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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육아연구가 맘다움 Aug 12. 2022

튼튼이가 18개월이던  어느 날

잊을 수도 없고 잊히지도 않을, 너의 눈빛

엄마의 체력이 육아의 기본이라는데 늦깎이 출산에 급격히 줄어드는 체력의 한계를 견디지 못해 결국 일은 터지고 말았다.


제발 단 몇 시간만이라도 혼자 아무런 방해 없이 조용히 푹 잠들었다 깨어나면 너무 좋겠다. 세상모르고 잠들었다 깨어나 보는 게 소원이 될 줄이야~ 첫 출산 후 쉼 없이 돌아가는 하루하루 쳇바퀴 속에 점점 조금씩 지쳐가고 있었지만 버티고 버티는 작전으로 할 수 있다, 해내야 한다 채찍질만 해대던 시기에 나의 마음속에서는 저렇게 울부짖고 있었다.


그날도 별다를 거 없이 단 둘이 종일 지지고 볶던 중 갑자기 너무 졸리고, 그저 누울 자리만 찾게 되는 이상한 날이었다. 딱 1시간만.. 아니 30분이라도 좋으니 지금 당장 그냥 뻗어서 쉬고 싶었는데 마침 튼튼이 낮잠시간이 다 되어 간다는 것을 깨닫고 "그래, 얼른 재우고 잠시 쉬자!"라는 희망을 품고 재우려 했지만 실패였다. 일이 터지려면 잘 돌아가던 것도 삐걱댄다고 그날따라 유독 보채고, 칭얼대는 튼튼이었고 나는 1시간 넘게 얼르고 달래기를 반복하다 풀썩 바닥에 누워버렸다. 체력 방전... 띠띠띠띠....


그 순간부터 튼튼이는 내 옆으로 와 나를 당기고, 일어나라는 듯 잡고 늘어지고 몸을 비벼대 칭얼대기 시작했고 내가 반응이 없자 울음을 터트리고 짜증을 내며 난리가 났다. 평소 같았다면 일어나 달랬겠지만 그날은 진심으로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도, 의지도 없었기에 스스로 진정하길 바라는 맘으로 "튼튼아, 엄마 졸려~ 우리 같이 자자.. 그만 울어~"라고 말하고 눈을 감은 채로 누워있었다.


사실 튼튼이의 보채는 행동은 졸려서 잠투정도 섞인 것이라는 것을 알았기에 안아서 재우면 그 불편한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걸 나는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럴 여유가 없었다. 이제 그냥 뒹굴뒹굴 거리다 잠들어 주길 바랄 뿐.., 나의 큰 욕심이었다는 걸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처음 쓰러지듯 몸을 뉘인 지 2시간이 넘게 지나는 동안 우리 둘의 실랑이는 반복이었고 제대로 쉬지도 달래지도 못한 채 시간만 보내버렸고 그것을 인지하는 순간 나는 폭발했다. 그것이 내가 처음 기나긴 터널의 어둠 속으로 빠져들 게 된 계기였다.


내가 이렇게 목소릴 높여 소리 지르고 화를 낼 줄 아는 사람이었나 스스로 당황스러울 만큼 낯선 모습으로 18개월 된 튼튼이에게 제발 자라고 소리를 치고 말았다. 그때 나의 목소리보다 더 높은음으로 터진 튼튼이의 울음소리와 함께 나를 바라보는 그 눈빛이 잊히지 않는다.


너무도 깨끗하고 맑아서 눈물방울마저 이슬같이 예뻐 보이는 그 눈에  비치는 나의 모습이 그대로 보였다. 내가 너무도 위험한 존재라는 생각과 함께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리고 그 상태로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는 말만 튼튼이에게 되뇌고 있었다. 어느새 튼튼이는 품에 안긴 채 곤히 잠들어. 버렸고 그 사이 나는 못난 나를 자책했다.


내가 얼마나 볼 품 없는 사람인가를 알아보기에 충분했던 사건이었고, 그 이후 나는 오랜 시간 터널 속을 방황하고 헤매며 엉켜져 버린 실타래를 풀기 위한 부단한 노력이 필요했다.





모든 육아를 하는 엄마가 나와 같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안다. 그러나 나와 같은 엄마가 분명 존재한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자신을 갈아 넣어 육아를 하다 보면 분명 어느 지점에서는 한계를 느끼고 터지는 순간을 맞이하기 마련이기에 직접 경험하기 전 그럴 수 있다더라 주의사항을 읽는 듯 나의 글을 읽고 참고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리고 날 것 그대로 글을 쓰는 이유와 감추고 싶은 에피소드를 적나라하게 남기는 이유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고 인정하고 성장하기 위한 것인 동시에 튼튼이가 훗날 이 기록을 보고 자신의 성장에 대해 알고, 같은 여자로서 나와 같은 상황을 겪게 될지 모르는 때를 위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남긴다.


[안녕, seoa] 매거진의 모든 글은 나의 딸을 키우며 겪는 일들에 대한 기록이 쌓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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