에 조정이혼은 '무심코'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아니기에, 상대방이 무슨 의도로 소장부터 날리지 않고 조정을 신청했는지 파악해야 합니다.
조정이혼에 대해 궁금하신 분은 아래 링크된 포스팅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나) 이혼 청구(소장)인 경우, 형식을 살펴봅니다.
문서의 제목이 '소장', '이혼 청구' 등 재판상 이혼을 청구하는 소장인 경우, 소위 갈등저감형이라 불리는 "객관식형 이혼사유가 기재된 소장(이혼사유에 대한 구체적인 주장이 담겨 있지 않고 대략적인 이혼사유에 대하여 박스에 체크하는 형태로 기재된 것)"인지 살펴봅니다.
이런 갈등저감형 양식은 당사자 주장을 간편히 정리하려는 법원측 필요를 반영한 것이라, 변호사가 대리하는 경우에는 잘 쓰지 않습니다.
따라서 갈등저감형 양식을 사용했다는 것은 상대방이 변호사 선임 없이 혼자서 이혼 절차를 시작하고 있으며, 재산분할, 양육권, 위자료 등 각 쟁점별 다툼에 대한 구체적인 준비가 안 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일응 판단할 수 있습니다. 혹은 '갈등저감형'이라는 용어를 의식하여 상호 비난 없이 깨끗하게 이혼하자는 의도일 수도 있지요(사실은 그냥 간단하니까 선택한 경우도 많습니다).
'일응'이라고 덧붙인 이유는, 상대방에게 변호사가 있고 많은 준비를 했음에도 이를 드러내지 않을 의도로 위 양식을 활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사건에서는 여러 가능성을 다 고려하지만, 일단 이 글은 개론적인 순서를 말하고 있으므로 속임수까지는 고려하지 않겠습니다.
다) 이혼 소장의 작성자를 봅니다.
소장이 문단별로 길게 써 내려가는 형식인 경우, 맨 마지막 장의 작성자 부분이 누구인지 봅니다.
우선 배우자 본인으로 되어 있는 경우 주의할 것은, 그렇게 쓰여 있어도 실제로 본인이 직접 이혼 소장을 몇 장씩 써내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법무사에게 서면작성을 맡기거나 인터넷에 떠도는 내용을 베껴 쓴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따라서 서면에 나오는 인격모독적인 표현('뻔뻔한', '안하무인', '양심도 없는', 기타등등……)에 굳이 일희일비할 필요 없습니다. 내용에 관한 분석은 후술하도록 하고, 전체적으로 우선 살펴보아야 할 것은 큰 주장의 개요입니다. 이혼, 재산분할, 양육권, 위자료 등 이혼소송에서 다뤄지는 주요 쟁점을 모두 언급하고 있는지 큰 흐름을 살펴봅니다.
만약 작성자가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혹은 법무법인 △△ 담당변호사 ○○○)라면 이미 당사자들끼리 원만히 해결할 수 있는 단계는 지났다고 보면 됩니다.
변호사가 소장을 날렸다는 것은 여러 가지를 의미합니다. 우선 배우자가 이미 유리한 증거를 상당히 확보한 상태라는 점, 변호사 선임료를 지출할 정도로 이혼하려는 의지가 확고하다는 점, 그리고 상대방 변호사는 성공보수를 받기 위해 전력을 다해 이 이혼을 '성사'시킬 것이라는 점 등이지요.
상대방 배우자는 이미 향후 전개될 이혼소송 단계별로 충분히 시뮬레이션을 해 본 상태이며, 변호사로부터 행동요령을 교육받았을 것입니다. 따라서 이 단계에 이르렀다면, 경솔하게 상대방에게 전화해서 이런저런 마음 속 얘기를 꺼내는 것은 자제해야 합니다. 상대방 변호사의 존재가 파악되는 순간, 나의 상대는 배우자가 아니라 변호사입니다.
이제 내용을 볼 차례입니다. 여러 번 읽어야 합니다. 간혹 상담하러 오시는 분들 중에는 "손 떨려서 제대로 읽지도 못했어요."하시는 경우도 있는데, 변호사 상담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준비하고 오시는 게 좋습니다.
가) 주의 사항 : 배우자가 쓴 글이 아닙니다.
이혼 소장을 읽고 "어떻게 이런 거짓말로 나를 모욕하고 법원을 속이려 할 수가 있느냐?"고 화를 참지 못하는 의뢰인도 많습니다.
