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 80년 생각 』, 이어령, 김민희 저. 위즈덤하우스
‘그래도 지구는 둥글다’.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이 유명한 혼잣말은 상식 중의 상식으로 통한다. 그런데 이 말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는가? ‘도대체 저 혼잣말은 누가 들었을까?’ 어린 시절 이어령은 이런 엉뚱한 물음 때문에 선생님께 혼이 나거나 쫓겨나기도 했다고 한다. 나는 그전까지 이어령이라는 인물을 잘 알지 못했다. 그러나 <이어령 80년 생각> 초반에 등장하는 이 일화 하나만으로 그가 팔십 평생을 어떤 태도로 살아왔는지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일화 하나로 한 사람의 인생을 재단하는 것은 비약일 수 있겠으나, 적어도 이 책이 왜 쓰였는지를 증명하기에는 충분했다.
몇 년 전, 그는 세상을 떠났다. 내게 그는 어렴풋한 우리 시대의 ‘어른’으로 기억된다. 책을 읽는 내내 ‘그가 살아생전에 한 번이라도 직접 뵙거나 말씀을 들었다면 내 삶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하는 부질없는 가정을 해보기도 했다. 이제 그는 세상에 없고, 오로지 그의 치열한 생각이 담긴 글만 남았다.
저자 김지수는 이어령 선생의 제자로서, 인터뷰 형식을 통해 스승의 ‘생각하는 삶’을 내밀하게 보여준다. 이어령은 재미와 흥미를 느끼면 집요하게 질문하고 답을 찾았다. 그 과정을 ‘노력’이라고 표현하기엔 어색하다. 노력이라는 단어에 담긴 억지와 인위 대신, 그는 그저 그 일에 몰입했을 뿐이다. 작가, 교수, 문화기획자, 초대 문화부 장관 등 그가 거쳐 간 수많은 직함은 그런 몰입의 결과였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말년에 인공지능 학술대회 기조강연을 맡은 행보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는가.
이어령 작가는 자신의 삶을 관통하는 키워드로 ‘스스로 생각하기’를 꼽는다. 이는 특정한 대상을 자신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일이라 정의할 수 있다. 말은 쉽지만, 과연 실천도 쉬울까? 누구나 생각은 한다. 하지만 자신의 생각에 확신을 갖고,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희열’을 느끼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결국 스스로 생각한다는 건,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고 그 행동이 꼬리를 물며 주체적인 삶을 만들어가는 과정일 것이다.
나 역시 ‘스스로 생각하기’가 무엇인지 아직 확신이 서지 않아, 이 글에는 유독 물음표가 많이 찍혔다. 그럼에도 확실한 한 가지는 있다. 앞으로 이어령 선생님처럼 ‘스스로 생각하는 것’을 인생의 화두로 삼아, 그 물음에 대한 답을 끈질기게 찾아가고 싶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