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Ways We Define Beauty Today
화학화장품, 천연화장품, 비건화장품의 차이를 정리하기에 앞서, 이 3가지 명칭을 사용하게 된 배경을 먼저 다루는 것이 맞다고 보아, 그 시작점이 되는 전성분 표시제부터 살펴봅니다.
우리나라에 화장품 전성분 표시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전까지 화장품 광고는 이미지와 효과로 이루어졌습니다. 이미지를 통해, 즉각적인 효능 표현 및 사용감과 감성적인 메시지로 고급스러움을 강조하는 방식을 통해, 브랜드가 무엇을 넣었는지보다는 어떻게 느껴질 것인가를 말하는 광고가 중심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전성분 표시제가 시행되면서, 모든 화장품은 사용된 성분을 함량 순서대로 공개해야 하게 되고, 그 결과, 화장품 마케팅의 언어 자체를 바꾸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제 소비자는 제품을 사기 전에 성분을 검색하고(ex) 화해, 글로우픽), 커뮤니티와 블로그에서 성분을 분석하며 특정 성분을 피하거나 선택하기 시작했으며, 광고는 더 이상 느낌만으로 설득할 수 없게 되었죠.
전성분이 공개되자, 합성 성분 이름들이 그대로 노출되기 시작했고, 이는 소비자에게 낯설고 어려운 언어로 인식되기 시작하면서, 화학 대신 천연·천연유래라는 언어가 급부상했고, 이때 등장한 마케팅 언어가, ‘천연’, ‘자연유래’, ‘식물성’입니다.
전성분 표시제 이후, 천연화장품, 천연유래 화장품이 빠르게 부각된 배경에는 이러한 소비자 심리와 정보 구조의 변화가 있었으며, 전성분 표시 이전의 안전은 회사 신뢰도와 브랜드 이미지에 의존했다면, 이후에는 NO-LIST, 그린등급, 유해성분 무첨가 같은 성분 기반 안전 인식으로 이동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천연은 안전하다는 단순한 공식도 함께 만들어졌으며, 전성분 표시제 이후 천연화장품이 주목받은 이유는 기존화장품과 기술적으로 완전히 다른 화장품 이어서라기보다는 복잡한 화학 성분을 소비자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번역해 주는 역할을 했기 때문으로 볼 수 있습니다.
마케팅 변화의 중심이 된 전성분 표시제, 유럽과 우리나라에서 이 제도가 시행되게 된 배경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전성분 표시제의 출발점은 유럽입니다.
1990년대 이후 향료·방부제·색소로 인한 피부 반응 사례가 반복되었지만, 소비자는 어떤 성분이 원인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이에 유럽은 효과를 말하기 전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를 공개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했고, INCI 명칭 통일, 알레르기 유발 성분 표시, 함량 순서 표기가 도입되었습니다.
한국 역시 2000년대 초반 부작용 신고와 분쟁이 증가했고, 수출 확대를 위해 유럽 기준과의 규제 정합성이 필요해지면서 2008년 10월, 전성분 표시제가 시행됩니다.
또한 무엇이 들어 있는지, 왜 이 성분을 썼는지, 나는 이 성분을 선택할 것인지 등의 질문이 가능해지면서 천연화장품, 비건화장품, 클린뷰티라는 새로운 언어와 시장이 등장하게 됩니다.
전성분 표시제가 시행되면서, 화장품은 더 이상 하나의 카테고리로 설명되지 않게 되었습니다.
소비자가 화장품 전성분을 이해하기 쉽지 않다는 점, 성분명은 길고, 대부분은 화학적 명칭이라는 점, 효능과 안전성을 전성분만 봐서는 직관적으로 연결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익숙하지 않은 이름은 불안하다/ 많이 들어본 성분은 안전할 것 같다/ 식물 이름이 보이면 안심된다/ 동물성 성분이 없으면 윤리적으로 더 낫지 않을까 등등.
이런 식으로 이해 가능성, 감정적 안전감, 가치 판단이 성분 해석의 기준으로 작동하기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화장품은 점점 세 갈래로 구분되기 시작합니다.
바로, 화학화장품, 천연화장품, 비건화장품이라는 구분입니다.
