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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결 Feb 03. 2021

“나랑 별 보러 가지 않을래?” - 오키나와의 밤하늘


“찬 바람이 조금씩 불어오면은 밤하늘이 반짝이더라 … 
어디야 지금 뭐 해. 나랑 별 보러 가지 않을래?”

『별 보러 가자』 by 적재



아름다운 오키나와의 낮은 여기저기서 앞다투어 소개하지만, 오키나와 밤의 아름다움은 그리 널리 알려져 있지 않은 듯하다. 서울과 같은 대도시가 사람들이 만들어낸 불빛으로 멋진 야경을 만들어 낸다면, 여기 오키나와는 밤하늘에 가득 찬 별빛으로 그 아름다움을 뽐냈다.

 

달과 구름이 사이좋게 모습을 감춘 날이면 우리는 종종 별을 보러 갔다. 밤하늘의 별들은 의외로 집 가까운 곳에서도 만날 수 있었다. 우리는 집 근처 해변이나 공원에 돗자리를 펴고 누워 밤하늘을 보곤 했다. 밤하늘을 눈으로만 즐기긴 아쉬운 날도 가끔 있었다. 그런 날엔 와인잔과 조그마한 스피커도 같이 챙겼다. 


아무도 없는 작은 해변에 넓은 돗자리를 펴고 누워 밤하늘을 올려다본다. 발 밑으로는 찰싹찰싹 파도소리가 들리고, 조그만 블루투스 스피커에서 나오는 음악이 모래사장 위로 부드럽게 흐른다. 선선한 바닷바람도 기다렸다는 듯 우리 몸을 쓱 훑고 지나간다. 와인잔에 담긴 붉은 와인과 밤하늘에 담긴 하얀 별들에 취하던 날. 마치 밤하늘로부터 큰 위로를 받듯이, 가끔은 서로 말도 없이 그렇게 쉬지 않고 아름다운 오키나와의 밤하늘을 바라보며 누워 있었다.


 
 


헤도곶 별보기 여행


오키나와 본 섬의 최북단 헤도곶 (Cape Hedo, 辺戸岬). 문명(?)과는 더 먼 만큼, 밤하늘의 별들은 더 가까이 있는 곳. 헤도곶으로 떠난 별보기 여행은 더욱 특별한 경험이었다. 


저녁을 느지막이 나고 시내에서 먹고, 헤도곶으로 뿡뿡이를 몰고 올라갔다. 별을 찾아가는 길은 어렵지 않았다. 오키나와에서 어딘가를 찾아간다면 대부분의 경우 58번 국도를 만나게 된다. 이번에도 역시, 바다 옆으로 난 58번 국도를 따라 북쪽으로 별을 찾아 올라갔다.


나고 시내를 조금만 벗어나자 왕복 4차선이던 58번 국도는 이내 왕복 2차선으로 줄어들었고 백미러에 비치던 상점들의 불빛들도 멀어져 갔다. 그렇게 한 참을 달리니, 58번 국도는 텅 비어있었고, 칠흑 같은 어둠만이 우리 주위로 펼쳐져 있었다. 


하지만 '이제 곧 눈 앞에 별이 보이겠지'라는 기대와는 달리 뜨문뜨문 자리 잡은 가로등만이 길을 밝힐 뿐, 아무리 차창밖을 내다봐도 새까만 밤하늘 밖에 보이질 않았다. 


'오늘 별을 볼 수는 있을까?'

결국 뿡뿡이를 잠시 세워 밤하늘을 잠시 살펴본 후, 우리의 별보기 여행을 계속할지 말지 결정하기로 했다. 마침 도로 옆에 차를 댈만한 넓은 장소가 보였다.


'이렇게 멀리 왔는데 왜 별 하나 보이지 않는 거야?' '우리 집 앞에서도 이것보단 잘 보이겠다'

툴툴거리며 차를 세우고 나와서 고개를 옆으로 살짝 돌렸던 그 순간.

