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어릴 때부터 "내 사람"에 대한 인식이 굉장히 강했다. 심심할 때마다 책상 앞에 앉아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 중에서 평생 함께 지내고 싶은 이들을 따로 추려내고는 했다. 특정 이들에게 좀더 깊고 특별한 감정을 느끼는 것이 좋았고 그들에게 마음을 더 베푸는 것이 즐거웠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그리고 이십대가 된 이후로 많은 경험들을 하면서 나의 바운더리 안에 들어오는 사람들의 수는 점점 많아졌고 어느 순간 궁금증이 생겼다. 내가 유독 소중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다른 이들과 다른 점은 무엇일까? 나는 어떤 사람을 좋아하고 어떤 사람에게 더욱 끌리고 또는 어떤 사람을 싫어하며 어떤 이들에게 관심도 안 가는지 궁금해졌다. 그리고 나름의 해답을 찾았다.
아니,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정말 정말 오랜만에 어쩌면 거의 드물게 심장에서부터 설렘이 퍼지게 하는 사람을 만났어. 그 사람이 하는 말, 표정, 행동, 분위기, 태도, 가치관 모든 것에서부터 존경할 수 밖에 없는 인자함과 견고함이 묻어나왔고 그냥 그 자체만으로 자꾸만 내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전신으로 행복감과 설렘이 퍼져나가. 더 잘 보이고 싶고 그 사람을 기쁘게 해주고 싶고 인정받고 싶고 뭐든 주고 싶은 마음이야. 나도 놀랄만큼 끝없이 뜨거운 감각이 솟구치고 마치 차크라의 느낌이란 이런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 눈에 눈물이 고일 것 같기도 하고 그 사람의 인생을 더 듣고 들여다보고 싶었어. 그리고 나도 닮고 싶은 마음. 고등학생 이후로 거의 처음이 아닐까. 무조건적으로 존경하고 싶고 의지하고 싶고 배우고 싶고 함께 가고 싶은 존재. 꽉 있는 힘껏 끌어안아주고 싶어. 괜찮다고 다독여주고 싶어.
찾았다, 나의 또다른 스승님, 나의 안식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