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야(雪夜)

by 게리

1. 보이지 않는 달


삿포로의 겨울은 단순한 계절이 아니라 구조다. 온도는 내려가고, 소리는 흡수되며, 사람의 움직임은 계산된 동선으로 축소된다. 도시는 거대한 냉동고처럼 스스로를 밀봉한다. 오후 네 시가 되면 하늘은 이미 저녁의 안색을 띠고, 네온은 빛을 발산한다기보다 어둠에 찔려 피를 흘리는 것처럼 번진다. 눈은 끊임없이 내려 모든 표면을 평평하게 만든다. 돌출된 것은 깎이고, 튀어나온 것은 묻힌다. 삿포로는 그렇게 균질해진다.

삿포로 유흥가 스스키노의 바 ‘모로코’는 그 균질함에서 한 발 비껴 나 있다.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은 짧지만, 공기의 밀도는 확연히 다르다. 밖의 바람은 문턱에서 꺾이고, 소음은 여과된 잔향만 남긴다.

탐정은 가장 안쪽 자리에 앉아 있었다. 벽과 벽이 만나는 지점, 사각지대에 가까운 자리였다. 그는 브랜디를 주문했지만 거의 마시지 않았다. 잔 벽에 맺힌 물방울이 중력에 패배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썼다. 물방울은 천천히 선을 긋고, 끝내 테이블 위에 작은 흔적을 남긴다. 사라지지 않는 자국. 그에게 중요한 것은 항상 그 자국이었다.

전화는 새벽 두 시에 울렸다. 이 시간의 호출은 설명을 생략한다. 그는 화면을 보지 않았다. 귀에 댄 순간, 상대의 호흡이 먼저 들렸다. 말을 고르기 전의 숨. 권력을 쥔 자가 처음으로 문장을 찾지 못하는 순간의 침묵.

“사람이 사라졌습니다.”

목소리는 낮았지만 얇은 균열이 섞여 있었다. 탐정은 잔을 한 번 흔들었다. 얼음이 부딪히는 소리가 신호처럼 울렸다.

“이름.”

“기타노 건설의 요시다입니다. 조카 사토시가 어젯밤부터 연락이 닿지 않습니다.”

요시다. 재개발과 입찰, 시의회와 식사 자리를 공유하는 인물. 탐정은 기억의 목록에서 그 이름을 꺼냈다. 빠르게 정리했다. 실종, 대학생, 방학 중 사무 보조. 조건은 단순해 보였지만 단순한 실종은 권력자가 새벽에 전화를 걸지 않는다.

“아홉 시. 사무실에서.”

통화는 짧았지만 불안은 길었다.

다음 날, 기타노 건설의 집무실은 과시로 무장해 있었다. 통유리창 너머의 도시는 백색의 판 위에 올려진 모형처럼 보였다. 요시다는 창 앞에 서 있었다. 맞춤 양복, 완벽하게 다려진 소매, 그러나 넥타이 매듭이 약간 비틀려 있었다. 사소한 오차는 심리의 균열을 드러낸다.

“경찰은 아직 접수도 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대학생의 외박은 흔하다고.”

“그런데 당신은 흔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요시다는 소파에 앉으며 손가락을 맞물렸다.

“사토시는 계획을 어기지 않는 아이입니다. 어젯밤 제게 할 말이 있다고 했습니다.”

“무슨 말.”

요시다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창밖을 보았다. 눈발이 유리창에 닿았다가 녹아 흐른다.

“아이들은 가끔, 자신이 정의라고 착각합니다.”

문장은 변명에 가까웠다. 탐정은 사진을 건네받았다. 붉은 벽돌을 배경으로 웃고 있는 청년. 표정이 맑았다. 그 맑음이 이 방의 공기와 어울리지 않았다.

“그 아이가 가지고 있을 가능성은.”

요시다는 대답 대신 찻잔을 들었다.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침묵이 자백의 형태를 취했다.

탐정은 사토시의 마지막 행적을 좇았다. 스스키노의 클럽 ‘루비’. 낮의 클럽은 밤의 잔해를 숨기지 못한다. 끈적한 바닥, 가라앉지 않은 냄새. 카운터의 남자는 사진을 보자마자 시선을 흘렸다.

“기억 안 납니다.”

탐정은 돈을 올려두었다. 지폐가 카운터 위에 내려앉으며 소리를 냈다.

“기억은 조건에 따라 돌아오기도 하지.”

