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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밥 Feb 22. 2024

벗과 술이 있으니

찰나와 놀기



즐겁지 아니한가.










비밥.




눈 오는 날이다. 세상만물 아랑곳 하지 않고 무섭고 이쁘게 쏟아진다. 내 머리 내 손에 닿지 않아 따뜻해 보이는데도 움츠러드는 게 반사적일 만큼 포근함 따위는 없이 추위만 안은 형색이다. 소야 신천희 스님의 '술타령'이 생각나는 건, 이런 날씨에도 끄집어낼 벗과 술과 뭐 그런 게 남아 있어서일까? 


이맘때 기억을 쫒다 보면 어느새 벗과 술이 있다. 아니, 벗과 술을 마시고 있다. 코가 삐뚤어지고 금세 기억도 취해간다. 그래, 기억이 취해간다. 어쩌다 보니 벗도 술도 멀어져 있건만 염치도 없이 기억은 취해버렸다. 내가 간직한 굉장한 즐거움은 보잘것없게도 하루를 다 쓰며 뒤엉켜 마시던 그날의 그것 정도인데, 이런 식으로 되짚다 몽롱해지니 그냥 그게 내가 가진 전부가 되어 있다. 다른 기억 따위는 몰라본다.










비밥.




벗과 술이 리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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