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ganda_Africa_2005
세계 여러 나라의 가톨릭 문화를 담았던 프로그램, 특별기획 ‘믿음의 노래’.
그 첫 촬영지인 필리핀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후, 장비와 촬영감독을 교체해서 다음 날 바로 아프리카로 향했다.
인천에서 출발해서 UAE의 두바이, 케냐 나이로비를 경유해서 우간다 엔테베로 들어가는 일정.
제작비를 효율적으로 쓰느라 가장 싼 비행 편을 찾다 보니 20시간 동안 세 번의 항공편을 갈아타야 했다.
첫 경유지인 두바이.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허브공항이어서 수많은 사람들이 크고 깔끔한 공항 안에 가득한데… 흰옷을 입은 중동 사람들이 너~무 새치기를 한다. 한 무리를, 인종을, 나라를, 종교를 싸잡아서 비난하지 않아야 한다고 굳게 마음먹고 살고 있는데, ‘니가 언제까지 그러나 보자!’라는 듯.
한참 후에 다른 비행기에서 내려 경유하러 온 이들도 친구~를 외치며 계속 줄 앞쪽에 선다. 다음 비행 편 시간은 다가오고 내가 선 경유 줄은 줄지 않는다.
이 하얀 옷을 입은 속이 시커먼 이들에겐 서로 이런 식으로 배려해주는 게 형제애인 모양이다.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 배려에는 ‘애’를 붙이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면서 노려만 보았다.
확 그냥~ 한판 뜨고 싶었지…만 쪽수에 압도당한 채 사람 좋은 척 참았다.
아프리카 첫 촬영지로 우간다에 온 이유는, 이곳에서 아프리카의 대표 순교자 행사인 나무공고(Namugongo) 축제가 열리기 때문이다. 6월 3일은 그 유명한 성 가롤로 르왕가와 동료 순교자 축일 Martyr’s Day이고 축제날에 맞춰 아프리카 각지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든다. 아프리카 대표 가톨릭 축제여서 주변의 케냐, 르완다, 탄자니아뿐 아니라 멀리 잠비아, 나이지리아 등에서도 순례자들이 오고, 이날은 약 80만 명이 모였다고 한다. 첫 아프리카 여행에서 이 대륙 사람을 다 만나는 느낌이었달까…
(당시 드론이 없었던 게 통탄할 노릇이다.)
이 축제 미사를 집전하던 추기경님의 강론 중, 성관계할 때 콘돔을 반드시 사용하라는 말씀에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가톨릭 교리상 인공피임은 권할 수 없는 것이지만, 에이즈의 감염이 심각한 상황에서 생명이 우선되어야 하는 지역적인 이해가 더 중요할 수 있구나...라는 이전엔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와 마주하게 되었다. 이후 많은 나라를 다니며 이런 딜레마에 자주 생각이 붙들리는 경험을 한다. ‘사랑’과 ‘정의’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상황 같은… (이 이야기도 언젠가…)
첫 아프리카와의 조우, 우간다에서의 일정을 이틀 만에 마치고 육로를 통해 케냐로 넘어간다.
버스로 국경을 넘으면서 첫날 엔테베 공항에서 우리 카메라를 총이라고 바득바득 우기며 결국 100달러를 챙겨간 귀여운 세관원의 얼굴이 떠올랐다. ㅎㅎ 잘 살아라~ 부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