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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트리에 대한 기억

크리스마스트리를 잃어버리고

by 디자이너 문경희

한 2주 전부터 매년 사용하던 크리스마스트리를 찾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찾을 수가 없었다

처음엔 어디에 있겠지 다시 잘 찾아보자 하며 찾았는데

도저히 찾을 수가 없어서 심란한 마음으로 며칠이 지난 후

나도 모르게 그 크리스마스 트리에 대한 기억이 촘촘하게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 기억이 떠오르며 점점 더 그 트리가 그리워졌다.


아이들이 어릴 때 코스트코 양재점에서 산 크리스마스트리였다

평생 쓸 요량으로 전시된 것 중 제일 큰 걸 샀다

꽤 비싼 가격을 주고, 평생 쓸건대 이 정도 투자는 해야 한다고

스스로 합리화하면서 샀다.


내가 어릴 때 가지고 있던 크리스마스 트리에 대한 로망 반

아이들에게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선물하겠다는 마음 반

결국 나의 욕망이 반정도 들어간 구매였는데

집에 와서 조립을 해보니

참으로 놀라웠던 기억이 난다


놀란 이유는 그 큰 트리가 매우 합리적이며 효율적으로 포장이 되어 담겨 있었다

그래서 조립하기와 보관하기가 매우 쉽게 되어있었는데

지금은 트리가 흔하기 때문에, 놀라울 일도 아니지만

얼핏 한 20여 년 전이니까 나는 그저 놀라웠다


이렇게 트리를 조립하기 쉽게 똑똑하게 잘 만들었네 하고 생각하며

조립을 시작했다

맨 먼저 아래 받침과 메인기둥을 세우고

가지를 메인기둥에 끼워 모양을 만드는 방식이었다.

길이가 다른 가지마다 번호가 붙어있었다

스티커에 색깔 구분까지 되어있었다

예를 들어, 맨 아래 가장 긴 가지는

검정 스티커가 붙어 있고

번호는 10번인데 그 컬러와 같은 번호를

같은 기둥 위치에

끼워주면 완성이 되는 식이었다


그 간편한 조립에 만족했다.

번호대로 기둥에 가지를 끼운 후에 철사가 들어가 있는 가지를 벌려서

나무 가지를 풍성하게 만들어주면

멋진 트리가 완성되는 방식이다.

역시 미국사람들 잘 만든다 하면서 감탄했다


또 어릴 때 태경이 삼촌이 미군부대의 카추사였는데

크리스마스 즈음 되면 한국에서 볼 수도 없는 신기한

자질구레한 크리스마스 선물들을 가져오곤 했는데

그 휘황찬란한 크리스마스 선물들을 받고

나는 미국에 대한 동경과

꿈을 가졌고 덩달아 알 수 없는 크리스마스에 대한 환상과 로망도 같이 장착이 되는

효과를 가져왔다

또한 아버지 친구분이 미국에 이민을 가서 살고 계셨는데

동화책을 보내주셨는데

그 동화책은 너무나 아름다운 색과 그림들로 가득 차서

보기만 해도 행복하고 좋았던 기억이 난다

이쯤 되면 나는 그저 미국에서 온 것들은 멋지고 대단하고

상상이상이라는 생각이 박이게 된 계기가 되었다


암튼 더 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그 로망을 가지게 된 이야기는 이쯤만 하고

다시 트리이야기를 하자면

난 트리를 못 찾으니까 눈물이 나고

어릴 때 아이들 모습도 떠올랐는데

아니 이 트리를 잃어버렸다고 눈물까지 나는 게 말이 되는 건가

내가 지금 무슨 감정으로 슬픈 건지 헤아려 보려고 노력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건 지난날에 대한 그리움과 아쉬움, 보고 싶음,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음, 뭐 그런 것들이 뒤섞인 감정 같았다.

결국 잡히지 않는 시간들을 그리워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아이들이 어렸던 그 시절

아이들이 예뻤고 말도 잘 들었고

나도 젊었던 그 시절의 기억과

크리스마스트리라는 대상과 함께 버무려진 어떤 그 무엇이었는데

그게 그렇게 마음을 슬프게 만들었다

다시 되돌릴 수 없는 시간들인데

트리를 찾게 된다면 그 돌이킬 수 없는 시간들을

내게 조금 더 가까이 소환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이성적으로 생각하자면

쓸데없는 생각이고

돈 주고 사면 그만이고

트리에 그렇게 많은 의미를 부여할 일도 아니고

트리라는 물건에 그렇게 지난 추억을 엮어서 생각할 일도 아니다


하지만 내가 왜 이럴까

갱년기인가?

암튼 이성적으로는 이게 아닌 걸 알면서도

슬픈 마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바보 같다


그런데 그 트리를 찾았다

지인에게 빌려주고 빌려줬다는 사실 자체를 잊어버렸다

별게 아니지만 나는 안도했다

그 트리와 엮인 추억들이 아직 내게서 영영 떠나지 않고

내 근처에 머물러 있는 것 같았다


큰 아이는 대학졸업 후 암스테르담에 있는 회사로 취직해서 멀리 있고

둘째도 업무차 해외에 가 있다


이제 아이들이 다 성장했고

건실한 사회인이 되어

자신만의 밥벌이를 하며 살도록

독려하고 응원해 왔다


이제는 자식들과 지난날들을 너무 그리워하지 않는

연습을 해야 한다


자식을 성장시키고 자립시키려고

그 노력을 해왔고

그 노력의 결과로

아이들과 떨어져 지내게 되는 건

수순인 것이다.


올해도 나는 행복한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보내야겠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보내야 할까!


이 글을 읽으신 모든 분들도 행복한 크리스마스와 연말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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