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기 쉬운 '척'.

by 비밥

살며 써 왔거나 지금도 쓰고 있는 작정하고 떼어 낼 '' 중 일부를 기록한다. 너무 많아 죄다 나열할 수 없으며 이해를 돕기 위해 해학적 요소를 가미했으나, 반성과 씁쓸함이 분명 들어있다.








[ 은근슬쩍 ]

모든 ''의 전 단계로 한 번 손을 뻗으면 새우X의 마력으로 자꾸만 손이 가게 해 결국 대다수의 ''을 먹어 치우게 한다.



[ 배 아픈 척 ]

실제로 엿 같은 상사와의 회식 때 써먹곤 했으며 자주 사용하면 탈로 나기에 '자연스러운 척'을 동반해 때때로 '죽은 척' 까지도 해 보았고 다른 의미로 적당히 남을 추켜세울 때 요긴하게 써먹을 수 있다.


[ 관심 없는 척 ]

우선, 뭐가 됐든 한 번 더 생각하고 실행해야지 자칫 후회로 직결될 위험이 다분하다. 또, 마음에 드는 이성과의 자리에서 잘못 사용하면 관심은커녕 사이가 틀어지기 쉽기에 '관심 있는 척'을 항상 동반해야 하며, 나의 경우 아내가 주는 용돈에만 '못 이기는 척' 사용하곤 한다.


[ 의리 있는 척 ]

친구와의 관계에서 주로 사용하고 들통났을 때 피해가 막심해 사용에 주의가 요구된다. 내 경우 별로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잘난 척'으로 멀어졌다.


[ 공부하는 척 ]

혼자 있을 땐 아무 소용없으며, 감시자나 주변인이 있을 때 주로 '열심인 척'을 동반해 어필하고 역시 들통났을 때 피해가 막심해 '이유 있는 척' 변명으로 일관해야 신뢰를 거두지 않는다. 자기 버릇은 남 안 준다던데 딸은 가족이라 그런지 일찌감치 준 것 같다.


[ 계획 있는 척 ]

신비주의를 요하는 이미지 관리나 그럴싸한 기대감을 심어주고자 할 때 주로 사용하고 실제로 뼈대 정도의 구상은 갖추고 있어야 '의심하는 척' 떠보는 공격을 막아낼 수 있다.


[ 말 잘하는 척 ]

몇몇 대상을 상대로 사전 연습 후 드러내야 하며 온전히 실전형이기에 온갖 ''을 모두 끌어 모아야 하고 의심이 피어오를 때쯤 '모르는 척'을 내세워 아가리 닥쳐야 한다.


[ 아는 척 ]

권장하지 않는다.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차라리 '들어본 척'을 권한다.


[ 나만 아는 척 ]

역시 권장하진 않지만 '잘난 척'에 중독되면 나도 모르게 꺼내 쓰게 되므로 주의가 요구된다. 세상은 넓고도 좁다는 사실을 항상 상기하여 넌지시 '얼버무리는 척' 관심을 분산시켜 사용한다. 의도치 않게 관심이 집중될 시 '장난인 척' 빠져나갈 수 있으나, 의심은 너만 모르게 확신이 되어있을 것이다.


[ 열심인 척 ]

'애쓰는 척'과 일맥 상통하고 결과의 성패에 있어 실망까지 가는 행동은 아니기에 표면적인 이미지 제고에 주로 사용되며 '노력하는 척'을 동반하면 의도치 않은 좋은 결과가 나오기도 해서 착각의 지름길로 변색될 우려가 있다.


[ 잘 듣는 척 ]

인간관계에서 갖추어야 될 필수 소양으로 어느 정도는 정신 바짝 차리고 있어야 대화 중간에 '듣고 있는 척'을 꺼내지 않게 된다. 다시 만난 자리에서 지난번 화제를 재 언급할 시 눈치껏 '배 아픈 척'을 사용해 이탈한다.


[ 맛있는 척 ]

대장금 격인 아내와는 상관없이 아직 사용한 적이 없다. 어디를 가든 뭘 먹든 어지간하면 맛난다. 누군가 따져 묻는다면 '기억 안나는 척' 쌩까겠다.


[ 미안한 척 ]

아내에게 주로 사용한 것 같아 사실 언급도 조심스럽지만, ''보다 '미안함'에 약세가 있어야 하고 '잘 듣는 척'을 사용해 뱉어내는 실망들을 낮은 자세로 경청해야 목숨이 위태롭지 않게 된다. 다른 경우로 직장에서 꼴 보기 싫은 X발 새끼를 X 까고 싶을 때 '실수한 척'과 함께 요긴하게 써먹을 수 있다.


