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

“아빠, 나가고 싶어!”

by 박준범

연휴 내내 비가 내렸다.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는 처음엔 운치 있었지만,
하루, 이틀이 지나자 답답함으로 바뀌었다.

집 안에 갇힌 아이는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지루함을 호소했다.
“아빠, 나가고 싶어!”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우비와 우산을 챙겼다.
장화까지 신긴 뒤, 우리는 완전무장한 채 현관문을 열었다.


문 밖으로 나서는 순간,
차가운 빗방울이 얼굴에 닿았다.
아이는 신이 나서 물웅덩이를 첨벙첨벙 밟았다.
장화 안으로 물이 들어가고,
우산은 쓰는 듯 마는 듯,
결국 우비마저 벗어던졌다.

“아이쿠, 다 젖겠는데?”
말로는 타박했지만, 나도 어느새 웃고 있었다.
비 오는 날 비를 맞아본 게 언제였을까.
언제부터 나는 이렇게 ‘피하는 법’만 익혔을까.

아이는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고,
작은 손으로 빗방울을 받으며 깔깔 웃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문득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우산으로 집을 만들어 친구들과 놀던 날들,
빗속에서도 웃음이 멈추지 않던 그때의 나.


지금 그 시절의 내가, 내 앞에서 다시 뛰고 있는 것 같았다.
아이 덕분에 오늘 하루,
나는 잠시나마 어른의 무게를 내려놓았다.
비도, 젖은 옷도 괜찮았다.
그저 함께 웃는 이 시간이 좋았다.

이렇게 나는 또, 아빠가 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