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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

서점 일기

by 머쓱


서점을 열기 이틀 전의 일입니다.


막바지 준비로 정신이 없었습니다.

카운터 앞에는 택배 상자가 가득 쌓여 있고, 저는 정리에 한창이었죠.


갑자기 서점의 문이 열리고, 처음 보는 두 분이 나타났습니다.


손님이었습니다!


저는 아주 놀라고 당황했어요.

문을 열기 전이라 손님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거든요.

예전에 혜화에 있던 책방 이음의 주인 분의 태도를 좋아했어서,

막연하게 '나도 서점을 열면 쓸데없는 말은 하지 않지만, 손님을 잘 기억하는 주인이 되어야지.'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을 뿐입니다.


저는 절대 Chic(세련되고 멋있다)- 한 서점 주인은 되지 못할 것 같습니다.


두 분이 나타나자마자 당황해서 횡설수설하며 말했습니다.


"어.. 아직 오픈을 하지 않았는데요... 일단 들어오세요!"


그러자 두 분이 더 당황하며, 나가려고 하셨습니다.

여기까지 발걸음 해주신 것이 너무 감사해서 일단 붙잡았습니다.

정리가 안 되어있지만 들어와서 둘러보시라고 하며 커피를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정말 죄송하게도 자꾸 말을 걸고 싶었어요.

그래서 어떻게 알고 찾아오셨는지,

<며느라기>를 보고 반가운 표정을 지으시길래 수신지 작가를 좋아하시는지,

같은 것들을 물어보고 말았습니다.


감사하게도 불편해하지 않고 대답해주셨어요.




그리고 오픈 하루 전 날,

네이버 플레이스에 책방이 등록되었을까 해서 초록 검색창에 '무늬책방'을 검색했습니다.


그랬더니 무늬책방에 다녀갔다는 블로그 글이 딱! 있었습니다.


깜짝 놀라서 들어가 봤죠.

그때 다녀갔던 두 분 중 한 분이 후기를 남겨주신 거였어요.

그것도 아주 정성스럽게요...(눈물 닦음)


저는 두 분을 까치라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뭔가 좋은 소식이나 새로운 소식을 물고 오는 이미지잖아요.


두 분 덕에 오픈 전 날부터 뭉클하게 시작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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