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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inker m Mar 27. 2024

시골집 리모델링 P1 : 나주 고택 느림

한옥이 주었던 풍요로운 공간

나주느림, 한적한 나주의 한옥고택이다.

청산도 느림의 미학이 영감이 되어 이곳까지 스며들었다. 나주느림은 옛 정취 속에 깃들여진 아름다운 공간이다. 한옥은 화순에서 옮겨진 것으로 전해진다. 그곳에서 집을 사랑했던 이가 집을 해체하고 이곳에 새롭게 다시 가져온 재료로 집을 지었다고 한다.




오래되어 낡고 부식되었지만 그 속에는 버릴 수 없는 이곳의 향기가 있다. ㄱ자 형태의 한옥은 공간을 넓게 활용하며, 마당 또한 넓어서 시원한 개방감을 선사한다. 길가에서 안으로 들어온 집은 나름의 독립성을 지니고 있다. 고요한 나주시 남외동의 풍경과 함께 어우러져 특별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한옥의 아름다움과 함께 이곳에서 흐르는 시간은 마치 느릿느릿한 나무 그림자처럼 아늑한 감성을 전해준다. 이 작은 마을의 소박한 아름다움이 느림에 흐르는 한적하고 평온한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한옥이 주었던 풍요로운 공간에서 사람들이 진정한 휴식을 찾기를 바라며, 보내던 시간이 순간이 아닌 영원한 것이 되기를 원했다. 텔레비전이나 소란스러운 활동이 없던 이 곳에서는 동행하던 사람들과 함께 한적한 산책을 권장하며, 다양한 대화로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랬다. 느림에서 보내던 시간을 최대한 천천히 느낄 수 있게 인테리어 공간을 구성하였다.



우리는 한옥의 고유한 아름다움을 보존하고자 했다. 아늑한 집이 되기 위해 공간의 어디에서나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최소한의 색채와 재료 사용하며 어디든 누울 자리를 만들었다. 주기적으로 바뀌던 일상에서 휴식을 찾는 사용자들에게 느림은 훗날의 위안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한옥이 주는 고유한 정취를 최대한 살리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


고심이 연속되는 건축이였다. 건물의 노후화는 우리의 주의를 끌었고, 결국 보강 작업이 필수였다. 프레스의 힘으로 건물을 100mm나 끌어올리고, 하부 보강 작업을 진행했다. H빔이라는 강력한 도구를 이용해 건물의 안정성을 다시 찾았고, 나무의 고질적인 비틀림을 막기 위해 구조목과 금속을 결합했다.


그리고 우리는 한옥의 특성을 잊지 않았다. 수평이 흔들리면 건물이 회전하고, 그 결과는 치명적일 수 있음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수평을 유지하는 데 충분한 주의를 기울였다. 모든 작업은 나의 내공을 쌓아간다 생각했지만 고통스러운 현실이었다. 결국 한옥은 새로운 삶을 얻었다. 이 모든 과정을 포함한 공사는 약 10개월이 걸렸다. 그리고 마침내, 우리는 건물이 다시 믿을 만한 안전한 곳이 되었음을 알았다.



우리가 만든 공간에서 느림이란 개념은 천천히 흐르고 종종 멈춰 보는 것을 의미한다. 브랜드 아이덴티티에서는 이것을 해학적인 요소와 흐름을 상징하는 물결로 표현하였다. 우리의 의도는 브랜드가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를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천천히 흘러가는 시간을 시각적 정체성을 통해 미리 느끼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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