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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ulberrina Apr 20. 2023

5. 뼈를 알아야 구조가 보인다.

턴아웃의 이해를 위한 가벼운 해부학(1)

의학 공부를 하며 취미로 발레를 다시 하게 되면서, 해부학을 통해 발레 동작에 대한 이해가 한 단계 높아졌음을 느낄 때가 많았다. 이를 차근차근히 정리해 보고자 한다.


의대 교육과정은 예과 2년, 본과 4년으로 이루어진다. 본격적인 의대 공부가 시작되는 본과 1학년을 시작하면서 "골학"에 대해 배운다. 골학은 말 그대로 뼈에 대해 탐구하는 학문으로, 모든 해부학의 기초가 된다. 며칠간 하루종일 뼈를 만지면서 뼈에 있는 수 십 개의 튀어나온 돌출부와 움푹 들어간 부위, 크고 작은 구멍들의 이름을 외우게 된다. 시간에 쫓기며 쉴 틈 없이 외우고 시험치고를 반복하다 보면, 앞으로 펼쳐질 본과 생활이 상당히 매콤하리라는 것을 직감하게 된다.




나는 이전에 발레 전공을 하면서 내 몸에 대한 이해도도 높았다고 생각했고, 진로를 변경하고 이과 공부를 하면서 생물학도 배웠기 때문에 인체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제대로 골학부터 배우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일이었다. 내 몸의 뼈가 이렇게 생겼구나, 참 생소하기도 하고 새로운 세계였다.



골학의 첫 과제는 각각의 뼈의 이름과 위치를 외우는 것이다. 아래와 같이 뼈만 하나, 제각각의 방향으로 아무렇게나 덩그러니 놓여 있을 때 1초 만에 그 정체를 파악하는 것이 해부학 공부를 위한 첫 단계인 것이다. 마치 영어 공부를 위해 a, b, c를 먼저 외우고 익히는 것과 같다. 각 뼈의 모양과 특징, 좌우 구별법을 외우고 적용하면서 서서히 내 몸을 지지해 주는 골격의 구조를 이해하게 되고, 내 몸에서 만져지는 뼈들이 새롭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ㅎㅎ


차례대로 왼쪽 빗장뼈, 오른쪽 엉덩이뼈이다. 빗장뼈의 오돌토돌한 거친면이 아래쪽 방향이고, 더 넓은 곡면이 안쪽방향이니까 이건 왼쪽 빗장뼈구나! 이런식으로 뼈의 종류를 맞춰간다.
차례대로 오른쪽 무릎뼈, 오른쪽 어깨뼈이다. 뾰족한 꼭지점이 있는 부분이 위쪽이고, 관절면의 넓은 쪽이 안쪽방향이니까 이건 오른쪽 무릎뼈구나! 머리속에서 뼈를 이리저리 돌려본다.



성인은 206개의 뼈를 갖고 있다. 유아기에는 더 많은 개수의 뼈를 갖고 있으며 문헌에 따라 개수는 다르게 나와있다. 성인의 뼈는 크게 몸통뼈대(머리, 목, 척추, 갈비)와 팔다리뼈대(어깨, 팔, 골반, 다리)로 나뉜다. 206개의 모든 뼈를 세세하게 다 알기는 어렵지만, 큼지막한 뼈의 구성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가운데에 머리, 척추, 복장뼈가 있고 나머지는 모두 좌우대칭으로 존재한다. 양쪽 빗장뼈, 어깨뼈, 갈비뼈가 몸통에 위치하고 양쪽 팔과 골반 및 다리뼈가 있다.

Palace Learning Vintage Skeletal System Anatomical Chart
간단하게 모식화하면 위와 같다.



각각의 뼈의 모양과 위치를 파악했다면, 다음 단계는 각각의 뼈의 세부적인 구조를 알아야 한다. 뼈 표면을 살펴보면 다양한 돌출부가 있는데, 다 그게 그거 같아 보이지만 각각 이름을 갖고 있는 중요한 구조물이다. 이런 울퉁불퉁한 융기부는 매끈한 것보다 훨씬 마찰력이 크기 때문에 힘줄, 인대, 근막과 같은 구조물이 부착하기에 유리하다. 또한 뼈 표면에는 좁고 길게 움푹 파인 부분도 있는데 주로 혈관이나 신경이 뼈에 바짝 붙어서 지나가는 길목이 된다. 또한 뼈에 작은 구멍이 나있는 것도 볼 수 있는데, 이는 뼈 자체를 먹여 살리는 혈액을 공급하기 위해 혈관이 직접 뼈 안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되기도 한다.



위팔뼈는 슬쩍 보기에 단순히 길쭉한 막대기처럼 생겼지만, 그 안에 섬세하고 복잡한 융기부와 움푹 파인 홈들이 있다. (Netter Atlas of Human Anatomy)



생명을 다루는 의학 공부를 시작하기에 앞서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이 바로 골학이다. 하지만 골학이 다루는 뼈는 생명과 직접적인 연관이 적어 보이고, 뇌나 심장과 같이 멋진 장기에 비해서는 어딘가 투박해 보이기도 한다. 그렇지만 뼈대가 있어야만 멋진 장기들이 자기 자리를 유지하면서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다. 또한 뼈대로부터 시작하여 모든 구조물이 겹겹이 쌓여 신체를 이루게 된다. 이것이 투박해 보이는 뼈를 가장 먼저 배우는 이유다.



처음에는 다 비슷하게 생긴 울퉁불퉁한 부위의 복잡한 이름을 무작정 외워야 해서 무척이나 애를 먹었다. 하지만 일단 닥치는 대로 외우다 보니 시간이 지나고 나서 '아, 이래서 이걸 다 외워야 하는 거였구나'하고 깨닫게 되는 순간이 찾아왔다. 이런 점은 다른 학문도 모두 비슷할 것이고, 발레도 마찬가지다. 힘들고 지루해도 일단 계속해서 기본이 되는 근력운동과 스트레칭, 플로어 워크, 바, 센터를 반복하다 보면 어느 순간 몸으로 체화되어 자연스럽게 우아한 발레 동작이 나오는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역시 어떤 분야든 기초가 가장 중요하며, 이를 성실하게 쌓아 올려야만 결실을 맺을 수 있음을 상기하며 다시 한번 마음을 차분히 해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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