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린 후버, <베러티>, 미래지향
진실이란 건 과연 무엇일까? 진실이 중요할까? 난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까? 그 믿음이 내 삶을 힘들지 않게 할 수 있다면 믿음이 진실이 아니어도 괜찮은 걸까? 만약 그렇다면 난 잘못된 사실을 믿고 있는 걸까? 아니면 내가 믿고 있는 것이 진실일까? 최소한 난 진실이라 믿고 있으니 그게 진실일 터, 그럼 난 진실을 믿고 있는 건 아닐까?
이야기란 무엇일까? 잘 쓰인 이야기는 이를 읽는 사람으로부터 신뢰를 획득한다. 그 순간 그 이야기는 최소한 그 사람에게는 진실이 되어버린다. 베스트셀러 소설가의 미완성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들어간 서재에서 일기나 자서전의 습작을 발견한다면 그 이야기를 진실이라 믿을 가능성이 크다.
이 소설은 진실과 믿음에 대한 이야기다.
오랜 어머니의 병간호로 지쳤다. 어머니의 병간호를 위해 무리해서 큰 집을 얻었다. 어렸을 때 몽유병이 있는 날 무서워하던 어머니다. 그 사람이 자신을 간호해 달란다. 그리고 그는 죽었다. 큰 집은 더 이상 월세를 지불할 능력이 없는 나에겐 내 신용을 갉아먹는 괴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남자친구와 헤어졌다. 남자친구는 내 소설 속 주인공을 나로 착각했다. 그게 아님을 깨닫는 순간 헤어졌다. 로웬은 지금 이렇다. 이런 상태로 횡단보도 앞에 서 있다.
옆의 남자가 횡단보도를 건넌다. 로웬도 건너려 하는 순간 트럭이 남자를 들이 받는다. 눈앞이 새빨개진다. 누군지도 모르는 한 남자가 자신의 눈앞에서 차에 치이고 그 사람의 피가 내 몸에 뿌려졌다.
로웬을 도와주는 한 남자. 제러미. 제러미는 며칠 전 호수에서 싸늘하게 식은 딸을 건져냈다. 그래서일까? 눈앞에서 본 그 사건에 크게 동요하지 않는다. 로웬이 침착할 수 있도록 옆에서 돕고, 자신의 셔츠를 벗어 건넨다. 그 덕에 로웬은 미팅에 무사히 참여한다.
출판사와의 미팅이다. 미팅 장소에는 오늘 아침 자신의 셔츠를 벗어준 제러미가 앉아있다. 출판사는 미완의 소설 작품을 완성시켜 달라는 요청을 한다. 작가는 베러티 크로퍼트. 그녀의 작품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지금 쓰고 있는 시리즈는 커다란 인기를 얻고 있지만 베러티는 더 이상 글을 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시리즈는 3권의 책이 남아있고 이를 대신 쓰는 조건으로 22만 5천 달러, 약 2억 7천만 원을 제시한다.
제레미는 베러티의 남편이다. 베러티가 로웬의 소설을 좋아했고, 자신과 비슷하다고 했다며 50만 달러를 제안한다. 계약이 성사되고 로웬은 남아있는 3권의 책을 쓰기 위해 베러티의 서재로 향한다. 어머니와 살던 큰 집에 월세를 지불하지 못했던 이력 때문에 새롭게 들어갈 아파트에서 입주를 제한 당하고 로웬은 베러티의 집에서 그녀의 남편인 제러미와 함께 지내며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
소설의 단초를 얻기 위해 베러티의 서재를 뒤지다 발견 한 건 ‘그대로 이루어지기를'이라는 제목의 자서전이었다. 로웬이 자서전을 읽기 시작하면서 이야기는 진실 속으로 빠져든다.
내가 믿는 것이 진실일까? 아니면 진실이라 믿는 걸까? 진실과 믿음에 대해, 이야기가 가진 힘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잘 쓰인 이야기가 가지는 힘이 느껴진다. 소설 자체로도 그렇고, 소설 속의 자서전에서도 그렇다.
아이를 재워놓고 책을 손에 잡았고, 새벽이 돼서야 고개를 들었다. 소름이 돋은 팔을 쓰다듬으며 잠자리에 들었다.
내가 믿는 것이 진실인지, 아니면 내가 믿는 것이 진실이어야만 하는지, 아니면 진실이라 내가 믿는 건지 생각하면서.
(p41) 만성 애도자라고 불리는 사람들에 대해서 들어보았소? 그 말을 처음 사용한 사람은 베러티였는지도 모르겠소. 딸들을 잃은 후에 베러티는 우리가 만성 애도자라고 하더군. 만성적인 비극을 앓아야 한다고 말이야. 한 가지 비극을 겪고 나면 또 다른 비극이 이어지는 거지.
비극적인 사건을 한 번도 겪지 않고 살아가는 가정도 있겠지. 하지만 일이 잘못되려고 들면 막을 도리가 없는 것 같고. 그러고 나면 점점 더 깊은 수렁 속으로 빠지는 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