남자는 주변을 확인한 뒤 목소리를 낮췄다.

“검은 코트를 입은 사내가 따라붙었습니다. 뒷문으로. 자의는 아니었습니다.”

골목의 눈은 이미 새것으로 덮여 있었다. 발자국은 사라졌지만 CCTV는 남아 있었다. 관리실 모니터 속에서 사토시는 비틀거렸고,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그림자가 뒤를 따랐다. 추적이 아니라 유도. 큰길을 피하고 항만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화면 속 사토시가 잠시 멈춰 뒤를 돌아보는 순간, 그의 표정은 공포보다 확신에 가까웠다. 자신이 건드린 것이 무엇인지 이해한 얼굴.

사토시의 원룸은 지나치게 정돈되어 있었다. 침대는 팽팽했고 책상은 정렬되어 있었다. 통제된 공간은 불안의 반대편에 있다. 노트북 전원을 켰을 때 미지근한 온기가 손끝에 닿았다. 최근에 누군가 만졌다. 휴지통에는 삭제된 파일의 잔해가 남아 있었다.

재개발 입찰 관련 문서. 비자금 계좌 현황. 파일 이름만으로도 구조가 보였다. 사토시는 삼촌의 사무 보조가 아니라 내부 기록자였다. 그리고 누군가 그 기록을 인지했다.

창문을 열자 눈발이 방 안으로 스며들었다. 정갈한 책상 위에 하얀 입자가 내려앉는다. 표면은 다시 덮인다. 그러나 데이터는 눈으로 덮이지 않는다.

탐정은 창을 닫고 방을 나왔다. 복도에는 라디오 소리가 희미하게 흘렀다. 평범한 일상의 음성. 그 일상은 누군가의 선택으로 균열이 생겼다.

항만으로 향하는 도로를 바라보며 그는 계산했다. 요시다는 조카의 생존을 원한다. 그러나 파일은 더 원한다. 검은 코트는 요시다의 사람일 가능성과, 더 큰 구조의 사람일 가능성을 동시에 가진다. 사토시는 아직 살아 있다. 죽은 사람은 협상 수단이 되지 못한다.

바 ‘모로코’로 돌아왔을 때 밤은 깊어 있었다. 바텐더는 묻지 않았다. 탐정은 같은 자리에 앉았다. 잔 속의 얼음은 반쯤 녹아 있었다. 그는 새 술을 주문하지 않았다. 생각은 이미 항만 창고 쪽으로 이동해 있었다.

삿포로의 밤은 달이 보이지 않을 때 가장 정직하다. 빛이 사라지면 윤곽이 선명해진다. 사라진 사람은 현재형이다. 현재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는 코트를 입었다. 밖으로 나가자 눈이 다시 내리고 있었다. 도시의 모든 흔적을 덮으려는 시도처럼. 그러나 모든 눈은 언젠가 녹는다. 녹은 자리에 남는 것은 물과 진흙, 그리고 지워지지 않은 자국이다.

탐정은 항만 방향으로 차를 몰았다. 헤드라이트가 백색의 장막을 가르며 나아갔다. 보이지 않는 달 아래에서, 진실은 숨지 않는다. 단지 기다릴 뿐이다.




2. 얼어붙은 진실


삿포로 항만으로 향하는 도로는 도시의 맥박이 끊긴 혈관처럼 조용했다. 스스키노의 네온은 백미러 속에서 점점 작아졌고, 헤드라이트가 만들어내는 빛의 원뿔만이 전방을 허락했다. 눈은 옆으로 휘날렸다. 수직이 아니라 수평에 가까운 낙하. 바람이 방향을 결정하고, 도시는 그 방향에 순응한다. 와이퍼가 규칙적으로 움직였지만 시야는 완전해지지 않았다. 완전한 시야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 탐정은 그 사실을 오래전에 배웠다.

사토시의 방에서 느낀 미지근한 온기는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최근 접속. 누군가가 파일을 확인했거나 삭제를 시도했다. 그러나 삭제는 완전하지 않았다. 급했다는 뜻이다. 급했다는 것은 일정이 있다는 뜻이다. 시간표가 존재한다는 말이다. 그는 계기판의 시계를 확인했다. 새벽 세 시를 넘기고 있었다. 이 시간대의 항만은 법과 질서가 잠시 외면하는 회색 지대가 된다.

