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표준요금제를 선택했습니다. 월 11,000원 기본료에 무료로 부여되는 것 없습니다. 음성통화를 1초 사용할 때마다 1.8원입니다.
제가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1분 동안 통화를 하면 114원이 부과됩니다. 적은 돈이지만, 어찌되었건 최선을 다해 통화를 하고 있다는 기분이 듭니다. '잘 지내셨어요? 소식은 들었습니다. 가끔 잘 지내실까 하는 생각도 했었습니다' 제가 이렇게 대화를 건네는 매 순간순간 과금될테니까요. 요즘에는 무엇이든, 사소한 것 하나에도 의미를 부여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어떤 기억 하나가 떠오릅니다. 추억에서 꺼낸 동전 하나가 쨍그랑 마음에 떨어져내립니다.
스물 다섯 살, 제가 이등병이던 시절입니다. 새벽 보초를 서고 돌아오는 길에 공중전화가 있었습니다. 교대 전 30초 정도의 시간이 주어지면 당신께 전화를 걸었습니다. 언제 저에게서 전화가 올지 모르니 당신은 늘 전화기 옆에 바짝 누워 있는다 했습니다. 그리고 저의 벨이 울리면, 여보세요, 그 인사도 없이 당신은 바로 노래를 불러줬습니다. 수화기를 들자마자 노래를 시작했습니다.
그 새벽의 노래 속에 당신의 모든 말이 담겨 있었습니다. 안부와 근황, 질문과 답변, 아프지 않느냐는 걱정, 그리고 사랑한다는 말이 그 안에 함께 있었습니다. 단 30초 동안 주어진 시간에 가장 많은 대화를 하는 것. 그것은 당신의 노래였습니다.
그리고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당신의 노래를 들으며 침묵으로 당신께 말했습니다. 그립다. 사랑한다. 보고싶다. 만지고싶다. 나는 지금 네 옆에 지금 누워 있는 것이다. 아니 네가 지금 내게 와 있는 것. 그런 고백이었습니다.
이제 다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30초 통화를 하면 54원입니다. 동전 하나의 시간입니다. 그렇게 매초 부과되는 요금제로 바꿨다해서 마음이 더 간절해질까요. 조금은 그럴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 시절 30초 동안 들려오던 옛사랑의 노래처럼, 그날의 당신처럼, 어쩌면 저는 이제 꼭 필요한 말, 해야할 말을 먼저 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하지 못했던 그 말을 이제 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아니 가만히 당신의 말을 듣고만 있을 지도 모릅니다.
다 쓰지도 못하면서 한도 높은 요금을 책정한 뒤 마음과 관계도 부자가 되었다 생각했던 허위에서 내려와 이제 1초마다 부과되는 요금을 선택한 것입니다.
예전엔 다 이런 요금제였습니다. 그래서 이름이 여전히 '표준요금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