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발리의 교통수단

나도 오토바이 경험자다 이거야

by 클라우드나인

발리에는 다양한 교통수단이 있다. 그럼에도 여행자가 가장 많이 이용하게 될 교통수단은 '그랩 오토바이'일 것이다. 발리는 기본적으로 교통 체증이 아주 심하기 때문에 가까운 거리여도 어딜 가나 막히기 일쑤다. 그래서 시간을 타이트하게 잡으면 액티비티나 마사지에 늦는 경우가 꽤 있다.


그 교통체증을 뚫고 빠르게 갈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오토바이'다. 국제운전면허증으로도 차 렌트가 불가한 발리에서는 무조건 택시 등의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밖에 없는데, 오토바이는 그 중에서도 가장 편리한 교통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가장 처음 발리에서 오토바이를 타던 순간이 생각난다. 한국에서 운전 꽤나 한다고 자부하는 나지만, 오토바이는 몰아본 적도, 뒤에 타본 적도 없는데... 왠지 모르게 내가 경험하지 못한 처음 겪는 것에서 오는 약간의 두려움이 생겨났다. 오토바이가 오면 어딜 잡아야 하지? 뭘 딛고 올라가서 앉아야 하지? 같은 사소한 걱정부터 중간에 넘어지면 어떻하지? 목적지랑 다른 데서 내려주면 남편이랑 어떻게 만나지? 등의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걱정까지... 동시에 항상 동경했지만, 위험해서 만류하는 주변인들 덕분에(?) 한국에서는 타 보지 못한 오토바이를 발리에서 좋은 핑계로 타보는구나 싶어서 설레이기도 했다. 그랩 오토바이를 기다리는 그 짧은 시간 동안 긴장과 설레임이 공존하며 두근두근 했다. 남편과 내 오토바이 중에 내 오토바이가 먼저 도착했고, 기사님과 간단하게 인사를 나눈 뒤에 뒷자리에 올라탔다. 왠지 남자친구도 아닌데 기사님의 어꺠나 허리를 잡기는 민망하고 그래서 뒷좌석 양 쪽에 있는 손잡이 비스꾸무리한 것을 잡았다.


처음 몇 번은 너무 손잡이를 꽉 잡아서 나중에 내리고 나서 팔이 저릴 정도였다. 나도 모르게 그 스피드와 아슬아슬함에 꽉 잡았던 터일 것이다. 빨간 불이라 오토바이가 멈추면 그랩 기사 아저씨랑 스몰톡이라도 해야 할까? 머릿속으로 고민하기도 하고, 먼저 내게 말을 거는 기사 분도 계셨지만 바람 소리 때문에 잘 들리지 않았다. 일단 오토바이를 타고 있어서 기분이 좋으니 알아들은 만큼은 열심히 대답한다. 오토바이는 아무리 여러 번 타도 그 아슬아슬함에 완전히 익숙해지진 않는다. 차들 사이와 인도를 여기저기 누비며 조금이라도 빨리 나를 목적지에 내려주려는 그랩 기사분의 노력에 나는 다리가 차들에 부딪히거나 쓸리면 어떻하지 라는 걱정을 안 할 수가 없다. 그래도 그랩 기사분의 다리와 내 다리가 같은 선상에 있으니까.. 본인이 다칠만한 건 안 하겠지 라는 생각에 조금이나마 위안을 삼아본다. 어차피 타고 달리는 순간, 내릴 수도 없고 자리를 바꾸거나 할 수도 없다. 기사분을 믿고 아찔한 순간에는 잠깐 눈을 살포시 감는다. 그 자리에 멈춰서서 앞으로 막힘없이 가는 우리를 보는 자동차 안의 사람들은 얼마나 부러울까 생각하며 수많은 차들을 뒤로 하고 달려간다.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이 경험을 엄마, 아빠, 동생에게도 경험시켜주고 싶었다. '혹시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해 엄마, 아빠가 타기 싫다고 하면 어쩌지? 그럼 그냥 막히더라도 차 타고 다녀야지' 라고 어느 정도 이미 단념하고 있었는데 엄마, 아빠는 왠걸. '당연히 경험해봐야지!'. '난 완전 좋아!'라며 오히려 설레여 해서 오히려 내가 약간 놀랐다. 내가 가족들을 순서대로 다 태우고 난 뒤, 마지막으로 출발하기로 했다. 엄마는 은근 이런 경험 관련해서는 남편과 비슷하게 뭐든지 일단 해보는 것에 의의를 두고 최대한 즐기려고 하는 스타일이다. 오토바이도 그렇게 무서워하지 않고 뒷좌석에 앉아서 환하게 웃으며 출발했다. 항상 엄마의 안전을 과도하게 걱정하는 나는 '엄마가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해야 하는데'라는 걱정을 놓지 못했지만. 아빠는 굉장히 신나면서도 동시에 긴장한 티가 팍팍 났다. 선글라스를 쓴 상태에서 안전모를 쓰는 바람에 선글라스가 턱에 걸쳐졌지만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긴장을 했다. 그런 아빠의 모습을 보면서 웃기도 많이 웃었지만, 아빠가 새로운 경험에 마음이 열려 있어서 다행이다, 나와 같은 여행의 기억을 쌓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기뻤다. 나중에 들었지만 아빠도 뒤에 손잡이 부분을 너무 꽉 잡아서 손이 아프다고 했다. 그래도 타기 싫다고는 안 하는 거 보니, 다음 발리 여행에서도 아빠랑 오토바이를 타고 여행다닐 수 있겠다 싶었다. 각자 오토바이를 하나씩 타고 목적지에 탁 탁 도착하는 모습은 왠지 모르게 세일러문처럼 어딘가에서 각자 임무를 부여 받아 한 자리에 모이는 것 같은 묘한 느낌을 주었다.


