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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실한 베짱이 Jul 26. 2022

이왕 사는 거 기획한 대로 살아보자

최장순, <기획자의 습관>, 더퀘스트

이 책을 왜 읽었지?


“사업은 잘 되냐?” 요새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들이 항상 물어보는 말이다.


너 회사원 아니냐고? 맞다. 작년에 사내벤처 프로그램에 선발되면서 스타트업 흉내를 조금 내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잘 지내냐는 인사 대신 나에게 이리 묻는다.


당연히 의례적인 말이지만 나에겐 조금은 심각하게 다가온다. 잘 되는지 잘 모르겠다.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 도통 문제가 찾아지지도, 생각이 나지도 않는다.


왜 그럴까? 대한민국 최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최장순의 <기획자의 습관>에 그 실마리가 담겨있다.



무엇이 남았나?


‘만일 생각을 계속하는데도 아무것도 안 떠오른다면 둘 중 하나다. 사전 스터디나 공부의 깊이가 얕아서 떠오를 새로운 생각이 없거나, 머리를 맑게 할 만한 체력이 고갈되었거나. 그럴 땐 자기 상태를 정확히 판단해서 더욱 공부를 할 것인지, 쉬어줄 것인지 선택한다.’

체력? 음… 나쁘지 않다. 조금 피곤하긴 해도. 생각이 나지 않는 이유는 공부였다. 공부의 깊이가 얕아서 떠오를 새로운 생각이 없는 거였다. 서비스 기획이니, 브랜딩이니, 앱 개발이니, 마케팅이니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걸 생각해 내고 문제를 찾아내야 한다. 산책하고, 달려보고, 술도 마셔봤지만 생각은 떠오르지 않는다. 그 이유를 이 책에서 찾았다.


무언가 떠올라야만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기획이다. 최장순은 기획을 이렇게 정의한다.


‘말로 하는 언어, 말이 아닌 암호, 표정, 제스처, 음악, 회화, 건축 모두가 의미를 실어 나르는 ‘기호'가 된다. 이 기호Sign들을 이해하고, 의미를 공부하고, 그 의미가 더 이상 필요 없게 될 때는 과감히 해체De하여 재구축하는 과정을 기획이라 부른다. 그래서, 기획은 곧 디자인Design이다.’

뭔가 거창해 보인다. 이런 거창한 건 나 같은 사람이 할 수 있는 게 아닌 것만 같다. 이렇게 생각할까 봐 기획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고 우리를 안심시킨다.


‘‘어떻게 하면 되지?’라는 생각이 곧 기획이다. 기획은 ‘어떻게 하면’이라는 ‘방법How’의 차원, ‘하면'이라는 ‘실행Implementation’의 차원, 그리고 ‘되지?’라는 ‘효과Effect’의 차원을 동시에 담고 있다.’
‘기획은 특정 대상에 대해, 특정한 목적을 정하고, 그 목적을 달성하는 데 가장 적합한 행동을 디자인하는 것이다.’

우리는 일상에서 무수히 많은 기획을 한다. 너와의 사랑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데이트 코스를 기획하고, 가족이 행복하기 위한 여행을 기획한다. 지루하지 않은 점심시간을 위해 점심 메뉴와 식당을 기획하고, 퇴근 후, 에너지 충전을 위해 무엇을 할지 기획한다.


기획이 일상이라는 이야기인데… 그렇다면, 기획을 잘 하면, 내 인생은 뭔가 충만해지지 않을까?


관찰, 정리, 공부, 대화, 표현, 생각에 대한 습관을 알려주며 이렇게 해야만 기획을 잘 할 수 있다고 알려준다. 고개를 끄덕이다가도 그 방법을 그대로 따라가다가는 가랑이가 찢어지지 않을까 걱정된다.


기획과 관련된 작은 대화라도 빠짐없이 정리한다. 기획의 주제와 관련된 기사, 논문, 책, 아티클, 사진, 영상을 빼놓지 않고 살펴보고 정리한다. 새벽까지 일하고, 육아는 아내가 전담한다. 만약 내가 이렇게 살았다면 지금쯤 이혼하지 않았을까?


이 책을 읽는 내내 뭔가 내가 해내기엔 쉽지 않은 습관이 계속 나오지만 다행히 의지를 말살해버릴 정도는 아닌가 보다.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고 동의하고 해보리라 의지를 다져보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기획 업무를 시작하려 하거나 하고 있다면 한 번쯤은 읽어보는 것이 좋겠다. 기획을 어떤 태도로 대해야 하는지, 기획이라는 게 무엇인지 쉬운 언어로 알려준다. 기획 업무를 하고 있지 않더라도 읽어볼 만하다. 인생 자체가 기획이니까. ‘기획이 없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이왕 사는 거 기획한 대로 한번 살아봐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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