[ 기분 좋은 척 ]

상황을 잘 못 이용 시 정신이 들락날락한 걸로 비칠 수 있지만 적절하면 상대방으로 하여금 친근함을 느끼게 해 이성과의 술자리에서 '못 마시는 척'을 동반 관계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단, 이 정도에 맛탱이가 간 거냐며 주선자에게 따져 물을 수 있으니 '잘 마시는 척'을 놓고 가자.


[ 취한 척 ]

사회 전반에 두루 통용되며 주로 미루고 밀다 잡힌 회식자리, 첫사랑한테 차인 친구와의 술 약속, 이상한 기류가 느껴지는 가족 같은 이성 등에게 여차하면 빠져나갈 필살기다. 애주가로서 쓸모없는 잡기라 생각하지만 때와 장소 구분 없이 잠이 쏟아진다면 당장 꺼낸다.


[ 잘못한 척 ]

모험을 걸어 볼만 하지만 당장의 위기만 회피하기엔 들켰을 때가 너무 끔찍하다. '죽은 척'하거나 '뒈지거나'다.


[ 본척만척 ]

''을 눈치 깐 모든 이게게 해당되고 아내와의 자리에서 의도치 않게 흘겨본 이성에 대한 변명의 소지를 마련해 주며, '안 본 척'으로 위장해 확고하게 발뺌할 수 있다. 나를 엿 먹인 엿 같은 놈을 식당에서 마주칠 때 변한 없는 불편함을 강조하는데 쓰이고 반드시 눈이 마주친 후 사용한다.


[ 깜빡한 척 ]

예나 지금이나 나를 서서히 갉아먹고 있는 주범으로 신뢰가 바닥을 쳐 도통 먹히질 않고 있다. 똑똑히 기억나지만 '못 들은 척'을 끌어들여 아내가 시킨 잡 업무에 개기는 용도쯤으로 미련을 갖고 쓴다.


[ 아까운 척 ]

한 숫자씩 어긋난 지인의 로또, 어제까지도 떡상인 지인의 바닥 주식 등 주로 가까운 주변인을 '위로하는 척'을 섞어가며 사용해 왔으나 최근 들어 전혀 교류가 없다. 삶이 아까운 거 투성이다.


[ 솔직한 척 ]

정말 잘 사용해야 하며 안정적인 궤도에 안착한다면 책사의 직함이 주어질 만큼 일, 사랑, 사람 아울러 잡을 수 있다. 들통 시 세상에서 잘려 나간다.


[ 힘든 척 ]

실제로 힘들어서는 안 되며 측은지심을 유발해 알량한 이득을 꾀할 때 주로 사용하고 그간 '아닌 척'을 섞어 '불쌍한 척' 위로받고 싶을 때 마구 써먹었다. 남발한 까닭에 요새 잘 먹히지 않는다.


[ 아픈 척 ]

정당하게 피하는 것보다 확 제껴버리고 싶은 경우 잘 꺼냈으나 최근 들어 '''상관없는 척' 달아나고 없다. 죽창 아프다.


[ 도와주는 척 ]

인간아..


[ 생각난 척 ]

궁지에 몰렸을 때 '다행인 척'과 함께 발버둥 치는 용도였으나 불행하게도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생각이 안 난다. 당시 '섭섭한 척' 수긍한 치매 보험은 혜안이었다.


[ 진심인 척 ]

자칫 나락으로 갈 우려가 있어 웬만하면 쓰지 않아야 하며 믿음에 대한 간절함이 눈빛에 녹아 있는 경우 좀 더 잘 먹히고 경험상 눈 맞춤이 자주 동반되니 시선 처리에 자신이 없다면 피하자.


[ 눈치 있는 척 ]

나에 대한 신뢰가 두터운 사람에게만 '마지못한 척' 긍정의 리액션을 얻어 낼 수 있으며 그 외는 '꼴값'으로 취급된다.


[ 지적인 척 ]

날카롭고 번뜩이는 눈치만 갖춘다면 집단지성에 쓱 휩쓸려 갖은 지성을 논해 볼 가치가 있지만.. 너무 위험하다.


[ 못하는 척 ]

연약함을 피력하거나 몰빵 되는 잡무를 피할 때 주로 사용하며 명석하고 눈치 빠른 사람은 '잘난 척'하는 새끼를 가려낼 때 손수 시범 보이곤 한다. 오용과 남발은 무능력의 꼬리표를 여럿 달게 한다.


[ 도망친 척 ]

도망친척? 개소리 말고 얼른 뛰어!! 넌 지금 잡히기 일보 직전이다. '뒤돌아 본 척'은 생각도 말아라.


[ 우스운 척 ]

'잘난 척' 전에 미리 내비쳐야 '우스운 놈'이 될 수 있으며, '눈치 있는 척' 눈치 없음을 드러내야지만 '우습지도 않은 반열'에 오를 수 있다.


