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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 욱 Dec 19. 2022

자문의 뜻을 자문하다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에 4년을 다녔는데, '자문'이라는 단어의 뜻을 이제 알았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은 '자문'의 뜻을 '어떤 일을 좀 더 효율적이고 바르게 처리하려고 그 방면의 전문가나, 전문가들로 이루어진 기구에 의견을 물음'이라고 설명합니다. 즉, '자문하다'는 어떤 사안에 대해서 문의하다 혹은 질문하다 이런 뜻입니다. 


원래는 최고 권위자가 아랫사람에게 물어보는 행위를 뜻하는 의미였는데 지금은 좀 바뀌어서 결정권자가 전문가 집단의 의견을 구하는 경우에 자문한다는 표현을 씁니다. 한자로는 물을 자(諮), 물을 문(問)을 쓰기 때문에 그 자체로 묻는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신문의 기사도 그렇고 일상의 용례도 '자문'을 본래의 뜻과 정반대인 '권고'나 '조언', '상담'의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 끊임없는 연구로 디지털 금융 분야 원스톱 법률자문 제공

 - 집합건물 분쟁 대처…경기도 관리지원단, 3년간 227건 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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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례들에서 쓰인 자문은 모두 서비스, 상담, 권고 등으로 바꿔 써야 올바른 표현이 됩니다. 또 '자문기구가 대통령에게 자문안을 보고했다'라던지 '선생님께 자문을 구하고자 합니다' 이런 표현도 잘못된 말입니다. 자문기구는 대통령의 자문에 응해 권고안을 보고하는 것이고, 선생님께는 문의나 질문을 드리고 조언을 구해야 합니다. 영어사전에서 '자문하다'를 검색하면 give the advice로 번역되는데 이것도 자문과 조언의 주체를 뒤집어놓은 정반대의 오역입니다.  


나름 글쟁이라는 사람이 우리말을 제대로 쓰고 있는지 끊임없이 자문(自問)해봐야 겠습니다. 좋은 가르침을 주신 우리말 달인 엄민용 국장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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