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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법률사무소 무진 May 29. 2022

표준계약서(매매, 임대차, 상가) 작성시 주의 사항


1-1. 도장찍기 전에 중개인에게 미리 계약서 초안을 달라고 한다.


계약서가 중요한 문서라는 사실은 어렴풋이 알고 있으면서도, 막상 중개사 사무실에서 1조부터 특약까지 꼼꼼히 읽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중개인은 옆에서 "이 아파트 집값이 이 동네에서 제일 많이 올랐어요." 하며 커피와 과자를 권하며 이런저런 말을 계속하고, 계약 상대방은 한 3초 쓰윽 보더니(제 이름 석자 제대로 적혀있는지 봅니다) 벌써 도장지갑 열어 찍을 준비 하고 있지요.


이런 상황에서 나 혼자 한글자씩 다 읽으면 민폐인 것 같고, 또 읽어도 다 좋은 말 같은데 뭘 더 추가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표준계약서"라면서 활자로 깔끔하게 인쇄되어 나오는 것 보니 나 말고도 다들 이렇게 하나본데 뭐 문제 있겠나 싶고... 결국 나도 대범한 척 쓱쓱 넘겨보고 도장 꺼냅니다. 그리고 쿵 찍고 분위기 좋게 서로 웃으며 악수하고 나옵니다. 집 판 사람은 속이 시원하고 집 산 사람은 설레고 다들 행복합니다.


사실 저도 휴대폰 바꿀 때 대리점에서 보여주는(요즘은 종이도 안 주고 아이패드로 그냥 보여주더군요!) 깨알같은 약관 다 안 읽습니다. 쟈르르한 신형 핸드폰이 내 손길을 기다리는데 언제 그 많은 걸 다 읽고 앉아 있습니까. 괜찮아요. 그냥 광고동의만 해제하고 쓱 봐요. 그런 건 "약관"이니 조금 마음을 놓아도 됩니다. 나중에 문제 생기면 약관규제법이 도와줍니다.


하지만 부동산 중개인이 뽑아주는 계약서는 그렇게 보면 안 됩니다. 한 글자 한 글자가 나중에 내 재산 수천, 수억을 날릴 근거가 됩니다.


따라서 계약서 작성 전에 미리 초안을 보내달라고 하세요. 단 몇 시간 전이라도 반드시 도장 찍기 전에 읽을 시간을 확보하세요. 계약서와 더불어 등기부와 토지대장 등 부동산의 권리관계와 현황파악에 필요한 서류도 같이 보내달라고 하여 실제와 맞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부동산 중개인이 있다고 하더라도, 계약서 작성 당시 부동산의 현황 및 기타 법률관계에 대하여 당사자 본인이 잘 살펴보지 않은 경우, 중개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중개인에게 묻게 된다고 하더라도 그 손해를 전부 배상받을 수 없고, 결국 계약 당사자가 본래 부담하는 거래관계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점(과실상계)을 잊지 마세요.



1-2. 표준임대차계약서, 표준매매계약서의 양식을 초안으로 요구한다.


계약당사자가 자유롭게 매매계약의 내용을 정할 수 있으므로 매매계약서에 정해진 양식은 없습니다. 그러나 저라면 매매계약서 양식이라며 공인중개사 사무실에 인쇄된 1장짜리 계약서 말고 <서울중앙지방법원–양식–생활 속의 계약서> 또는 <법무부(https://www.moj.go.kr/moj/314/subview.do)>에서 만든 주택 또는 상가임대차 표준계약서, 혹은 <한국공인중개사협회(https://www.kar.or.kr/pinfo/realtyformlist.asp)>에서 다운받아 사용할 수 있는 표준계약서를 권장합니다.


표준계약서에는 각 조항의 간단한 해석을 포함하여, 법령상 주의할 사항이 업데이트되어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단 한번이라도 흔히들 사용해왔던 그렇지만 부족한 1장짜리 부동산 계약서가 아니라 정부기관이 정한 "표준계약서" 사용을 요청하시는 바로 그 순간부터 공인중개사는 의뢰인을 더 이상 초보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동안 보여줬던 과한 친절을 거둬 들이고, 계약서 조항 하나하나에 심혈을 기울여 실수하지 않기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바로 이 점이 포인트입니다.


