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우리는 변하지 않았다, 아무것도,
편을 갈라, 붉고 푸른 옷을 늘어뜨린 대감들이, 수염을 떨며, 온통 찡그린 얼굴로,
아니되옵니다, 통촉하시옵소서, 따위를 외치며 마룻바닥을 두드리는,
그런 모습을 문득 나는 떠올린다
스크린의 프리젠테이션 화면, 에어컨이 웅웅거리다 또 그르렁대는 소리,
노트북의 깜박거리는 불빛, 마우스 딸깍거리는 소리, 누군가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
점심을 먹고 난 느즈막한 오후, 고개를 돌리며 하품을 하던 누군가와 눈을 마주칠 때,
붉고 푸른 옷의 대감들이 시뻘개진 얼굴로, 고함을 치며,
아무것도 아닌 것들을 떠드는 모습이 떠오르는 것이다
이 세상이 순간순간마다 곤두박질치고 있다는데,
뚝뚝, 떨어지고 있다는데,
진짜로 그렇다고 모두가 고개를 끄덕거리며 와락와락 떠들어대는 소리가 이토록 시끄러운데,
우리는 이렇게 태평하게 어제와 같은 일을 하고, 어제와 같이 밥을 먹고 심지어는 커피까지 마신다
우리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 어쩌면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가끔은 와락와락 소름이 돋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