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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멍상가 Mar 07. 2016

처음 '정신과'를 찾았다.

어쩔 수 없는, 살기 위한 선택

나는 대학교 재학시절 부터 방송작가를 하게 되었다.

녹록치 않았다. 그곳에서의 생활들은 내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는 시험장과 같았다.

결국 나는 불면에 시달렸고 알 수 없는 두려움과 초조함을 늘 안고 살았다.

증상은 점점 더 심해졌고 때로는 몸이 저려오고 식은땀이 흐르기도 했다.

녹화 때는 더 심했다. 세상이 무너질 것 만 같은 이유없는 두려움이 늘 나를 덮쳐왔다.

결국 잠 한숨도 제대로 잘 수 없었던 나는 병원을 갔다. 

"불면증입니다. 수면제 좀 주세요"

일전까지는 약국에서 구할 수 있었던 일반 의약품 수면유도제로 잠을 청했던 터였다.

그러나 드셔보신 분들은 아마 아시리라. 수면유도제인 일반 의약품은 그 다음날 엄청난 부작용을 동반한다.

힘이 빠지고 아무 것도 할 수 없고 의문의 두통을 앓기도 한다.

결국 나는 내 생 처음으로 홀로 정신과를 찾은 것이다. 나 스스로는 그저 단순한 수면제를 원했을 뿐이라 자위했지만 그것이 아니었다.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아주 어린시절부터 나의 특이한 기질은 뭔가 일반인들과 달랐다. 예컨데 작은 일에 과잉 반응을 보여 늘 오바하는 아이로 불렸고, 작은 것 하나에 크게 반응했고 그러나 그것을 표현하지 않는 속앓이만 하는 괴상함... 그리고 드문드문 나는 이상한 생각들에 사로잡히곤 했다. 마치 또 다른 자아가 나를 잡아 삼킨 것 처럼. 


원장님은 여느 환자에게 하듯 나를 대하셨다. 스트레스 검사를 하고 결과표를 보여주셨다.


"우울증입니다."


원래 그렇게 쉽게 병을 진단하지 않는다. 하지만 난 정도가 심했나보다.  번호를 매기자면 나는 자살위험군 그 이상을 넘어서 자살할 힘도 없는 무기력에 빠진 상태였다. 

그리고 의문스러운 약을 주었다. 방송작가였던 나는 늘 무언가에 의문을 품고 자료를 찾는 것이 생활화 되어있던 터였다. 그가 처방한 약을 인터넷으로 찾아보았다. 공황장애 약이었다.

알 수 없이 숨을 쉴 수 없었던, 녹화때마다 화장실에서 거친 숨을 내쉬었던 그 원인은 공황장애에 있었다.


그 다음주 그는 내게 병명을 알려주었다. "공황장애입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내가 ADHD일 것이라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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