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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 일기
오픈 2주 차입니다.
벌써 오픈빨이 끝났나 봅니다.
아는 사람이 다 왔다 가니 이제는 책방이 조용합니다.
한적한 곳을 원했던 것이 분명히 맞는데,
마음속에서 불안함과 조바심이 스멀스멀 올라옵니다.
'이러다가는 정말 큰일 나겠다.'
여기서 큰일이란 월 고정지출을 감당할 수 없는 최악의 상황을 말합니다.
생각 난 김에 월 고정지출을 정리해봅니다.
- 월세: 55만 원
- 관리비(전기세/수도세): 아직 한 달이 안 되어 모름. 10~20만 원 예상.
- CCTV: 월 2만 4천 원
- 화재보험: 월 7만 원 (7년 만료 시 75% 환급/해지 시 60% 환급)
- 노란우산공제: 월 10만 원(나중에 찾는 돈이라도 지금은 내 돈이 아니다...)
= 약 85만 원 +a
간단하게 월 100만 원이 고정적으로 나간다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책 구매비, 커피 재료비 등을 하면 적어도 월 150만 원은 벌어야 합니다.
제 인건비는 1년 동안은 빼기로 합니다.
오픈하고 세 시간 째인데, 한 명도 다녀가지 않았습니다.
오픈하고 네 시간이 지날 무렵, 조용한 책방에 사람이 들어옵니다.
보증금을 투자해 준 언니입니다.
제가 여태까지 아무도 없었다며 정말 큰일이라고 징징거리자 언니가 대답합니다.
"익숙해져, 넌 책방을 차렸잖아."
아...
투자는 몇 수 앞을 내다보고 하는 거라더니 언니는 이렇게 될 줄 알았나 봅니다.