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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머쓱 Feb 18. 2021

다 읽지 못했으면 빌려가세요

2시에 책방 문을 열었습니다. 

2시 9분에 손님이 한 분 들어오셨습니다.

처음 오신 분입니다. 아이스 드립커피를 하나 주문하시고 테이블 자리에 앉으셨습니다. 

오늘은 커피 학원 선생님과 동기 한 명이 책방에 구경을 오기로 한 날이었습니다. 

동기는 저와 같이 책방 문을 열며 들어왔고, 곧이어 선생님도 오셨습니다. 

선생님과 동기에게 책방 구석구석을 소개해주는 사이에 손님의 친구분도 들어왔습니다. 

친구분은 캐모마일 레몬차를 주문하셨습니다. 

손님과 친구 분도 책방과 책을 구경하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작은 책방을 네 사람이 움직이며 둘러보고 있으니 더 작아보였습니다. 


캐모마일 레몬티를 만들어서 가져다 드릴 때 쯤, 손님 두 분은 책을 골라서 앉으셨습니다. .

한 분은 심너울 작가의 <나는 절대 저렇게 추하게 늙지 말아야지>, 다른 한 분은 천선란 작가의 <천 개의 파랑>입니다. 둘 다 SF 소설이고, 제가 너무 좋아하는 책들입니다. 그래서 말을 걸고 싶어졌지만 꾹 참았습니다. 


선생님과 동기와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두 시간이 훌쩍 지났습니다. 

책도 읽고 이야기도 도란도란 나누던 손님들이 자리에서 떠날 준비를 합니다. 


<나는 절대 저렇게 추하게 늙지 말아야지>를 골랐던 손님이 책이 무척 재미있다며 구매하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그 책은 판매하는 책이 아닙니다. 그래서 다 못 읽으셨으면 그냥 빌려가서 읽으시고 돌려달라고 했습니다. <천 개의 파랑>을 읽은 다른 분께도 말씀드렸어요. 장편 소설이라 다 못 읽으셨을테니 가져가서 읽으시라고. 제가 밑줄을 그어 놓은 것이 조금 부끄럽기는 하지만, 손님도 밑줄 긋고 접어가면서 읽으셔도 괜찮다고 덧붙였습니다. 


손님들은 "정말 그래도 돼요?"라고 물어보시며 고민하셨습니다. 결국에 <나는 절대로 저렇게 추하게 늙지 말아야지>을 읽으신 손님은 너무 재미있어서 소장하고 싶다고 하시며 다른 곳에서라도 구매하겠다고 하며 놓고 가셨고, <천개의 파랑>을 읽으신 손님은 빌려가셨습니다. 돌려주실 때 새로운 밑줄이 생겨있으면 좋겠네요. 


도서관처럼 빌려갈 수 있는 책장을 만들고 싶다고 계획하고 있었는데, 

두 분 덕분에 실행이 앞당겨질 것 같아요. 

내일 바로 빌려갈 수 있는 책장을 구성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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