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의 말
산술적으로 3개월마다 계절이 바뀌고 있다. 하지만 체감상으로 어디 그런가.
철로를 탈선해버린 열차처럼 우리는, 기본 규칙으로 여기던 사계절의 분기점을 잃어버린 게 분명하다.
과거에는 12개월을 숫자 3으로 나누어 맞아떨어지는 계절에 따라 자연스럽게 옷을 입고 음식을 먹으며, 그 시기에 할 수 있었던 것들을 영위하며 살았다.
그러나 기상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 자주 접하고, 불규칙성이 늘어나면서 우리도 더 이상 단순하게 살기 어려워진 것 같다.
기상학적 계절 구분이 애매해진 지금에 와서 돌이킨다.
씨줄 날줄로 엮여있던 지구의 아름다운 자연 규칙을 인간이 한 가닥, 두 가닥 뽑아버림으로 유유히 순환하지 못하게 된 건 아니었을지.
그런 이유에서 비롯된 건 지 모르겠지만 길어진 겨울은 한편 수혜로 느껴지기도 한다.
빠르게 바뀌는 세상에서 겨울의 깊이 있는 계절감은 안정감을 주고, 따뜻함을 찾아 적극성을 발휘하게 만든다.
따뜻한 안방, 따수운 이불, 따뜻한 사람, 뜨끈한 국물.
우리에게 따뜻함이 없다면 어떨까.
이번 호 글라이터에는 겨울을 더 겨울답게 살아가는 아티스트적 감성을 지닌 이들이 많이 참여했다.
차가워 보이지만 섬세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일상의 빈틈을 포착해 다른 경지의 세계로 연결하는 능력이 있는 글라이터. 탄성이 나오는 이미지와 사유의 시선이 담긴 글을 이 계절에 함께 음미해보면 좋을 것 같다.
꾸준히 글을 쓰면서 고전 독서 모임을 운영하는 중년의 글라이터는 세상의 흐름에 맞춰 AI를 서슴없이 활용한다. 고전과 AI, 상반되는듯한 두 가지 영역을 넘나드는 글라이터가 보내는 겨울 일상을 들여다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가 될 것이다.
차가운 계절에도 여지없이 맥주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는 글라이터가 있다. 그것과 관련된 책을 여러 권 발간한 만큼 전문가로서 해박한 지식과 위트있는 글을 볼 수 있다는 건 겨울호의 큰 혜택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늘 꿈꾼다. 누군가 항상 맛있고 따뜻한 음식을 해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음식을 만들고 운영하는 글라이터에게 포착된 누군가가 있다. 글을 읽으며 큭 하고 웃으면 행복이 멀리 있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된다.
겨울에도 산행을 마다하지 않는 한 글라이터는 자연을 벗 삼아 인생을 이야기하고, 반짝이는 순간을 잘 담아낸 사진들로 기꺼이 참여해 주었다.
겨울호의 특별편에는 디자인 업계에서 정점을 찍다가 돌연 호텔을 운영하게 된 글라이터의 인터뷰가 마련되어 있다.
다양함과 깊이감, 완벽을 추구하는 배려심으로 만들어진 호텔에 한번 쯤은 발길을 돌려 이 하얀 겨울에 짙푸른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여유를 즐기고, 머지 않아 다가올 봄에 정원에 핀 꽃들과 마주하는 시간을 가져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