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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 주인은 책을 어떻게 고르나요?

서점 일기

by 머쓱 Oct 28. 2020


저희 책방은 큐레이션 서점입니다. 

간단하게 말해서 책방 주인이 마음에 드는 책만 들여놨다는 겁니다. 


그러면 책방 주인이 책을 많이 읽어야겠죠?


맞습니다. 


그런데, 책방 주인은 어디서 책을 많이 읽어보나요?


인터넷 구매하면 10%나 할인을 해주고 적립금까지 챙겨주는 혜자로운 알라딘? 

가면 없는 게 없는 교보문고 핫트랙스? 

아니면 크레마 전자책 리더기가 있는 김에 리디북스?

 

난관에 봉착했습니다. 


책을 많이 읽어봐야 그중에 팔고 싶은 책을 고를 수가 있는데, 

책을 읽어보려면 어디서든 일단 사야 한다는 겁니다. 


결국 책 도매업체에 아직 읽어보지 않은 책을 주문합니다. 


주인이 읽어본 책 중에 좋은 책을 판매하는 큐레이션 서점이 아니라,

주인이 읽고 싶은 책들을 판매하는 큐레이션이 되어버릴 것 같다는 불안감이 듭니다.


다행히(?) 손님이 많지 않아서 책을 읽을 시간이 많아서 서가에 진열하기 전에 읽어봅니다. 


그러다 보면 '아, 이 책은 괜히 주문했다.' 거나 

'이건 우리 책방에서 팔고 싶지 않다.'라는 후회가 생길 거라고 예상했습니다. 


그래서 미리부터 불안 해했던 건데,

신기하게도 그런 책은 아직 없었습니다. 


어쩌면 책 읽기는 표지와 소개글을 보며 '읽고 싶다.'라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시작인 것 같습니다. 


큐레이션 서점이라고 꼭 주인이 모든 책을 읽어볼 필요는 없습니다(불가능해요).

'왜 이 책을 주문했나' 정도를 생각하면 충분한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안 읽어본 책을 주문하는 기준입니다.


1. 팟캐스트 '책읽아웃'을 들으며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든 책

- 제가 제일 좋아하는 방송입니다. 매일 아침 청소를 하며 듣는데, 여기서 소개하는 책 중에 '아! 이거 진짜 읽고 싶다!' 하는 책이 있습니다. 그런 책은 주문합니다. 그림책 <여름의 잠수>와 <노를 든 신부>가 이런 경우입니다.


2. 좋아하는 작가의 책

- 인도계 미국인이자 이탈리아어로 글을 쓰는 작가 줌파 라히리의 책들

- <향수>와 <좀머 씨 이야기>로 유명한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덜 유명하지만 더 좋아하는 작품 <깊이에의 강요>와 <비둘기>


3. 관심 있는 분야

- 식물에 관심이 많아서, 식물에 관한 책들을 주문합니다. 

- 한국 여성 작가의 SF 소설을 좋아해서 이 분야의 책들을 모았습니다. 김초엽, 천선란, 심너울, 황모과 작가 등의 소설들이 비치되어 있습니다. 


4. 손님이 주문한 책

- 책방에 없어서 손님이 주문하신 책은 그 손님이 원하는 수량보다 더 많이 입고합니다. 편협한 저의 서가를 풍요롭게 해주는 고마운 손님입니다. 




찾는 책이 없는 손님들에게 앞으로 더 많은 책을 들일 거라고 약속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서가에 있는 책이 어떤 책이냐고 물어봤을 때 제 나름의 대답을 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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