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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꼬 Jun 07. 2023

서울, 낯설게 대하기

여행객이 된 것처럼 살아보기

내가 매일 살아가고 있는 서울은 한 때 나의 동경의 대상이었다.

대구 소녀였던 나는 매년 여름이면 서울에 살던 사촌들을 만나러 갔었다. 서울역에 도착하는 순간 만나게 되는 높은 건물들, 뭔가 모르게 세련된 사람들, 대구엔 없는 해외 브랜드 샵들을 볼 때면 정말 눈이 번쩍 뜨이는 기분이었다.

조금씩 찍어먹으면 더 감칠맛 나듯, 성인이 되면 대구를 떠나 무조건 이 서울에 살리라 그리곤 서울 여자로 불리울리라 마음 먹었었지 ㅋㅋ.


아- 서울에 온 지도 7년이 다 되어간다.

여전히 내게 서울은 편리하고 아름다운 것들이 많은 도시이나, 때론 너무 정신 없기도 얄밉기도 하며 고단하기도 한 곳이 되어있었다.


오늘은 서울에 다시 애정을 가져보기로 했다.

마치 낯선 여행객으로 서울에 놀러 온 것처럼, 자주 가던 한남동에서 전혀 해보지 않았던 것들만 골라서 해보았다.


1. 숙소 체크인

호텔에 가는 취미가 없는 나지만 큰 맘 먹고 좋은 호텔을 예약했다. 해외 여행을 가면 마지막 날 정도는 고단함을 풀기 위해 좋은 호텔을 택하기도 하니깐. 오늘이 그 날인 셈 치지 뭐!

그랜드 하얏트 호텔로 정했다. 로비에 들어오니 외국인들이 정말 많았고 이국적인 향이 솔솔 나서 진짜 여행 온 기분이 났다.



2. 새벽 조깅

아침 7시, 좋은 뷰를 보며 일어났다. 여름이라 해가 일찍 뜬다.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가볍게 조깅을 하러 나섰다. 호텔 뒷편 샛길로 내려가니 생전 처음 보는 골목이 펼쳐졌다. 이런 길이 있었나?

조금 더 내려오니 대사관 길이 나타났다. 심플한 건물의 대사관도 있고, 그 나라 특색이 듬뿍 녹아든 이국적인 건물도 있다. 나무도 푸르르고 하늘도 맑네.



3. 마지막 여정, 브런치

해외에 가면 호텔 조식보단 로컬 음식점을 하나라도 더 경험해보려고 한다. 그래서 하얏트 조식도 신청하지 않았다.

한남동 썸머레인이라는 곳이 호주식 브런치라 아침 6시부터 문을 연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ㅎㅎ 30분 정도 걸은 뒤 브런치를 먹으러 갔다. 호주에서 그랬듯 커피는 미리 달라 부탁 드리고 음식이 나오기까지 따뜻한 롱블랙을 홀짝 홀짝 마셨다. 서울에 살고 있지만, 서울에 살고 싶다는 (정확히는 한남동인걸까 ㅋ) 생각이 마구 든다. 요거트 보울이 너무 맛있고 상큼했다.



나의 서울,

익숙한 모든 것들에 대해 다시 한번 감사해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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