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양자물리학에 관한 책이다. 저자인 카를로 로벨리는양자역학의 원리에 근거한 루프양자중력 이론을 만든 이탈리아의 이론 물리학자다. 물리학자가 쓴 물리학 책임에도 책 전반에서 인간의 존재와 관계에 관한 통찰을 읽을 수 있다.
양자물리학은 결국 우주의 사물들이 서로에게 나타는 방식에 관한 것이며, 사물 간의 상호작용 속에서 존재하는 물질은 결코 영속적이거나 고유할 수 없다.
사과의 신맛은 고유의 속성이 아니라 우리가 맛을 보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존재하는) 속성이고, 당신의 입술 역시 원래 촉촉한 것이 아니라 나의 입술이 맞닿아 상호작용이 거치면서 촉촉한 감촉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것이다.
대상의 속성은 그것이 발현될때의 상호작용(물리학에서의 관찰)와 분리할 수 없다. 결국 양자물리학에서 보는 이 세상에 대한 관점은 고정되고 확정된 속성을 가진 대상들의 집합이 아니라 각 대상들의 관계에 대한 그물망인 것이다.
철학과 신념의 영역으로 확장해보자. '절대적 원칙'이란 존재하는가. 양자물리학의 관점에서는 그렇지 않다. 원칙은 상대와의 상호작용에 따라 수시로 변화할 수 있으며 새로 생길 수도, 사라질수도 있는 상대적 개념이다.
상호작용이 없는 것은 속성이 없다. 방문을 열기 전 까지는 방 안에 있는 사람은 잠들어 있는 상태와 깨어 있는 상태가 중첩되어 있다. 방문을 여는 행위가 관찰, 상호작용이며 그 때서야 비로소 방 안에 있는 사람의 상태가 결정된다.
나의 마음 속에는 당신을 좋아하는 마음과 그렇지 않은 마음이 중첩되어 있다. 어떤 마음이 관측될지는 알 수 없다. 원칙이 없으니 그 마음 역시 관측자(상호작용 대상)에 따라 수시로 바뀔 수 있다. 무엇보다 그 문을 열어보는 것이 가장 첫 번째의 상호작용이다.
어떤가? 이 마음의 문을 열어보고 싶은 호기심이 들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