발리에서 보통 그랩 오토바이를 부르면 기사님이 여분의 안전모를 가지고 다니다가 손님에게 건네준다. 근데 난 신기하게도 그렇게 여러 번 오토바이를 탔는데 한 번도 나에게 안전모를 권하는 기사분이 없었다. 반복되다 보니, '아니, 내가 너무 까매서 그런가?', '현지인이라고 착각하는 건 아니겠지' 싶은 혼자만의 사소한 피해의식에 사로잡히기도 했다. 그래도 내가 현지인 같이 능숙해보여서겠지 라고 합리화를 하며 나에게 안전모 쓰기를 권하지 않은 기사분들을 원망하지는 않기로 했다.


비가 많이 오면 우비를 입고 타기도 하지만, 약간의 비가 내리면 그냥 얼굴로 비를 정통으로 맞으면서 그랩 오토바이를 타기도 한다. 서울이라면 옷 젖고, 가방 젖는다면 난리 난리 생난리를 쳤겠지만(?) 발리에서는 아무래도 상관없다. 내 옷이 홀딱 젖고 머리가 망가져도 이 자유로움과 바꿀 수는 없다. 발리에서 오토바이를 직접 몰아본 것은 아니지만, 뒷자리에 앉아있는 내내 왜 오토바이 러버들이 오토바이 운전을 사랑하는지 짐작해볼 수 있었다. 주변의 풍경을 보면서도, 그 풍경 안에서 나만 앞으로 나아가는 것 같은, 그리고 그 순간의 온도, 습도를 몸으로 느끼면서 질주하는 그 속도감과 특유의 감각에 빠진 것은 아닐까. 한국에 돌아가면 다시 나는 우리의 '이립이(이립이는 우리가 30살이 됐을 때 딱 맞춰서 구매한 차라, '30'을 의미하는 이립에 남편의 성을 따서 최이립이라고 이름을 붙인 우리의 첫 차이다)'를 운전하겠지만 때떄로 이 오토바이 뒷자석이 그리울 것 같다. 그리고 이 오토바이의 뒷자석을 찾기 위해 다시 발리를 찾겠지.

keyword
작가의 이전글발리의 자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