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디자이너는 무엇으로 존재할까
며칠 전, 트위터에 올라온 짧은 영상 하나를 봤다.
GPT와 미드저니, 그리고 Figma만으로 웹사이트 전체 목업을 10분 만에 만든다는 내용이었다.
Ai가 텍스트 카피를 짜주고, 미드저니가 이미지 뽑아주고, Figma 플러그인이 컴포넌트 배치까지 뚝딱.
그걸 보자마자 진심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와… 진짜 이제 디자이너 없어도 되겠는데?”
“그럼 나는 뭐 하지?”
사실 이건 처음이 아니다.
Uizard, Relume, Framer…
요즘 Ai 툴들은 디자인 패턴을 자동으로 조합해 주고,
Figma조차 이제는 히어로 섹션 만들어줘 하면 배치와 컬러까지 만들어준다. 내가 해오던 일이 점점 줄어드는 느낌. 그게 솔직히 말해 무서웠다.
나는 UX/UI 디자이너다. 기능을 설계하고, 흐름을 만들고, 사용자 경험을 그리는 사람이다.
근데 돌이켜보면 나는 늘 버튼보다, 그 버튼을 누르기 전의 마음을 먼저 고민했었다.
정해진 폰트를 예쁘게 맞추는 일보다 스크롤이 멈추는 순간, 사용자의 시선과 감정이 어디에 머무는지가 궁금했다. 그건 Ai가 수치로는 말할 수 있어도, 느낄 수는 없는 감각이다.
Ai가 손을 대신하는 세상이 온다면, 나는 감정을 붙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게 내가 사라지지 않고 남을 수 있는 방법 같았고,
무언가를 여전히 ‘나답게’ 만들 수 있는 유일한 근거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요즘 자꾸 어릴 적 기억이 떠오른다.
초등학교 때, 토요일 오전 수업만 하고
일찍 집에 오던 그 느낌.
햇빛은 약간 노랗고, 길은 조용하고,
집에서는 뭐라도 구워지는 냄새가 날 것 같은 기분.
괜히 마음이 몽글몽글하고, 괜히 가볍고,
괜히 행복했던 그 순간
그건 Ai가 절대 흉내 낼 수 없는, 살아본 사람만 아는 공기 같은 거다.
나는 지금도 그런 공기를 담아
버튼을 만들고, 화면을 조율하고, 단어를 고른다.
피그마는 내 손은 대신해 줄 수 있을지 몰라도,
내 감정까지 복사하진 못한다.
나는 그 틈에서,
여전히 사람을 디자인하고 있다.
도태되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로 남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