우리나라에서 화학 화장품은 종종 부정적인 뉘앙스로 사용됩니다. 인공적이고, 자극적이며, 피부에 좋지 않을 것 같은 이미지를 먼저 떠올리게 하죠.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한국 화장품 산업의 성장 기반은 바로 화학 기술이었고, LG화학을 비롯한 국내 대기업들은 계면활성제, 고분자, 유화 기술, 기능성 원료 합성 분야에서 글로벌 수준의 기술력을 축적해 왔고, 이 기술이 있었기에 K-뷰티는 짧은 시간 안에 기능성과 사용감을 동시에 끌어올릴 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학 화장품이라는 말이 우리에게 불편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과거 산업화 시기의 개념인 화학은 공해를 일으키고, 인위적이라는 이미지가 먼저 각인되었을 뿐 아니라, 마케팅 과정에서 ‘천연’이라는 단어가 그 반대편에 있는 절대적 가치처럼 소비되었기 때문이다.
화학화장품의 대표적인 예시는 LG생건, 아모레 등의 대부분의 화장품에 여기에 속하며, 라로슈포제, 유리아쥬, 아벤느, 세타필, 피지오겔, 병원 전용 화장품 등 우리가 흔히 말하는 더마코스메틱(더마화장품) 등 대부분이 화학 성분을 기반으로 설계된 화장품입니다.
전성분이 공개되었지만, 소비자가 모든 성분을 해석하기는 여전히 어려웠고, 이때 천연화장품은 성분을 직관적인 언어로 설명해 주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식물 추출물, 오일, 발효 원료처럼 이름만 보아도 출처를 떠올릴 수 있는 성분들은 성분표를 읽는 부담을 낮추고, 심리적 안전감을 제공했습니다만, 천연 원료 역시 알레르기나, 자극 등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으며, 제형 안정화와 보존을 위해 합성 성분이 함께 사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천연화장품은 성분의 출처와 자연 유래 비율을 중시하고 원료 선택의 철학과 방향성을 강조하는 카테고리이지, 기술적으로 화학화장품과 완전히 분리된 영역은 아닙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천연화장품이라고 하더라도, 천연 1% 이하, 나머지는 화학성분으로 이루어진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COSMOS는 여러 유럽 인증 기관인 Ecocert, BDIH, Soil Association 등이 통합해 만든 국제 기준으로, 천연 및 유기농 화장품의 공통 규칙을 제시합니다.
COSMOS 기준의 핵심은 다음과 같습니다.
원료는 천연 또는 자연유래여야 하며, 석유계 실리콘, 합성 색소, 합성 향료는 제한하며, 제조 공정 역시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고, 원료의 추적 가능성(traceability) 확보해야 합니다.
COSMOS에서 천연화장품을 판단하는 기준은 원료가 어디에서 왔고, 어떻게 만들어졌는가로 평가합니다.
COSMOS 인증을 받은 천연화장품 예시로는 Weleda(벨레다), Dr. Hauschka(닥터하우시카),
Melvita(멜비타), Lavera(라베라) 등이 있으며, 이 브랜드들의 공통점은 원료의 오리진과 제조 철학을 먼저 설명한다는 점입니다.
반면, 한국에서의 천연화장품은 기술적 정의보다는 마케팅 언어로 먼저 확산되어, 천연, 천연유래, 자연유래가 혼용되는 구조가 만들어지게 됩니다.
비건화장품은 윤리적 기준과 생산 과정의 선택에 초점을 두며, 벌꿀, 밀랍, 우유, 라놀린, 콜라겐 등 동물 유래 원료를 사용하지 않을 것과 원료 및 완제품 및 관련 공정 전반에서 동물실험을 하지 않을 것, 이 2가지 기준을 봅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비건 여부는 합성/천연과 무관하다는 사실입니다. 합성 성분이 많아도 비건일 수 있고, 천연 성분이 많아도 동물 유래 원료가 포함되면 비건이 아닐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비건화장품이 마케팅 측면에서 사용되다 보니, 윤리적 선택이라기보다는 ‘더 순하고, 더 안전할 것 같은 이미지’로 먼저 소비된 경향이 있고, 이 과정에서 비건 = 천연, 비건 = 저자극이라는 오해도 함께 만들어졌습니다.
즉, 비건은 안전성이나 효능을 보장하는 개념이 아니라, “동물권”이라는 소비자의 가치 선택을 나타내는 기준으로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지금은 우리가 어떤 기준의 화장품을 선택해야 하는가 그 기준 설정을 소비자 스스로가 해야할 때라고 봅니다.
다음 편에서는 무꿍이 생각하는 지속가능성과 윤리적 뷰티에 대한 이야기를, 자생식물, 바이오, 마이크로바이옴을 통해 풀어낼 예정이며, 이는 더 이상 선택적 트렌드가 아니라, 원료 고갈과 생태 변화, 환경의 변화 앞에서 필연적으로 요구되는 새로운 기준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