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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들 Jul 06. 2017

간호사, 스페인에서 기적을 맛보다.

2017년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된 ICN 참석기.

  지중해의 따스한 햇살이 땅의 표면에 닿자마자 별 빛 물안개로 퍼지는 서유럽 반도의 5월 마지막 주, 일 년 내내 행사가 끊이지 않는 축제의 도시 바르셀로나에서 전 세계의 8,000여명의 간호사들이 모인 특별한 축제가 열렸습니다. 국제간호사협의회(ICN)가 2015년의 우리나라의 바톤을 이어받아 열정의 나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된 것입니다. 100개국이 넘는 나라의 간호사들이 참석하였고 언어, 생김새, 옷 모양 그 어느 것 하나 같은 것이 없었지만 돌봄(care)이라는 사명 아래, 간호사라는 소명 하에 우리들은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지중 햇살이 바르셀로나 가우디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를 투과하여 오색빛깔을 만들어 내는 것처럼 전 세계 간호사들의 입은 전통의상의 각양각색은 바르셀로나 CCIB의 컨벤션 홀을 파란 빛, 초록 빛, 빨간 빛으로 물들였습니다.


  그 곳에 모인 간호사들은 뒤센의 미소처럼 모두 귀와 입이 하나로 연결된 원 하나를 모두 얼굴에 가지고 있었고, 지금 이 곳에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 각 사람을 흥분시켰습니다. 따사로운 햇살이 땅을 바삭바삭하게 만드는 27일 오후 6시 반에 개막식이 열렸습니다. 각 나라 간호사 대표들이 국기를 지켜 세우며 입장하였는데, 국기가 높이 들려질 때 자국 간호사들이 기립하여 지르는 환호성은 축구 경기장만한 컨벤션 홀을 가득 채우고도 남을 호연지기를 느끼게 했습니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대한간호협회의 대표 3인이 태극기를 휘날리며 등장할 때 대한간호협회의 간호사들은 모두 진분홍, 연분홍, 다홍빛의 꽃부채가 되어 펄럭였고 한복치마사이로 넓게 펄럭이며 이는 잔 바람은 굳건함이 느껴지는 대한민국의 향기로 퍼져 나갔습니다. 


  그 순간, 병원의 그 자리를 벗어나 내가 앉은 이 자리에 대한 의미가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늘 반복되는 일상의 자리를 벗어나 13시간의 먼 거리를 달려와 앉은 바르셀로나의 이 자리는 지금까지 간호라는 행위로 환자와 동료들을 만난 시간, 환자를 지키기 위해 울타리처럼 묵묵히 서 있었던 시간, 그 누구보다 이기적인 내가 나보다 더 힘들고 아픈 환자들을 위했던 그 시간들이 모였기에 함께 할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사소한 것처럼 보였던 그 시간들이 모여 과정이 되고 그 과정이 전 세계 간호사가 함께 할 수 있는 그 자리가 된다는 깨우침은 심연 속에 맺혀있던 몽우리가 꽃을 피우기 위해 톡하고 터지는 것처럼 내 마음 속에 섬광처럼 피어올랐습니다.



  스페인 내전 때 폭격으로 다른 성당은 파괴되거나 손상을 입었지만 바르셀로나 가우디의 성가족 성당은 어떠한 피해도 입지 않았다고 합니다. 평생 그 성당을 위해 헌신한 가우디의 노력에 하늘도 감동하여 기적으로 나타났기 때문일 겁니다. 바르셀로나의 그 자리를 얻기 위해 간호라는 사명을 가진 간호사들이 자기를 버리고 그 누군가를 위해 펼친 손길, 간호학의 발전을 위해 수 많은 논문과 일대면한 우리들의 노력에 역시 하늘도 감동한 듯합니다. 그리하여 반복된 일상의 숨과 다른 숨을 들이쉬고 내 쉴 수 있는 바르셀로나의 기적으로 우리들은 한 곳에 모일 수 있었습니다. 



  그 기적의 자리에서 기적을 일궈내는 자리로 돌아온 지금도 여전히 제 목덜미 뒤에는 5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유난히 밝고 따사로운 햇살이 따갑게 남아있습니다. 햇살의 점들이 모여 하나가 된 스페인의 자연곡선미, 전 세계의 간호사들이 돌봄이라는 사명 하에 모인 그 화합의 현장이 지금 이 일상의 자리를 지키는 지금, 잔잔한 파도가 되어 제 가슴 속에 일렁입니다. 그 파도의 잔잔한 외침에 나는 돌봄의 사명을 가진 간호사이기에 그 기적에 참예할 수 있었다는 큰 외침으로 대답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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