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
누군가 은행에서 받아왔을 우산을 나는 집어 들고 겨울비는 또 그 우산을 두들긴다. 길은 짙고 무거운 색으로 젖는다.
백석,
나는 마가리도 흰 당나귀도 아름다운 나타샤도 없다. 또 오늘 밤은 눈도 내리지 않는다. 내가 가진 것이라곤 어느 시인의 이름뿐인데.
백석,
그래도 될까. 나도 당신처럼 외롭다는 말과 쓸쓸하다는 말 사이에 높다는 말을 붙일 수 있을까. 헌 삿을 깐 춥고 누굿한 방도 없는 나를 위하여서도 어떠한 먼 산의 나무는 하이야니 마른 잎새로, 드물고 정하도록 눈을 맞고 있을까.
백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