구 항만 창고지대는 쇠와 소금, 기름의 냄새로 이루어진 공간이었다. 녹슨 크레인은 정지된 채 하늘을 향해 팔을 뻗고 있었다. 눈이 쌓인 컨테이너들은 무덤처럼 줄지어 있었다. 탐정은 차량을 창고지대 외곽에 세웠다. 엔진을 끄자 정적이 급격히 밀려들었다. 멀리서 들려오는 것은 바닷바람이 철판을 긁는 소리뿐이었다.

눈 위에 남겨진 타이어 자국은 이미 희미해져 있었지만, 네 번째 창고 앞에는 제설 흔적이 분명했다. 인위적인 공간. 자연의 덮개를 걷어낸 자리에는 인간의 의도가 남는다. 철문은 완전히 닫히지 않은 채 틈을 드러내고 있었다. 안에서 새어 나오는 노란빛이 눈 위에 길게 드리워졌다. 그는 장갑을 끼고 문을 밀었다. 금속이 낮게 울렸다.

창고 내부는 예상보다 넓었다. 천장에는 오래된 형광등 몇 개가 매달려 있었고, 빛은 충분하지 않았다. 나무 궤짝과 철제 선반이 불규칙하게 배치되어 그림자를 만들고 있었다. 그림자는 공간을 더 크게 보이게 한다. 중앙에는 낡은 사무용 의자가 놓여 있었다. 그리고 그 의자에 묶인 인물이 있었다.

사토시였다.

그의 고개는 약간 숙여져 있었지만 의식은 남아 있었다. 얼굴에는 멍이 퍼져 있었고 입술은 터져 있었다. 그러나 눈은 흐려지지 않았다. 그를 둘러싼 세 명의 사내가 담배를 피우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중 한 명, 검은 코트를 입은 사내가 의자 앞에 서 있었다. 코트는 먼지 하나 없이 정갈했다. 이 공간과 어울리지 않는 청결함.

“암호는 복잡하지 않았을 텐데. 대학생 치고는 제법 치밀하더군.”

검은 코트의 목소리는 낮았고 감정이 제거되어 있었다. 사토시는 고개를 들었다.

“취소는 못 해. 예약은 이미 걸려 있어.”

“어디로.”

“필요한 곳.”

검은 코트는 한숨을 내쉬었다. 짧은 쇠파이프를 손에 들고 있었다. 그는 파이프를 일정한 리듬으로 손바닥에 두드렸다.

탐정은 그림자 속에서 상황을 계산했다. 인원은 네 명. 무장 상태는 파이프와 칼로 추정. 사토시는 결박. 총기는 보이지 않았다. 총성이 울리면 외부의 관심을 끌 수 있다. 그들은 조용히 해결하려 한다. 조용한 해결은 협상의 여지를 남긴다.

그는 한 발 내디뎠다.

“피가 눈에 섞이면 치우기 번거롭다.”

사내들의 시선이 동시에 이동했다. 검은 코트는 고개를 약간 기울였다.

“의뢰를 받고 왔나.”

“실종 신고가 접수됐다.”

“우린 발견한 것뿐이다.”

“사람을 발견했다면 보통은 저렇게 묶어놓지 않지.”

공기가 단단해졌다. 나머지 세 명이 산개했다. 포위의 형태. 탐정은 경찰봉을 꺼냈다. 금속의 무게가 손에 안착했다.

첫 번째 사내가 달려들었다. 주먹은 직선적이었다. 탐정은 상체를 틀어 피하고 허벅지를 가격했다. 타격음이 낮게 울렸다. 두 번째는 발차기를 시도했다. 그는 발목을 잡아 균형을 무너뜨렸다. 몸이 바닥에 부딪히며 먼지가 일었다. 세 번째는 뒤에서 팔을 걸었다. 숨이 잠시 막혔지만 팔꿈치를 뒤로 밀어 갈비를 쳤다. 압박이 느슨해졌다.

검은 코트는 움직이지 않고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관찰자처럼 보였지만 계산 중이었다. 탐정이 두 명을 제압하자 그는 칼을 꺼냈다. 짧고 날카로운 칼날. 빛을 받으며 번뜩였다.

“여기까지다.”

“아직 아니다.”

두 사람의 거리가 좁혀졌다. 칼은 직선이 아니라 원을 그렸다. 탐정은 봉으로 칼날을 밀어냈다. 금속이 부딪히며 날카로운 소리가 났다. 검은 코트의 동작은 훈련된 자의 것이었다. 무작위가 아니라 의도된 각도. 그는 칼을 낮게 찔러 들어왔다. 탐정은 옆으로 비켜 복부를 노리는 궤적을 피했다. 봉을 짧게 휘둘러 손목을 가격했다. 칼이 흔들렸지만 놓치지 않았다.

