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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실한 베짱이 Mar 29. 2022

새로운 존재와 어떻게 어울려 살아야 하는가?

가즈오 이시구로, <클라라와 태양>, 민음사

이 책을 왜 읽었지?

가즈오 이시구로. 이름만 들으면 일본 사람이라 생각하겠지만 영국 사람이다. 5살에 학자였던 아버지를 따라 영국으로 건너가 평생을 영국에서 살았다. 사람들이 일본에 대해 물어보면 휴가 때도 가본 적이 없다고 설명하느라 애를 먹었다나. 일본 소설인 줄 알고 끝까지 봤고, 나중에 영국 사람이란 것을 알게 되어 놀랐다. 뭐... 다양한 나라의 소설을 다채롭게 읽지 않아서 일본 소설 스타일과 영국 소설 스타일을 구분하지 못하는 나로서는 큰 문제가 아니지만.



무엇이 남았나?

1.

인공지능이 사람을 대체하고 유전자를 편집하여 사람을 향상시킬 수 있는 가까운 미래. 대학에 가기 전, 학교를 가지 않고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하는 아이들을 위해 인공지능 친구인 AF(Artificial friend)가 만들어진다. 아이들의 외로움을 달래주고 사회성을 학습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존재 AF. 이 AF를 판매하는 상점에서 이 소설은 시작한다.


2.

AF의 주 에너지원은 태양이다. 서로 대화하고, 관찰하고, 사람과 관계를 맺으며 학습하고 성장해나간다. 클라라는 다른 AF보다 관찰력과 공감 능력이 뛰어났고 이런 클라라를 조시는 마음에 들어 한다. 향상된 아이였던 조시는 클라라를 선택했고 집으로 데려간다.


3.

‘향상’이라는 것이 생기면서 세상은 자연스럽게 향상된 자와 향상되지 않은 자로 나눠진다. 향상되지 않은 아이들은 향상된 아이들과 경쟁할 수 없다. 좋은 대학에 갈 수 없고, 더 많은 부를 쌓을 기회가 없다. 사회의 주류로 갈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한다. 따뜻한 태양과 마주하고 싶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점점 더 차별의 그늘로 몰린다.


4.

‘향상’에는 대가가 따른다. 전부 성공하는 건 아니다. 버티지 못하고 죽을 수 있기에 향상은 부모의 선택이다. 죽음이라는 위험을 넘어 차별받지 않는 세상으로 갈 것인가? 선택할 수 있지만 선택할 수 없는 일. 적은 확률의 죽음이냐 평생 차별을 받고 사느냐의 선택은 어려워 보이나 의외로 쉬울지 모른다. 조시의 부모는 향상을 선택했고, 조시는 죽음의 문턱에 걸 터 앉아 있었다. 클라라가 해야 할 일 중 하나는 조시를 잘 관찰하는 것, 상태가 평소와 다르면 엄마나 가정부에게 알리는 것이었다.


5.

작가에 대한 배경지식이나 책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었다. 선입견 없이 책을 읽었다 생각했지만 SF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다. 인공지능과 사람의 전쟁이 시작된다거나, 생각지도 못하는 기술이 상황을 반전시킨다거나, 비 윤리적인 문제에 대한 딜레마에 빠져든다거나 하는 상황을 기대하며 읽었다. 뭔가 있겠지, 뭔가 있겠지. 없더라. 정확히 말하면, 내가 기대하던 게 없었다.


6.

내 기대를 충족하지 않았기에 더욱 매력적이다. 인공지능과의 대립이 아닌 인공지능과 함께 사는 세상을 그려내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질문을 던진다. 인공지능이라는 대상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묻는다. 그들이 학습하는 과정,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보여주며 인공지능이 이런 방식으로 학습해 나간다면 어떡할래? 이래도 인간이 더 낫다고 할 수 있나?라고 묻는다.


7.

클라라는 관찰력이 뛰어나다. 주변과 사람의 디테일한 부분까지 포착하고 어떤 의미인지를 학습한다. 이렇게 성장해나가며 타인의 고통에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이 자라난다. 친구들이 왔을 때 조시를 무시하는 듯한 발언에 대해서 화를 내지 않는다. 겉으로는 이상하게 행동했더라도 마음 깊은 곳에 있는 친절을 알아차리고, 외로움이 두려워서 그렇게 행동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인공지능이 배우듯 배려와 공감은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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