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근슬쩍 '척'하며 '거짓말'로 날려 버린 모든 것들은 당연하고도 피할 수 없는 손가락질로 내 처지를 확인시키고 있다. 고작 옅은 자기만족의 빈 공간은 언제 씹혀도 언제 터질지도 모를 풍선껌처럼 부풀려진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은 거대한 나를 만들었다.
이제 와서 거짓말이니 반성이니 끄적거리는 게 꼴사나운 불편함만 들게 할는지 모른다. 하지만 나와 비슷한 얼룩을 차마 지우지 못하고 있거나 나와 같진 않지만 비슷하게 칠해가는 얼룩이 못내 찝찝하다면, 그게 끔찍한 악몽 후에 갖게 되는 잠깐의 조심이 되더라도 다시 찾을 때 뚜렷한 흔적이 되어줄 것이다.
갖은 '척'을 두루 갖춘 나는 아무것도 갖추지 못한 팔색조다.
가난이 부끄러워 가진 척, 겁 많고 나약한데 강한 척, 눈치는 고사하고 아는 척, 재수는 간데없고 잘난 척, 칭찬을 들먹이며 공부하는 척, 나태함 그대로의 노력하는 척.. 그리고, 지금에 안주하며 반성하는 척.
애석하게도 꾸준한 '척' 놀이로 눈치를 지키지 못 한 나는 줄곧 상황파악 안 되는 척 눈치 없는 불편함을 여기저기 꺼내보였다. 발랄하다 못해 발랑 까진 것 같은 추태를 보이기도 얌전하다 못해 완전 재수 없는 내숭을 보이기도 했으며 급기야 주변인의 이탈을 이해되지 않는 척 씹는 만행을 벌여왔다.
주제를 안다고 생각했기에 눈치 따위에 오염되지 않고 하고 싶은 언행 하고 싶은 지랄을 애써 드러냈다. 주제를 몰라도 눈치가 있어야 함을 깨닫고 나선 연신 쥐구멍을 기웃거리고 도망으로 일색 한다. 엉덩이가 훤히 드러나도 대가리만 처박을 요량으로 내 눈, 내 귀, 내 입만 막아대기 바빠 손가락질받는 엉덩이는 모르쇠로 자르고 만다. 결국 혼자 있는 것에 안주해 버리고 이내 헛헛함에 멍해진다.
해결을 바라면서도 노력의 의지는 박약하여 쥐 밑살 같다. 내 안에 가득 찬 거짓과 한심한 미련만이 여전히 즐비하고 정답을 알고 있으면서 매번 떠넘기며 상황을 관망한다. 범죄는 마동석에게 어린이는 뽀로로에게 맡겨야 할 것 같지만 뭐든 해결을 바란다면 전문가는 정해져 있다. 내 경우 답은 스스로 쥐고 있으니 굳이 찾아 나설 필요조차도 없다. 답정너로 일관하는 실수는 '척'하는 내가 자주 싸던 똥이고 늘 치우는 건 주변인이었다. 이게 쌓이다 보니 '적당'이라는 게 사라져 후일 눈치 빠진 내게 극악의 눈치 보는 삶을 던져주게 된다. 눈치 있는 척 입 닥치면 될 상황을 늘 닥쳐서야 입을 닫곤 했으니까.
아직도 지갑 속엔 천군만마 같은 일주일 기간의 시한부 로또가 들어있고 아직도 대가리엔 호환마마 같은 게으름이 삶을 비웃고 있지만, 바뀐 게 있다면 주제 파악이 되고 있다는 것쯤. 하찮게 여겨왔던 돌아보고 반성하고 곱씹는 걸 하고 있다는 것쯤. 그게 백수여서가 아니라 백수가 되어서야 하게 된 미련한 미련을 자책한다는 것쯤 되겠다.
'척'하며 '거짓'으로 뭉쳐진 나를 평범함으로 돌리는 기회는 없을지도 모른다. 더군다나 조잡한 거짓으로 완성된 나를.
열망까진 아니더라도 미련한 희망쯤으로 기회를 논하고 싶지만 삶의 기운은 죽고 없는 것처럼 보잘것없어 보인다. 삶의 기운이 죽어 있으면 기회 또한 죽어 있는 느낌이다. 그럼에도 이 유치한 반성이 기회가 된다면 난 그 비웃음을 붙잡고 싶다. 어쩌면 '척' 빠진 나를 살리고 틀어진 삶을 잡게 할 뭐라도 얻을는지 모른다.
살며 수많은 '척'을 양분 삼아 텅 빈 성장을 이어 왔음에도 여전히 '척'하는 꼴값은 불온의 씨앗처럼 새싹을 피우고 있다. 삶의 혜안을 얻어야 할 나이에 불행하게도 척척박사가 되어있다.
나를 비롯한 모든 '척'해왔고 '척'하는 이들이 그 편안함에 눌러앉지 않길 희망한다. 그것의 편안함이 폭삭한 방석 같은 머무름을 선사하지만 깊게 파인 자기만족의 유혹에 빠질수록 안락함의 탄성은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벗어나길 머뭇거린다면 결국 '거짓'의 마수에서 헤어 나올 수 없게 된다.
그리고, 아직 시작 전이라면.
은근슬쩍 앉지 마라.
아닌 척하며 잘난 척으로 진실인 척해 온 나는, 괜찮은 척, 무리 없는 척 나와 남을 속여 왔고 생각 있는 척, 게으르지 않은 척 흘려버린 시간을 모르는 척, 상관없는 척 방관하다 힘든 척, 불쌍한 척 눈치만 봐가며 반성하는 척, 할 수 있는 척 꼼수만 부려왔다. 이에 못 이기는 척 갖은 척들을 잊은 척하고자 함은 약속한 척하는 것에 대한 노력하는 척이 될 수 있으나 믿어보는 척 남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