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문고·인터파크 등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3년 가까이 외국어 부문 베스트셀러 1위를 달리며 장기 집권해온 회화책이 있다. '영어회화 100일의 기적'이다. 이 책의 저자는 외국인도, 유학파도, 영어 강사도 아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 주거복지사업처에서 근무하는 문성현(44·사진) 과장이 썼다.
문 과장은 '영어 멘토 문코치'로 불린다. 직장인들 사이에서 인기를 끄는 그의 유튜브·팟캐스트 강의를 들어보면 영어 발음이 '한국 토종 발음' 그 자체다.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 억양까지 묻어 있다. 그런데도 '원어민 발음'을 자랑하는 내로라하는 강사들보다 더욱 사랑받는다. '유창한 발음이 아닌데도 이상하게 귀에 쏙쏙 들어온다' '쉽고 실생활에 써먹을 데 많은 영어를 가르친다' 등의 댓글이 쏟아진다.
최근 서울에서 만난 문 과장은 "영어는 골프나 수영처럼 입으로 하는 '운동'"이라며 "계속 입으로 영어를 내뱉는 '영어 운동'을 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책은 30만 부 가까이 팔렸고, 어학서로는 이례적으로 100쇄를 넘게 찍었다. 문 과장은 "아침 출근 시간 5분이 아까운 직장인들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불필요한 표현은 단 한 문장도 책에 소개하지 않으려고 애썼다"며 "세련되지 않은 저의 발음도 오히려 듣는 분들이 친근하게 느끼는 것 같다"고 했다.
16년 차 직장인 문 과장이 해외에 나가본 경험이라고는 4개월이 전부다. 그도 한때 '영포자(영어 포기자)'였다. 1997년 전남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군 제대 후 처음 받아본 토익 시험 점수가 990점 만점에 500점이었다. 급한 마음에 캐나다로 어학연수를 떠났다가 넉 달 만에 돌아왔다. "원어민들과 섞여 있으면 자연스럽게 영어 실력이 늘 줄 알았는데, 오히려 입이 턱턱 막혔습니다. 이 방법이 아니구나 생각했죠."
고향 광주로 돌아와 도서관에 틀어박혀 하루 10시간씩 공부한 끝에 토익 900점을 넘겼고 2003년 공기업에 입사했다. 그러나 영어는 여전히 골칫덩어리였다. "토익 고득점을 맞았지만 외국인들의 대화는 한마디도 들리지 않으니 정말 답답했죠."
미국 드라마를 보면서 회화 표현을 따로 모아 출퇴근길에 달달 외웠다. 영어 발음 교재를 하루 3~4시간씩 읽으며 강세와 억양을 익혔다. 2년 정도 지나자 드디어 영어 말문이 트이기 시작했다. 실력이 눈에 띄게 성장한 문 과장에게 사내 영어 강의 요청이 밀려들었다. 회사 상사의 권유를 받아 자신의 영어 공부법과 시행착오를 담아낸 책을 펴냈다.
문 과장은 "남들에게 잘하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하는 영어 공부가 가장 어리석다"며 "나에게 필요한 수준을 파악해 확실하게 공부하겠다는 다짐이 필요하다"고 했다. "발음이 좋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영어라는 도구를 이용해 남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으면 되는 거죠. 무작정 단기 어학연수를 떠나는 것은 가성비 낮은 투자일 수 있습니다. 억지로 하는 공부가 아니라 필요와 재미를 위한 공부로 영어 공부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어요." 문 과장은 "영어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누는 평범한 '아저씨 강사'로 계속 남고 싶습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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