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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lcefarniente Jul 07. 2018

남인도의 달콤한 맛

익숙하지 않아 만족감이 배가 되는 남인도식 디저트


"으응...? 이게 뭐야? 이게 디저트야?"




고구마와 카다멈이 들어간 남인도식 디저트 Payasam (파야삼 또는 파이삼으로 발음한다.)


고모댁에서 식사를 하면 자기의 그릇은 자기가 닦아야 한다. 여느 때와 같이 점심 식사를 마치고 그릇을 각자 차례차례 치운 우리는 식탁에 모여 앉아 한창 수다를 떠는 중이었다. 그때 디디께서 한국의 밥그릇과 비슷한 크기의 볼에 숟가락을 하나씩 꽂아서 또 여느 때와 다르지 않게 이를 우리 앞에 던지듯 툭툭 놓아주셨다. 수프처럼 생긴 따끈한 정체모를 음식을 한 숟갈 입에 넣으니 달큼한 고구마 맛과 이곳에서는 흔히 느껴지는 맛이지만 나에게는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 카다멈의 향기가 은은하게 올라왔다. 몇 숟가락을 떠먹으면서도 식사 후에 먹고 있으니 디저트이기는 할 텐데, 디저트라면 이건 도대체 무엇인지 가늠조차 할 수 없는 새로운 형식의 디저트였다. 오묘한 표정으로 음미하는 나를 식구들은 어깨를 귀까지 올린 채 토끼눈을 하고 쳐다보았다.


"음~ 냐암! 이게 뭐예요?"


이 한마디가 내 입에서 나오고 나서야 '이건 파이삼이라고 불리는 디저트야. 원래는 라이스 푸딩처럼 쌀로 만드는데 디디가 특별히 고구마를 넣어서 만든 거야...' 재잘재잘 식탁 위 파이삼에 대한 끊임없는 수다가 이어졌다.  




전국 혹은 전 세계 어디를 가든 빵부터 맛보는 대단한 빵순이인 나에게 머물게 된 곳의 디저트를 알아가는 것은 매우 중요한 여행의 한 부분이다.


이러한 나에게 남인도의 디저트는 정말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첫 번째 이유가 인도에서 처음으로 맛 본 디저트(파이삼)가 과자도 빵도 아닌 수프의 모양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었다면, 두 번째 이유는 많은 인도식 디저트의 주재료가 밀가루가 아니라는 데에 있었다.


올해 초 북인도 우타르 프라데쉬주에서 온 친구가 방학 때 집에 갔다가 사온 디저트를 맛보라고 준 적이 있었는데, 마치 크고 동그랗고 조금 더 딱딱한 한국의 깨강정 같았다. (이걸 먹다가 교정을 끝내고 이 안쪽으로 붙인 고정 철사가 헐거워졌는데, 한국에 가기 전에 철사가 떨어질까 봐 늘 조마조마하다.) 이 때문이었을까, 나는 왠지 인도의 디저트가 내가 아는 디저트들과 비슷할 거라고 은연중에 생각했던 듯하다. 하지만 정말 흥미롭게도 -인도의 다른 모든 음식들이 그러하듯- 인도의 디저트 역시 나에게 새로운 스펙트럼의 맛을 보여주었다.  


인도식 디저트를 파는 K.C. Das. 칸나다 글자는 저렇게 귀엽게 생겼다. 자세히 보면 배경에 한글도 보인다! (K.C. Das가 한국어로는 ㅋ.ㅊ. ㄷ ㅏ ㅅ. 가 되었다)


"오늘 저녁 대신 스윗츠 먹자!"


한 차례 세찬 비가 내리고 다시 햇살이 쭈뼛쭈뼛 구름을 뚫고 나오고 있던 어느 날 나투 고모에게서 전화가 왔다. 마다할 리가 없는 나와 내 친구는 오토를 잡아타고 비가 쓸어내려 깨끗한 도로를 신나게 달려 K.C. Das에 도착했다. 주변 사람들이 늘 '너를 저기 한 번 데려가야 하는데'했던 그 디저트 가게였다.


저녁을 먹지 않을 거라는 대단한 마음속 거래를 마친 우리였기에 나투 고모와 친구는 '내가 꼭 먹어봐야 하는' 디저트를 고심해서, 그리고 동시에 양을 걱정하지 않고 고르며 나에게 '어때? 어때?' 물었다. 이름만으로는 무엇이 나올지 가늠조차 할 수 없었던 나는 '그래 좋아요! 시켜보자!'하며 열심히 맞장구를 쳤고 어느새 우리의 테이블은 접시로 가득 찼다.



- 첫 번째 사진 맨 앞부터 말뿌아(Malpua), 인절미처럼 생긴 것은 라지박(Rajbhog) 혹은 밀크 케이크(Milk Cake)-보통은 땅콩가루를 묻히지 않고 시럽에 담가진 흰색 또는 노란색 케이크를 티스푼으로 건져 먹는다-, 쏜빱디(Sonpapdi), 사모사 (Somosa)

- 두 번째 사진 맨 앞은 라두(Laddu) , 그 뒤로는 님키(Nimki)

- 세 번째 사진에 보이는 것은 쏜빱디(Sonpapdi)라고 부른다.


이렇게 날을 잡고 디저트를 먹으며 가장 놀랐던 것은 사모사와 몇 가지 달지 않은 튀김 스낵을 제외하고는 밀가루로 만들지 않고 우유나 버터를 응고시켜 만들었다는 것이었다. 말뿌아는 버터가 많이 들어간 프렌치토스트 맛이었는데 빵이 아닌 우유를 응고시켜 만든 부드럽고 살짝 쫀득한 덩어리를 튀기듯 구워 설탕시럽을 바른 디저트였고, 땅콩가루를 묻힌 라지박 역시 그 안에 우유로 만든 희고 몽글몽글한 덩어리를 품고 있었다. 


단 음식 음식 앞에서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나도 어린아이가 되는데 단 음식과 함께 새로운 디저트의 범주까지 발견 나는 마치 10살짜리 아이처럼 즐거웠다.


싹싹 비우고 차이로 마무리했다.


-처음 인도에 도착해서 원치는 않았지만 자연스럽게 채식을 하게 되어 체중이 조금 줄었었는데, 새롭고 신기하다고 먹는 새로운 이 디저트들로 삶과 함께 체중도 풍족해질까 봐 조금은 걱정이 된다.-




- 구글링으로 디저트 이름들을 찾기 어려워 같이 일하는 친구에게 도움을 청했다. 외우지 못할 게 분명해서 적어두었다. -


 

- 영화 '라이언 (Lion)'의 주인공 사루의 조각난 어린 시절 기억 속에 남아있던 젤레비(Jalebi). 튀긴 후  설탕시럽에 담갔다 뺀 디저트로 호스처럼 속이 비어있고 그 안에 시럽이 가득 차 있다. 빵의 느낌은 거의 느껴지지 않고 사탕 같다. 역시나 예상을 빗나간 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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