그때마다 다시 한 번 상기시켜 드립니다. "배우자가 직접 쓴 글이 아닙니다. 감정적 비난이나 무의미한 수사에 신경을 분산시킬 필요 없습니다. 오히려 상대방의 주장에 거짓이 많을수록 우리가 소송 중에 진실을 입증하여 상대방의 신뢰도를 깎아내릴 수 있으니, 우리에게 더 유리한 겁니다."
소송은 싸움이고 전쟁입니다. 상대방의 무리수는 이쪽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는 기회가 되지요.
소장은 사실을 관찰한 일지가 아니라 법무사나 변호사가 재구성한 '이야기'입니다. 참과 거짓, 무지와 혼동이 섞여 있기에, 내 쪽에서 조근조근 반박해 더 훌륭한 이야기로 만들어 판사 앞에 가져다 주면 되는 겁니다.
나) '근거'를 체크하며 내용을 읽습니다.
이혼 소송의 주요 쟁점은 이혼사유(누구의 잘못으로 이혼을 청구한다), 재산분할, 양육권, 위자료 청구입니다.
어차피 내 잘못이라고 할테고, 어치피 재산은 많이 가져가야겠다고 할 것이니, 중요한 것은 근거입니다. 상대방의 주장별로 정리하여 읽되, 각 주장의 근거가 무엇인지 함께 체크하며 읽습니다.
구체적인 방법을 소개하면 이렇습니다.
1. 소장을 복사합니다.
2. 복사본에 연필로 사실이 포함된 문장마다 밑줄을 그어 사실(○), 허위(X), 추후 확인할 부분(△)으로 표기합니다
3. 사실이 아닌 부분이 있다면 어떤 증거로 반박할 수 있는지 생각해 간단히 옆에 메모합니다.
4. 특히 입증자료(갑 제~호증)가 언급된 부분은 별표(★) 등으로 특별히 표시하고 해당 증거를 살펴봅니다.
5. 재산분할목록 기재 재산의 시가 산정이 적절한지, 누락된 재산은 없는지, 채무 기재는 정확히 되어 있는지 확인합니다.
6. 양육비 청구의 금액과 근거를 확인합니다.
7. 위자료 청구액 및 근거를 확인합니다.
위 작업을 제대로 거치고 변호사를 찾아가면, 아무 준비 없이 찾아간 경우보다 훨씬 더 많은 조언을 챙길 수 있습니다. 나아가 사실을 정확히 파악하고 준비하였기에 향후 소송 진행에도 큰 도움이 되지요.
특히 중요한 것은 입증자료입니다. 판사가 관심있는 부분은 소장 본문보다는 첨부된 입증자료(진단서, 경찰출동내역, 카카오톡, 문자, 사진 등, 증거)이므로, 이를 어떻게 반박할지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다) 대법원 '나의 사건검색 사이트로 갑니다
위 사이트에 들어가 필요한 정보를 입력한 후, 사건검색 결과를 저장(내지 출력)하여 보관합니다. 언제 소장이 제출된 것인지, 이후 소송이 어느 단계까지 왔는지 사건에 대한 기본 정보를 알 수 있습니다.
두 가지 방향입니다.
가) 우선 상대방 배우자가 원하는 것은 무엇일지 생각해 봅니다.
이 때 도움이 되는 것은 질문입니다. 여러 질문을 마구 던져본 후, 짐작을 적어 봅니다.
▶ 정말 이혼하자는 걸까, 그런 척하는 걸까?
▶ 왜 협의이혼을 먼저 시도하지 않은 걸까?
▶ 소장에 첨부된 진단서는 6개월 전의 것인데 그럼 그때부터 이혼을 준비했다는 걸까?
▶ 왜 하필 지금일까?
▶ 재산목록에 ○○은행 예금은 왜 안 쓴 걸까?
주의할 것은 이 단계에서는 '내 생각'을 잠시 접어두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내가 이혼하고 싶은지 아닌지와 무관하게, 제3자의 시각에서 소장에 드러난 상대방 배우자의 의사를 추론해 봅니다.
나)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 봅니다.
이제 반대로 내 안으로 들어가 물어봅니다. 너무 당연해 보이지만, 실제로 이혼상담 오시는 의뢰인 중 상당수가 이 부분 정리가 안 된 채로 오십니다.
내 마음을 정리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은 생각의 출발점을 '상대방의 소장'에 두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상대방이 나를 공격했다고 해서 나도 당연히 반격해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상대방 변호사가 내탓이라고 하니 나도 상대방 탓하며 이혼해야 하는 게 아닙니다.