뿌연 먼지처럼 보이는 하얀 점들이 다 별들이다. 내 부족한 사진 실력으로는 밤하늘의 별들을 다 담을 수 없었다.

바로 그 순간. 

'우와' 하는 탄성이 나도 모르게 나왔다.


오키나와의 바다 바로 위부터 내 머리 위 하늘까지. 별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빛나고 있었다. 옆으로 넓게 펼쳐진 바다와 그 바로 위로 더 넓게 펼쳐진 밤하늘. 덕분에 별을 찾아 고개를 여기저기 들 필요가 없었다. 옆으로 시선을 던지기만 해도 빈 곳을 찾을 수 없이 빛나던 별들. 


운전하는 차 안에서는 깜깜하기만 하던 밤하늘이, 차 밖으로 나오자 수없이 많은 별들로 우리를 맞이했다. 그 날, 우리는 태어나서부터 봤던 별보다 더 많은 별들을 만날 수 있었다. 수많은 작은 별들이 모인 듯 뿌연 모습의 은하수도, 소원을 빌기 어려울 정도로 찰나의 순간에 지나간 별똥별들도 처음으로 만났다.


우리는 별자리 보기 어플을 켜고 밤하늘 여기저기를 비추며 별자리를 찾아보았다. 오리온자리, 작은 곰 자리, 카시오페이아 자리. 책에서 밖에 만나지 못했던 많은 별자리들이 실제 눈 앞에서 반짝이고 있었다. 도시에서는 뜨문뜨문 보이는 별들을 힘겹게 찾아서 선을 이어 별자리를 그려 보았는데, 여기서는 너무 많은 별들 중에서 그 별자리에 맞는 별들을 고르는 게 힘들 정도였다.


지금 여기 서울 하늘에서는 별이 두어 개 밖에 안 보인다. 그래도 그 얼마나 반갑던지. 밤하늘 가득 찬 별들이 그리울 때는 눈을 감고 지난 별보기 여행을 떠올려 본다. 상상 속에서 더욱 많아져 가는 오키나와 밤하늘의 별들.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오키나와의 밤 - 별구경 명소들


오키나와의 밤도 그 낮만큼 아름답다. 구름이 없는 날, 달까지 숨었다면 별을 보러 가자. 오리온 맥주의 Three Stars를 하늘에서도 만날 수 있다.


중부

# 잔파 공원 (Cape Zanpa Park, 残波岬公園)

잔파 등대를 등지고 공원으로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하늘에 있는 별들이 성큼 다가와 있다.

>> 주소: 675 Uza, Yomitan, Nakagami District


# 만좌모 (Cape Manzamo, 万座毛)

코끼리 바위와 넓은 언덕 위로 쏟아지는 별을 볼 수 있다.

>> 주소: Onna, Kunigami District


# 니라이 해변 공원 (Nirai Beach, ニライビーチ)

넓은 잔디밭에 누워 밤하늘을 볼 수 있다. 가끔 박쥐가 나타나도 놀라진 말자.

>> 주소: CP78+C2, Yomitan, Nakagami District



북부

도시랑 먼 만큼 별들이랑 더 가까운 곳. 저녁을 나고쯤에서 해결하고 58번 국도를 따라 올라가면 된다. 거리가 제법 있는 편이니 왕복 여정을 잘 생각하고 출발할 것.


# 헤도곶 (Cape Hedo, 辺戸岬)

오키나와 최북단. 인공적인 빛들과 더 먼 만큼 별들과 더 가까운 곳이다.

>> 주소: Hedo, Kunigami, Kunigami District


# 카야우치 반타 (Kayauchi Banta, 茅打バンタ)

낮에 가도 좋은 곳. 산속으로 난 길을 조심히 따라 올라가면 차를 대고 하늘을 볼 수 있는 공터가 나온다.

>> 주소: Ginama, Kunigami, Kunigami Distri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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