두 번째 교차에서 탐정은 거리를 더 좁혔다. 칼은 멀리서 위력을 발휘한다. 가까워지면 서로의 호흡이 섞인다. 그는 상대의 손목을 잡아 비틀었다. 뼈가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칼이 바닥에 떨어졌다. 동시에 검은 코트의 무릎이 올라왔다. 복부에 충격이 전해졌다. 숨이 잠시 끊겼다.

탐정은 뒤로 물러나지 않았다. 머리로 상대의 안면을 들이받았다. 둔탁한 소리. 검은 코트가 비틀거렸다. 이어서 가슴을 향해 발을 밀어 넣었다. 균형이 무너졌다. 그는 넘어지며 궤짝에 부딪혔다.

나머지 사내들은 상황을 판단했다. 계약의 조건이 변했다. 두 명은 이미 움직이지 않았고, 우두머리는 바닥에 있었다. 그들은 서로를 바라본 뒤 뒷문 쪽으로 달렸다. 눈 위로 발자국이 남았다. 그러나 곧 다시 덮일 것이다.

창고에는 사토시와 탐정만이 남았다. 사토시의 호흡은 거칠었다. 그는 탐정을 바라보았다.

“삼촌이 보냈습니까.”

“보냈다. 그러나 이유는 하나가 아니다.”

결박을 풀자 사토시는 힘없이 앞으로 기울었다. 탐정이 부축했다. 가까이서 보니 상처가 더 선명했다. 그러나 의식은 또렷했다.

“암호는 이미 전달됐어요.”

“어디로.”

“언론사 세 곳, 감사팀 한 곳, 그리고 예약 메일.”

“시간은.”

“아홉 시.”

탐정은 시계를 확인했다. 여섯 시간 남짓. 요시다는 파일 회수를 원한다. 그러나 이미 복제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사토시는 준비성이 철저했다.

“왜 여기로 나왔나.”

“삼촌과 대화하려 했습니다. 마지막 기회를 주려고.”

“기회는 양방향이 아니다.”

사토시는 씁쓸하게 웃었다.

“그래도 가족이니까.”

가족. 그 단어는 이 공간에서 가볍지 않았다.

탐정은 사토시를 차량으로 옮겼다. 히터를 켰다. 따뜻한 공기가 천천히 차 안을 채웠다. 사토시는 USB를 손에 쥐고 있었다.

“그 안에 전부가 들어 있나.”

“전부는 아닙니다. 일부는 이미 전송됐습니다.”

“돌이킬 수 없다.”

“돌이키려고 한 적 없습니다.”

차량이 움직였다. 항만을 벗어나는 길은 여전히 눈으로 가득했다. 동쪽 하늘이 미세하게 밝아지고 있었다. 새벽은 밤과 낮의 타협이다.

“삼촌은 구속될 겁니다.”

“가능성은 높다.”

“그럼 저는.”

“영웅이 되거나 배신자가 된다.”

사토시는 고개를 창에 기댔다.

“어느 쪽이든 상관없습니다. 적어도 제가 본 것을 부정하지는 않았으니까요.”

탐정은 백미러로 그를 보았다. 청년의 눈에는 공포 대신 피로가 자리 잡고 있었다. 선택 이후의 피로.

도시로 진입하자 제설 차량이 도로를 정리하고 있었다. 눈은 밀려나고, 아래의 아스팔트가 드러났다. 검은 표면 위로 새 빛이 번졌다.

탐정은 사토시를 개인 병원으로 데려갔다. 예전 의뢰인이 운영하는 곳이었다. 접수 절차는 간단했다. 질문은 최소화되었고 곧바로 치료가 시작되었다.

병실 문이 닫히기 전, 사토시가 말했다.

“예약은 취소하지 않겠습니다.”

“이미 늦었다.”

“아니요. 선택의 문제입니다.”

탐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병원 복도를 걸으며 그는 코트에 묻은 피를 닦았다. 완전히 지워지지 않았다.

밖으로 나오자 하늘은 밝아지고 있었다. 아홉 시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 있었다. 그러나 시간은 이미 방향을 정했다. 그는 기타노 건설로 향했다. 요시다는 전화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혹은 이미 받고 있을지도 모른다.