억지 근거와 원색적 비난으로 피고(소장을 받는 사람)의 감정을 건드려 반소로 이혼청구하게 만들면, 쌍방의 이혼 의사가 확인될 뿐이며 이것이 처음부터 원고가 의도한 방향일 수 있습니다. 사소한 전술의 늪에 빠질 필요는 없습니다.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내 마음'입니다. 심리상담사가 아닌 변호사가 이런 조언을 드리는 이유는, 스스로의 마음이 정리되었느냐 여부가 이혼소송의 진행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배우자가 왜 저러는 걸까? 부모님께는 뭐라고 말씀드리지? 아이에게는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이런 것들 다 접어두고, 순수하게 그 사람과 결혼을 유지하고 싶은지(그 이유가 무엇이건 간에) 생각해 봅니다.
사건 진행 전체를 변호사에게 맡길지 여부는 각자 알아서 판단할 문제이지만, 적어도 사건 초기에 제대로 방향을 잡기 위한 법률상담은 꼭 필요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한두 시간의 상담료를 아끼자고 선무당과 브로커들이 득실대는 인터넷 카페들에 의지하는 것은 위험이 너무 큽니다. 깜짝 놀랄 수준의 헛소리들이 댓글로 달리는데 거기에 서로 공감하고 감사인사하고 도저히 눈 뜨고 못 보겠습디다.
무료상담이나 사무장 상담은 눈길도 주지 마시고, 제대로 상담해 줄 변호사를 찾습니다. 지인찬스, 포털검색, 유튜브, 광고 등 내가 접근할 수 있는 모든 정보를 종합하여 '이 사람이라면 믿을 만하겠다'는 변호사를 찾습니다.
그렇게 변호사 세 사람을 골라 법률상담을 합니다. 제가 앞에서 말씀드린 단계를 모두 거쳤다면 상담하러 갈 때 준비물이 꽤 있을 겁니다. 제대로 준비하고, 제대로 상담받아야 합니다.
법률상담에서 변호사에게 얻어가야 할 것은 바로 '제3자의 시각'입니다. 따라서 변호사가 의뢰인의 기분에 맞춰 감정적인 응원만 해 주거나 일반론만 말해주는 경우, 거기에 그치지 말고 '듣기 싫은 소리'를 해 달라고 요구해야 합니다. 내 사건의 약점과 나쁜 결과가 나오면 어떻게 되는지 물어보세요.
변호사 세 사람의 말을 듣고 나면 사건을 보는 시야가 어느새 넓어져 있을 겁니다. 3명의 변호사가 모두 같은 말을 하는 부분이 어디인지, 의견이 다르다면 왜 그렇고 나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따져 보는 과정에서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고 방향을 잡을 수 있습니다.
이혼 소장을 받은 후 30일 이내로 답변서를 제출하라는 안내가 되어 있으나, 훈시규정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위 기간을 지키지 않았다고 당장 큰일이 나지는 않습니다.
불안하다면 일단 "답변서 제출기한 연기신청서"를 제출하는 방법도 있으니(법원이 이를 반영할 의무는 없으나 대개는 기일 지정에 고려해 줍니다), 기한에 쫓겨 급하게 결정하기보다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고민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혼 소송은 한두 달 만에 끝나지 않습니다. 당사자간 협의과정이나 가사조사, 양육자 부모교육이수 등을 이유로 제1회 변론기일 전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것이 현실이고, 그 과정에서 당사자들의 격분한 감정도 상당부분 누그러지곤 합니다. 그래서 재판상 이혼 청구로 시작한 사건이라도 중간에 당사자간 양보를 통해 조기에 조정(쌍방의 원만한 합의)으로 결론나기도 합니다. 이러한 경우의 수도 대비해야 합니다.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행동입니다. 이혼 소송으로 심적 고통이 아무리 크더라도, 상대방 배우자나 그 가족, 자녀들과 심각한 갈등 상황을 만드는 것은 결코 피해야 합니다.
자신이 처한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혼은 인생에 중요한 고비이고, 이에 당면한 사람은 이성적 판단을 하기 어렵습니다. 스스로 감정이 앞서 실수하기 쉬운 상태에 있음을 인정하고, 평소보다 두세 번 더 생각한 후 행동하는 신중함을 지녀야 합니다.
간혹 이혼 소송 진행 중 발생한 사소한 갈등이 폭행, 명예훼손(모욕), 성범죄 등의 무시무시한 죄목으로 형사고소로까지 이어지는 상황을 드물지 않게 봅니다. 이런 상황으로 꼬여 버리면 아무리 공들인 소송전략도 모두 헛수고가 될 뿐입니다.
