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차 행성 접촉 탐사 계획

~ 숲에 갑자기 정적이 찾아든다면 II ~

by 게리

Alpha Centauri System : Fourth Planetary Contact Initiative

(알파 센타우리 항성계 : 제4차 행성 접촉 탐사 계획)


~ A.D. 2326 ~






요시오카 씨.


요시오카 씨.


요시오카는 누군가 자신을 흔들어 깨우는 감각에 눈을 떴다.

가장 먼저 돌아온 것은 시야였다.
천장은 낮고, 매끈했고, 낯설 만큼 정돈되어 있었다.
그다음에야 소리가 들려왔다.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진동음, 공기가 순환되는 소리, 아주 멀리서 울리는 신호음.

그는 숨을 한 번 들이마셨다.
차갑지도, 따뜻하지도 않은 공기였다.


“… 꿈이었나.


말은 생각보다 또렷하게 나왔다.

그 순간, 숲의 냄새가 사라졌다.
낙엽과 젖은 흙, 겨울로 기울던 공기.
그 모든 것이, 오래 입지 않은 옷처럼 한꺼번에 벗겨졌다.


“수면 유도 상태 종료 확인했습니다.”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그를 내려다보고 있던 사람은 이즈미였다.
탐사대의 기록 담당관, 그리고 이번 임무에서 그와 함께 배치된 동료였다.


“제 수면 기록 중에,”

요시오카가 말했다.

“특이 사항은 없었습니까?”


이즈미는 모니터를 보았다.

“바이탈은 전부 정상 범위예요.
뇌파 패턴도 기준치를 크게 벗어나진 않았고요.”


그녀는 잠시 말을 고르듯 멈췄다.


“다만, 청각 로그에 분류하기 애매한 입력이 하나 남아 있어요.”


“어떤 종류죠?”


“외부 자극으로는 태깅되지 않았어요.
정거장 내부 소음도 아니고, 시스템 신호도 아니고요.”


요시오카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그녀에게 향했다.


“… 내용은요?”


“이름을 부르는 음성이에요.
당신 이름으로 기록돼 있네요...”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놀랍다기보다는,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을 확인한 기분에 가까웠다.

요시오카는 잠시 눈을 감았다.

꿈속에서 그는 숲에 있었다.
걷고 있었고, 어느 순간 멈춰 있었고, 이름을 불렸다.

그 기억은 장면으로 떠오르지 않았다.
대신 감각만이 남아 있었다.
소리가 하나씩 사라지는 느낌,
방향과 거리의 개념이 흐려지는 느낌,
그리고 무언가가 자신을 조용히 덜어내고 있다는 인식.


“이상하군요.”


그가 말했다.


“어떤 점이요?”


“제 기억 체계 안에는 없는 경험인데,
이미 한 번 겪은 것처럼 남아 있습니다.”


이즈미는 고개를 끄덕였다.

“수면 유도 상태에서는 뇌가 정보를 재배열하기도 해요.
실제 경험과 가상의 경계가 느슨해지는 경우죠.”


그 설명은 충분히 합리적이었다. 요시오카도 반박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느끼고 있었다.
그 기억은 재구성된 이미지가 아니었다. 새로 만들어진 감각도 아니었다.

이미 완결된 어떤 경험이, 시간과 맥락을 잃은 채 다시 접속된 느낌.

마치 오래전에 끊긴 신호가, 전혀 다른 채널을 통해 수신된 것처럼.








출발 준비는 평소와 다르지 않게 진행되었다.

장비 점검, 통신 테스트, 탐사 루틴 확인.
이번 임무는 표준적인 1차 착륙과 환경 샘플 수집이었다.
위험 요소는 낮게 분류되어 있었고,
보고서에는 ‘특이 사항 없음’이라는 문장이 반복되었다.


요시오카는 헬멧을 쓰기 전, 잠시 통로 끝을 바라보았다.

금속으로 이루어진 우주정거장이었다.
각도도, 조명도, 거리도 명확했다.

그런데 아주 잠깐,
그 끝이 숲처럼 보였다.

나무는 없었고, 잎사귀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안쪽은 깊이를 가늠할 수 없었다.


“요시오카 씨.”


이즈미의 목소리가 그를 불렀다.
그는 바로 시선을 거두었다.


“출발합니다.”


요시오카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탐사선으로 향해 걸어갔다.


그 혹성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아직 아무도 알지 못했다.

다만 그는, 그곳에서 다시 한번 자신의 이름이

또 누군가에 의해 불려질 것이라는 예감만은

이상하리만치 분명하게 느끼고 있었다.







이전 03화숲에 갑자기 정적이 찾아든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