도시의 가로등이 하나둘 꺼졌다. 밤의 통치가 끝났다. 그러나 밤이 남긴 기록은 사라지지 않는다. 항만 창고의 먼지, 깨진 안경, 떨어진 칼. 그리고 예약된 데이터.

진실은 얼어 있다. 그러나 햇빛은 언제나 예고 없이 닿는다.





3. 흩어지는 눈발


오전 여덟 시를 조금 넘긴 시각, 삿포로의 하늘은 빛과 회색 사이에서 결정을 미루고 있었다. 밤새 내린 눈은 도시의 가장자리를 둥글게 다듬어 놓았고, 제설 차량이 긁고 지나간 도로 위에는 젖은 아스팔트가 검은 숨을 내쉬고 있었다. 병원 주차장에 선 탐정은 담배에 불을 붙였다. 연기는 차갑게 갈라진 공기 속에서 짧게 부서졌다. 살아 있다는 감각은 종종 통증의 형태로만 확인된다.

손목시계의 초침이 아홉 시를 향해 움직였다. 사토시의 예약 메일은 그 시각에 맞춰 세상으로 나가도록 설정되어 있다. 언론사, 감사팀, 그리고 특정 수신자들. 데이터는 총성보다 조용하지만 파급은 더 넓다. 탐정은 그 조용함의 무게를 알고 있었다.

그는 차량에 올라 기타노 건설로 향했다. 도로는 평소보다 한산했다. 출근 시간의 분주함 대신, 눈이 남긴 지연이 있었다. 도시의 속도는 언제나 날씨의 허락을 받는다.

기타노 건설의 로비는 전날과 다름없이 정돈되어 있었다. 대리석 바닥은 빛을 반사했고, 안내 데스크의 직원은 기계적인 미소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공기에는 미세한 긴장이 섞여 있었다. 아직 폭발하지 않은 소문은 표면 아래에서 순환한다.

요시다의 집무실 문은 닫혀 있었다. 비서가 잠시 망설이다가 문을 열었다. 요시다는 창 앞에 서 있었다. 밤을 지새운 얼굴. 눈 밑의 그늘은 가려지지 않았다.

“아이를 찾았다고 들었다.”

“살아 있다.”

요시다는 천천히 돌아섰다. 그의 눈은 탐정의 표정을 읽으려 했다.

“파일은.”

“이미 움직였다.”

짧은 정적. 그 사이로 멀리서 들려오는 구급차의 사이렌이 스쳐 지나갔다. 요시다는 책상 가장자리를 잡았다.

“얼마나.”

“아홉 시.”

그의 시선이 벽시계로 이동했다. 초침이 마지막 칸을 향해 갔다. 정각을 알리는 종소리가 멀리서 울렸다. 동시에 책상 위에 놓인 휴대전화 세 대가 거의 동시에 진동하기 시작했다. 화면에 떠오르는 발신자 이름들. 언론사, 시청 감사팀, 모르는 번호.

요시다는 첫 번째 전화를 받았다. 표정이 빠르게 변했다. 두 번째 전화가 이어졌다. 그는 말을 잇지 못했다. 세 번째 전화가 울릴 때, 그의 손은 이미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 아이가….”

문장은 끝나지 않았다.

탐정은 주머니에서 작은 물건을 꺼내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검은 코트의 단추. 항만 창고에서 떨어진 것.

“당신의 선택이 여기까지 데려왔다.”

“난 그 아이를 보호하려 했다.”

“파일을 보호하려 한 것이다.”

요시다는 부정하지 못했다. 창밖의 눈은 여전히 내리고 있었다. 유리창에 닿은 눈송이가 녹아 흐르며 가느다란 선을 남겼다. 선은 아래로 내려가며 서로 엉켰다. 통제되지 않는 경로.

문이 갑자기 열렸다. 정장 차림의 남자 둘이 들어왔다. 신분증을 제시했다. 감사팀과 검찰 수사관. 그들의 표정에는 감정이 배제되어 있었다. 절차는 차갑고 정확하다.

“요시다 이사님, 동행을 요청드립니다.”

요시다는 마지막으로 탐정을 보았다. 질문이 아닌 확인의 눈빛.

“그 아이는….”

“병원에 있다.”

요시다는 고개를 숙였다. 체념이 아니라 계산의 종료. 그는 수사관들과 함께 방을 나섰다. 복도에는 이미 직원들의 웅성거림이 번지고 있었다. 소문은 눈보다 빠르게 퍼진다.