가) 하급심 판결례
이혼소송의 흐름과 주요 쟁점을 알기 위해서는 하급심 판결례를 읽어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변호사를 선임했다면 "내 사건과 혼인기간 및 쟁점이 비슷한 하급심 판결례를 몇 개 알려 주십시오"라고 요청하고, 설명해달라고 하면 됩니다.
혼자 소송을 진행한다면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중 판례검색 사이트(하급심 판결문이 누락된 경우가 많음)나, 로앤비, 엘박스, 판례서치, 케이스노트 등 사설 업체의 검색 사이트들(회원 가입 여부에 따라 일부 제약이 있음)을 통해 판례를 검색해 봅니다. 혼인기간이 비슷한 사안들에 관한 하급심 판결문들을 찾아, 내 사건의 주요 쟁점들에 대한 판단들을 살펴봅니다.
다만 비법률가가 혼자서 판례를 찾고 해석하는 일은 변호사로서 마냥 권장하기에는 조심스러운 부분입니다. 잘못 해석하여 오판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소송의 흐름을 이해한다는 취지에서 참고만 하시고, 중요한 판단을 하기 전에는 반드시 변호사에게 문의해야 합니다.
나) 주요 쟁점들에 관하여
재산분할 판단은 법리와 실무관행 사이에 다소간의 차이가 존재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내 경우 어떤 비율로 재산분할이 될지를 예상하는 것보다 먼저 상세한 재산목록을 만들고(적극재산과 소극재산, 채권 등 모든 것을 망라합니다), 결혼 시점부터 현재까지 자금의 흐름을 최대한 상세하게 준비합니다.
돈의 흐름에 다소간의 공백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할 것이나, 부동산 자금 등 큰돈의 흐름은 충분한 시간을 갖고 반드시 그 출처를 찾아 증거를 수집해 놓아야 합니다. 소송은 주장이 아니라 증거에 의하여 당부를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양육권자 지정에 있어서는 우선 현재 미성년 자녀를 양육하는 자가 누구인지가 중요합니다. 양육권을 가져오려면 가사조사에 대한 충분한 대비와 계획이 필요합니다.
양육권은 양육을 희망하는 이혼 당사자의 의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녀의 복리를 최우선으로 판단하므로, 둘 중 누가 더 양육에 필요한 자세와 환경,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를 결정하는 일입니다. 따라서 양육권자에 대한 결정만큼은 가사소송 중인 법정이 아니라 자녀가 현재 양육되는 곳의 환경, 즉 가사조사결과에서 결정된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닙니다.
다) 이혼 소송의 특성
일반 민사나 형사 사건과 비교할 때 가사사건은 항소심에서 그 결론이 달라지는 경우가 더욱 드물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가정법원의 제1심이 항소심이자 상고심인 마지막 재판이라는 심정으로 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살펴본다면 가사소송이야 말로 후회가 남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진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재판은 재판장을 설득하고 입증하는 자리일 뿐 상대방 배우자는 내가 설득하거나 반박해야 할 주체가 아님을 이해한다면, 품위를 지키면서도 유리한 결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마무리하며 꼭 당부드리고 싶은 점이 있습니다. 상대방이 이혼을 청구한다고 해서 나도 냉큼 맞서서 반소로 이혼청구하는 것이 꼭 답은 아니라는 겁니다. 많은 분들이 실수하는 부분입니다. 결국 이혼으로 갈 것으로 예상되더라도, 한 발자국만 늦게 행동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유리한 경우가 있습니다.
가사 소송은 사건마다 개별적인 특성이 강하고 재판장의 재량이 넓게 존재합니다. 겉으로 비슷해 보이는 여러 사건들 중에 내 사건 결론만 이상하게 달라질 가능성이 충분히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가사사건에서는 변호사(대리인)와 의뢰인의 신뢰가 중요합니다. "원하는 것을 달성해 드릴테니 믿어주십시오!"라는 공약은 하지 않습니다. 내 일이라 생각하고 매 순간 최선을 다하지만, 동시에 남의 눈으로 사건을 멀리서 보는 객관적 시각을 유지하는 것이 변호사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소 긴 글이 되었지만, 보기 좋은 일반론보다는 하나라도 실제로 당장 적용할 수 있는 법리나 경험을 담고자 노력하였습니다. 모쪼록 도움이 되는 글이 되었으면 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법률상담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