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한 면접이 남기고 간 것

괜찮지 않은 하루를 살아내기

by 무뭇

<백수일기>


면접을 봤다.

공고기간이 짧았던 추가 모집 공고인데도

그새 얼마나 몰린건지

면접일정을 받아보자 생각보다 면접자가 많았다.

청년실업자가 30만 명에 육박한다더니

그럴 만도 하다.

교육 하나 듣는데도 이렇게나 경쟁을 해야 하는데

취업은 더욱 쉬운 일이 아니다.

아침부터 거울 앞에서 입꼬리를 파르르 떨며

자기소개를 중얼중얼 외운다.


연습이 무색하게도 면접이 시작되자마자

목소리는 사정없이 덜덜 떨려온다.

사람들 앞에 나서서 말을 하는 것에 약한 건

나이가 들어도 참 변하지 않는 부분이다.

몸이 기억하는 탓에 어설프게 말을 이어가기는 한다.

다만 진동벨처럼 떨리는 목소리에

내용이 제대로 전달되었을지는 의문이다.

질문을 2개 받고 나자

맥이 끊기는 듯한 분위기에

주최자가 면접관들에게 묻는다.

더 질문하실 분 없으신가요?

어색하게 이어지는 정적.


당황스러운 순간이다.

질문에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는 것은 상상해 봤지만

질문조차 받지 못하는 건 예상하지 못했던 시나리오다.


그렇게 인당 10분의 시간이 주어진다고 했던 면접은

4분 만에 끝이 났다.

내 자기소개 시간과 이어지던 정적을 빼면

실제 시간은 한 3분이었을까?

면접을 종료하자

헛웃음과 함께 눈물이 찔끔 나온다.

악플도 관심이라더니

오늘처럼 공감되는 순간이 없었다.

더 슬픈 건 그 와중에도

혹시나 하는 기대를 버리지 못하는 마음이다.

고작 3분여 만의 시간에

심약한 백수의 하루가 휘청 휘청거린다.

이럴 때일수록 다음 기회를 위한 뭔가를 해야지...

하는 생각은 든다.

그러나 울적한 마음에 몸은 축축 쳐지고

그 와중에도 빨래를 해야 하고 은행을 들려야 한다.

볼 일을 끝내고

근처 공원의 벤치에 앉아있으니 날씨 한 번 좋다.

이어폰을 꽂자 절묘한 가사가 흘러나온다.

이런 내가 정말 싫다- 다음을 누르고 다시 넋을 놓자

다리 위로 툭하고 나뭇잎이 떨어진다.

난데없이 나무한테도 얻어맞은 기분이다.

다리 위의 나뭇잎을 벤치 위로 털어낸다.

곧 빨래가 끝날 시간이다.

늘어지는 몸을 이끌고 계단을 오른다.


앞날이 답답하지만

여전히 할 일들이 있다.

그렇게 또 하루가 살아진다.



#백수일기 #면접 #취업준비 #30대백수 #감정기록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