[ 허무맹랑한 척 ]

불가능 해 보이는 지인의 다이어트나 드라마 주인공 같지 않냐는 남편의 말 등을 깔 때 주로 사용한다. 지금은 기적적 환상의 현실을 깨닫게 되는 로또 추첨 후 자빠진 상태로 갖다 쓰고 있다.


[ 다 한 척 ]

어차피 들통날 거 왜 자꾸 써먹었나 모르겠다..


[ 괜찮은 척 ]

상대방을 안심시키기 위한 용도로 어떤 경우라도 작은 미소를 머금길 권유한다. 자칫 빈정을 유발해 안 괜찮은 거 아니냐는 비꼼으로 역공당하기 십상이어서 '별거 아닌 척'을 대동해라. 위로의 상황에 대한 반응이라면 감내할 정도 선에서 양껏 드러내도 좋다.


[ 화난 척 ]

상대를 잘 가리지 못할 시 골로 간다. '화나지 않은 척' 조곤조곤 논리로 맞대응하다 '어이없는 척'을 얼른 끌어들여 후다닥 끝내야 한다. 상대가 건장한 사내이거나 내 아내라면 권하지 않는다. 시작도 전에 큰 일을 당하거나 이미 들통나 있거나다. 임계점을 잘 조절 시 소심, 찌질, 밴댕이 속알딱지 등의 꼬리표를 뗄 수 있다.


[ 미친 척 ]

사실 이게 여타의 ''에 반해 효율이 크게 떨어지지만 같은 놈을 마주쳤을 시 무조건 실행에 옮겨야 한다. 중간에 ' 미친 '을 한 번씩 꺼내 빡돌기 전의 상대방을 예의주시 해야 한다.


[ 안 들리는 척 ]

주로 딸이 잔소리에 대한 방어 기질로 잔망스럽게 표출하는 잡기이며 같은 논리로 아내를 쌩까다가 숨이 멎을 수 있으니 두 번을 넘어가면 꿈틀거려보자. 직장에선 선택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X 같은 상사라도 내 머리 꼭대기에 있으므로 경우에 따라 몰지각한 사람으로 낙인찍힌다.


[ 담배 안 피는 척 ]

늘어놓기도 거추장스러운 이것은 끊기로 계약하고 결혼을 서둘렀음에도 그간 수시로 계약 사항을 어겨 왔기에 이로 말미암아 큰일이 터지더라도 모든 귀책 사항은 내가 짊어진다. 은근슬쩍에서 멈췄어야 했다.


[ 자애로운 척 ]

나는 가지고 있지 않으며 자애가 충만한 아내 탓에 있어도 비웃음거리만 된다.


[ 조용한 척 ]

수다가 치를 떨지만 이성에게 몇 차례 효과를 보고 나면 때때로 묵언수행 저리 가는 몰입을 보여 자칫 제 발에 자기가 넘어지는 화끈함을 느낄 수 있다. '착각한 척' 본모습이 드러나면 '내숭 떠는 척' 해 보아도 역시 비웃음을 살 수 있다.


[ 잘하는 척 ]

바탕에 '어설픈 척'이라도 깔려 있어야 가능하고, 주변의 주의가 집중될 시 '골치 아픈 척'을 사용해 '어중간한 척' 빠져나와야 한다. 종종 매력 어필에 쓰이곤 하지만 유통 기한이 현저히 짧다.


[ 기쁜 척 ]

굳이 쓸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딸아이 성적이 반평균에 거의 근접했을 때 '놀란 척'과 함께 겸용해 본 적이 있다.


[ 대단한 척 ]

보잘것없어 보이는 나와 남의 업적 등을 추켜세울 때 주로 꺼내 쓰며, 나나 남 모두 알고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 진만 뺄 우려가 있다. 아내의 인성이나 미모, 사사로운 행동 후에 써 본다면 생각지 않은 이득이 있을 수 있다.


[ 위축된 척 ]

꾸짖음이나 따짐에 앞서 선수 치는 용도로 쓰일 수 있고 '불쌍한 척'을 동반 시 뜻하지 않은 위안도 얻게 되나 남용은 병약함을 유발한다. 찌질한 이미지라면 피하자.


[ 주인공인 척 ]

좌중을 압도하는 X 같은 재수를 다수 가진 거들먹거리는 이미지여야 눈치 없이 으스댈 수 있다. 늘 한 시진 정도 늦게 등장해야 하므로 초조한 성격이라면 조연을 자처하자.


[ 진짜인 척 ]

모든 ''을 있게 한 장본인으로 나를 포함하여 이런 놈이 '척척박사'의 탄생을 부추긴다. 진짜 공부하는 척. 진짜 노력하는 척. 진짜 아는 척. 진짜 주인공인 척 등


[ 작정 ]

진실 같은 거짓의 창조자가 된 것을 축하한다. 이제 남은 것은 허상의 세계를 다스리는 창조자의 숙명 같은 '외로움'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