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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청약이라는 걸 처음 해봤다

과천 지식정보타운 아파트 청약

3달 전부터 과천 지식정보타운의 아파트 분양에 대한 이야기가 떠들썩했다.

분당의 삶에 만족하는 나는 딱히 이곳을 떠나 다른 지역으로 이사 가고 싶지 않았지만

오랜만에 만난 대학동창이, 살고 있는 분당의 집을 두고도 수원 광교의 브랜드 아파트에 당첨이 되어

7억에 분양받은 아파트가 현시세 14억 5천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후

나 자신이 뭔가 잘못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번도 쉬지 않고 열심히 일해왔지만 무엇을 이루었는지 회의감이 들었고

아이들에게 더 좋은 환경을 주지 못하는 것에 대해 미안해졌다.

나는 좋은 부모가 되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반성도 하게 되었다.

나의 삶뿐만 아니라 그들의 삶에 내가 영향을 주고 있고 이 삶은

씨실과 날실이 얽히듯 서로 얽혀있다고 생각하니

더 많이 미안해졌다.


내가 격은 어려움이나 가난은 괜찮지만

나의 자식에게,

나의 부모로부터 받은 가난을 대물림하게 될까 봐 두려워졌다.


일하느라 바쁜 동안 저 혼자 훌쩍 커버린 아이들에게

미안함과 대견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아무리 일을 열심히 해도 7억 5천이라는 돈을 모으려면 얼마간의 시간이 걸려야 하는 것인가"에 대한

비관과 패배감과 아이들에게 미안함 등 여러 가지 감정들은 나를 한 없이 고민에 빠져들게 했고

나의 등을 떠밀어 청약시장으로 내몰았다.


똑 부러지는 둘째 딸이

아파트 청약을 해야겠다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아파트 청약을 하려면 준비할 것을 리스트업을 해서 치밀하게 준비하세요"

머리가 커진 아이는 아이가 아니다... 나의 상관이다.

" 응 알았어.. 잘 준비해볼게..."

늘 바쁜 나를 보며 안타까워하며 나를 도와주기도 하고 내편을 들어주기도 하지만


아파트 청약 관련한 이야기가 나오면 이런 식으로 나의 정신을 번쩍 들게 한다.

어쨌든 그래서 나는 태어나 처음으로 아파트 청약 준비를 하게 된다.


"신분증 하고 도장 좀 줘"

"왜"

"오늘 세대주 좀 바꾸려고"

"그건 왜 하는 건데?"

"아파트 분양을 받으려면 세대주가 되어야 해서....

청약통장을 나만 가지고 있으니까 나만 청약자격이 있거든"


세대주만 청약할 수 있기 때문에,

또한 2년이 지난 청약통장을 내가 가지고 있었기에

일단 나는 세대원에서 세대주로 변경하기 위해 주민센터를 찾아갔다.

공인인증서만 있으면 집에서 컴퓨터로 할 수 있는 일을

현 세대주의 동의가 있어야 해서 바쁜 와중에

화가 나고 번거로웠지만 주민센터까지 가야 했다.


2만원씩 넣은 청약 통장에는 120만원 밖에 없었다.

잔고가 터무니없이 모자랐고 잔고 400만원을 채워 만들어 놓기 위해

여기저기서 돈을 긁어모았다.

단 몇백만원의 여유도 없는 이 빡빡한 살림을 생각하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분양공고가 계속 미뤄지고 언제 나오는지 몰라 기다리던 중 분양 공고가 올라왔다.

아파트 청약을 처음 해보는 나는

깨알 같은 분양 공고를 읽고 또 읽으며 공부? 아닌 공부를 해야 했다.


1순위 청약하는 전날 밤 신경을 쓰느라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청약 홈이라는 어플을 설치하고 로그인을 해보니

정해진 시간이 아니면 오픈 자체가 되지 않았다.


태어나 처음 하는 청약이라 잔뜩 긴장이 되었다.

다른 집들은 이런 건  남자들이 알아서 하는 것 같던데

살고 있는 집이 있는데 아파트 청약을 왜 해야 하는 건지 이해 하지

못하는 아이들 아빠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고,

자신의 일만으로도 머리가 아픈 사람에게

뭐 이런저런 설명하는 것도 마땅치 않은 것 같았다.

그래서 상의할 사람도 없이 외로운 청약 준비를 하며

스스로 가족이 살집에 대해 총대를 매고 있었다.


1주택을 처분하겠다는 서약서에 사인을 하고 아파트를 청약하는 것인데

잘못해서 청약했던걸 취소하고 다시 두 번을 해야 했다.

혹시나 그것 때문에 청약 자격이 박탈되는 것이 아닌지 마음을 졸였는데

다행히 다시 할 수 있었다.


청약신청을 하고 나니 숙제를 마친기분...


다음날 뉴스에 보도된 내용은

과천 지식정보타운 아파트 정약에 50만명의

지원자가 몰렸다는 소식이었다.

50만명이라는 숫자가 어떤 숫자인지 아무런 느낌도 없다...


그저 난 이렇게 생각했다.

"결과가 어떻든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을 했고

모든 것은 하느님의 뜻이라고 생각하고 깨끗하게

순복 해야겠다"


나는 내가 해야 할 노력을 했고

가족들이 그것을 알고 있느니

그것으로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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