 또한 서울중앙지방법원 또는 법무부가 아니라 공인중개사 본인이 속한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도 등록된 표준계약서 사용조차 여러가지 변명으로 거절하는 공인중개사라면 두번 돌아볼 필요도 없이 거래할 필요 자체가 없습니다. 명심하시길 바랍니다.



2. 공부한다.


더 큰 문제가 있습니다. 읽어도 모른다는 것이지요. 6살 아들이 내 대학 전공서적을 줄줄 읽는다고 벌써 경제학을 안다고 뿌듯해하지는 않으시겠지요? 내가 다행히 한글을 알아 계약서를 읽는다고 해서 그 내용까지 안다고 착각하면 안 됩니다.


어떻게 공부하느냐? 우선 법제처 생활법령정보 사이트의 '부동산 매매' 또는 '주택임대차' 등 관련 내용을 읽어 기본기를 다지세요. 계약서 작성뿐만 아니라 계약 전반에 걸쳐 확인해야 할 사항이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다 보았으면 중개인으로부터 받은 계약서를 꺼내 들고 처음부터 꼼꼼히 봅니다. 주소와 면적, 매매대금 등 기재사항이 정확히 되었는지를 먼저 확인하고, 조항들을 차례로 읽어 봅니다.


예를 들어 법무부 주택임대차표준계약서 서식 중 마지막 별지까지 잘 확인하세요. '중요하다.'고 친절하게 강조한 부분들이 있습니다. 그 다음으로 각 조항별로 포털 검색을 통해 그 의미를 알아봅니다. 표준계약서 조항의 의미를 친절하게 풀어써주는 곳은 없으니, 좀 고생할 각오를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봅시다.


제5조(계약의 해제)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중도금(중도금이 없을 때는 잔금)을 지급하기 전까지, 임대인은 계약금의 배액을 상환하고, 임차인은 계약금을 포기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위 조항을 보고 '음 그렇구나.'하고 끝나면 그건 공부가 아니지요. 검색포털에 "매매계약 계약의 해제 조항", "계약금 배액 상환", "계약금 포기 해제" 등을 키워드로 하여 검색을 합니다. 그럼 위 키워드와 관련된 다양한 포스팅이 나오는데, 힘들더라도 10개 이상 쭉 열어 읽어봅니다. 그럼 대략 위 조항이 왜 들어가 있는지 이유를 알게 되고, 또 위 조항과 관계되어 어떤 분쟁들이 생기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모든 조항을 공부합니다. 시간도 걸릴뿐더러 내용도 어려워서 힘드시겠지만, 매매계약서의 중요성을 생각하면 그 정도의 노력은 '당연히' 해야 합니다. 인터넷 카페를 드나들며 부동산의 투자가치를 공부하느라 쏟는 노력의 1/10만 들여도 할 수 있는 일입니다.


물론 가장 추천하는 것은 변호사에게 미리 상담받는 것이지요. 그런데 아직까지는 계약서 작성단계에서, 계약 조항이 무슨 뜻인지 배우기 위하여 변호사 사무실을 찾는 분들이 많지는 않습니다. 변호사는 무슨 사건이 '터지고 나면' 찾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많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한두 시간 정도 상담으로 계약서의 조항별 의미를 설명 듣고 자신의 계약에서 어떤 위험이 있고 어떤 특약을 넣을지 조언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특정 조항의 의미가 잘 이해가지 않거나 그 조항이 나에게 불리할 것 같다면, 중개인에게 전화로 그 의미를 물어 답을 들으세요(녹음합니다. 그리고 중개인의 대답이 법률적으로 맞는 것인지 별도로 확인하셔야 합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중개인의 설명을 통해 계약서를 잘 이해할 수 있을뿐더러, 혹시 나중에 중개인의 잘못된 설명 등으로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3. 특약의 활용


활자로 인쇄된 부분보다 특약으로 기재된 사항이 당사자간 이해관계에 밀접한 내용인 경우가 많습니다. 상대방이 특약을 요구한 경우 그 의미와 경위를 꼼꼼히 알아보시고, 반대로 내가 어떤 특약을 요구할지도 미리 고민해 보세요. 보통 저당권 등 제한물권 소멸과 관련된 사항을 기재하는 경우가 많고 이런 정도는 중개인이 알아서 챙겨주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당사자의 몫입니다.