탐정은 건물을 나왔다. 차가운 공기가 폐로 들어왔다. 도시는 여전히 평온해 보였다. 겉보기의 평온은 언제나 가장 취약한 상태다.

병원으로 돌아왔을 때, 사토시는 창밖을 보고 있었다. 붕대가 감긴 얼굴, 고정된 팔. 그러나 눈은 또렷했다. 침대 옆 테이블에는 신문 호외가 놓여 있었다. 제목은 굵은 활자로 인쇄되어 있었다. 기타노 건설 비리, 입찰 조작, 비자금 계좌.

“보셨습니까.”

“봤다.”

사토시는 신문을 내려놓았다.

“끝난 겁니까.”

“시작이다.”

그는 잠시 침묵했다.

사토시는 고개를 끄덕였다. 감정의 폭발은 없었다. 대신 비어 있는 자리만이 남아 있었다.

“후회하지 않나.”

“후회한다고 달라지는 건 없을 겁니다.”

창밖에서 아이들이 눈을 뭉쳐 던지고 있었다. 웃음소리가 들렸다. 세상은 동시에 여러 층위로 존재한다. 한쪽에서 제국이 무너지고, 다른 쪽에서는 눈싸움이 벌어진다.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인가.”

“도쿄로 갈 겁니다. 아니면 더 멀리.”

“이름을 바꿀 수도 있다.”

“이름은 상관없습니다. 기억은 바뀌지 않으니까요.”

탐정은 봉투를 꺼내 테이블 위에 놓았다.

“퇴원 비용과 이동 경비다.”

“의뢰인의 돈 아닙니까.”

“이제는 아니다.”

사토시는 봉투를 받아 들었다. 거절하지 않았다. 현실은 감정보다 단단하다.

“아저씨는.”

“같은 자리로 돌아간다.”

사토시는 미묘하게 웃었다.

“사라진 사람을 찾는 자리.”

“그래.”

병실을 나서며 탐정은 뒤돌아보지 않았다. 관계는 여기서 끝난다. 그 이상은 그의 역할이 아니다.

밖으로 나오자 오후의 햇빛이 눈 위에 반사되고 있었다. 빛은 눈부셨지만 따뜻하지 않았다. 그는 바 ‘모로코’로 향했다. 낮의 바는 조용했다. 바텐더가 고개를 끄덕였다.

“큰일이 났다더군요.”

“도시는 늘 큰일이 난다.”

그는 자리에 앉았다. 잔을 주문하지 않았다. 녹아가는 얼음을 바라보았다. 얼음은 형태를 유지하려 애쓰다 결국 투명한 물이 된다. 변화는 느리지만 확정적이다.

저녁이 되자 뉴스 화면이 바의 TV에 떠올랐다. 앵커가 차분한 목소리로 사건을 설명했다. 인터뷰, 자료 화면, 그래픽. 요시다의 사진이 반복 재생되었다. 권력의 얼굴이 박제되었다.

문이 열리고 낯선 남자가 들어왔다. 코트를 벗으며 주변을 살폈다. 그의 시선이 탐정에게 멈췄다. 발걸음이 다가왔다.

“당신이 그 탐정입니까.”

“실종을 다룬다.”

남자는 앉았다. 장갑을 벗으며 말을 이었다.

“제 동생이 사라졌습니다.”

탐정은 잔을 내려놓았다. 도시의 순환은 멈추지 않는다. 한 사건이 끝나면 다른 사건이 시작된다. 정의는 축적되지 않는다. 매번 새로 지불해야 한다.

창밖에는 다시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낮 동안 녹았던 표면 위로 또 다른 층이 쌓인다. 눈은 덮고, 덮인 것은 사라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없다. 물은 아래로 스며들고, 얼음은 다시 얼 수 있다.

탐정은 새 의뢰인의 눈을 바라보았다. 두려움과 기대가 뒤섞여 있었다.

“사라짐은 현재형이다.”

남자는 말을 삼켰다.

바 안의 공기는 일정했다. 밖의 세계는 계속 변했다. 삿포로의 밤은 다시 깊어졌고, 보이지 않는 달 아래에서 또 다른 진실이 형태를 준비하고 있었다. 탐정은 손가락으로 잔 벽의 물방울을 닦았다. 차가움이 피부에 남았다.

눈발은 흩어졌다. 그리고 다시 모였다. 도시는 그 반복 속에서 숨을 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