예를 들면 세입자로 전세계약을 체결할 때, 전입신고 전 선순위 담보권자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임차인이 전입신고 및 확정일자를 받고 전세금보증보험 가입을 완료하기 전까지 임대인은 담보권 설정 기타 현재 임차인의 전세보증금반환채권의 우선순위를 변동시킬 일체의 행위를 하지 않으며, 위반시 임차인은 계약을 해제할 수 있고 계약 해제 여부와 관계 없이 본 특약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단, 임차인은 ~까지 전세금보증보험 가입을 완료한다)"는 취지의 특약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예로 "임차인이 임대인의 부담에 속하는 수선비용을 지출한 때에는 임대인에게 그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고 합시다. "임대인의 부담에 속하는 수선비용"이 뭔지 아시나요? 임대인과 임차인의 생각이 다를 수 있지요. 그럼 특약에 쓰는 겁니다. "계약서 본문 제○조에서 말하는 '임대인의 부담에 속하는 수선비용'이란 건물 노후로 인한 배관등 시설 파손, 매립냉난방기의 고장, 임대인이 설치해 놓은 ○○시설로 인한 고장, … 그 외 법과 판례에 따른 임대인의 수선비용을 말하되 임차인의 고의·과실로 발생한 경우는 제외한다"라는 식으로요.


다만 특약은 잘못 써 넣을 경우 도리어 해가 될 수도 있으니 반드시 변호사에게 확인 후 기재해야 합니다. 표준계약서대로 그냥 놔두는 것이 나았던 경우들이 종종 있습니다.



4. 대범하지 말고, 쿨하지 말고, 유식한 척하지 말고, 쪼잔한 사람이 되세요.


신축건물에서 잔금일까지 보존등기가 안 되면 어떻게 하나 고민되면, '뭐 알아서 해 주겠지' 하지 말고 계약서에 "~까지 보존등기가 되지 않으면 매수인(임차인)은 계약을 해제할 수 있고 기 지급한 매매대금을 모두 반환받을 수 있다."는 식으로 씁니다.


1층에 유명커피전문점이 입점하니 유동인구가 많을 거라고 해서 2층을 임차하여 미용실을 하려 했다면, 중개인이나 매도인 말만 믿을 게 아니라 계약서에 씁니다. "~까지 ★벅스가 입점하지 않으면 임차인은 본 계약을 해제하고 기 지급한 매매대금을 모두 반환받을 수 있다."


"전대", "보존에 필요한 행위", "수선비용", "상당한 기간", "임대차의 목적", "원상회복", "환산보증금" 등등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는지 잘 모르는 용어가 나오면, 괜히 유식한 척하지 말고 "그럼 보일러 고장나면 누가 돈 내요?", "상당한 기간이 얼마나에요?", "원상회복은 어느정도까지 하라는 거예요?" 하고 물어봐야 합니다.



5. 기타


매우 중요한 사항인데 의외로 그냥 넘어가는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계약상대방 본인이 맞는지, 임대할 권한이 있는지 등을 확인하는 것이지요. 대개 중개인이 알아서 보여주는데, 안 그러는 경우 "신분증을 보여주세요"라고 요구하고 얼굴이 맞는지 확인하세요. 무례한 행동이 아닌데도 잘 안 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필수적인 과정입니다. 공인중개사가 가입한 보험만 믿었다간 큰일납니다. 계약당사자는 공인중개사가 있더라도 자신의 일인 만큼 꼼꼼히 권리의무관계를 살펴야 합니다.


대리인과 계약한다면? 웬만하면 대리인과 하지 말고 다른 물건 찾으세요. 위임장과 인감증명서 확인 등을 거친다고 하지만, 경험상 매도인이 얼굴 안 보여주는 계약은 뭐라도 사연이 있는 것이므로 나중에 골칫거리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도 저도 귀찮은 사람들에게 드리는 팁입니다. 매매계약이든 임대차계약이든 계약당사자 본인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계약의 내용 내지 조건에 대하여는 미리미리 공인중개사든 상대방에게든 말로 꺼내어 알리세요. 통화녹음을 하세요. '계약의 중요한 내용'에 편입되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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